솔찍히 정말 솔찍히 말하자면

내가 세상에 혼자 남게 되었다는 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어

이제 내 나이도 오십을 바라보잖아

정말 참을 수 없는 건

내 장애를 보완해주던 가장 실용적인 보장구를 잃고

그 역할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구걸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지

다행히 처음 49일은 뉴질랜드 언니가 해주고

이어서 2주는 부산 언니가 해주고 있는데

낯선 손길이 불편할 때 마다

엄마 생각이 나는 거야

'엄마는 이렇게 안했는데' 하면서

엄마 손길이 아쉬워지는 거야

엄마 손길이 가장 많이 필요했던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장실을 고쳤어

오늘 공사가 끝났는데 얼마나 좋은지 몰라

대한민국에서 하나 밖에 없는 화장실이야

강교수님(건국대학교 건축대학 강병근 교수)이 설계를 해주셨는데

편의시설의 권위자답게 내 불편을 말끔히 덜어주셨지 뭐야

진작 고쳤으면 엄마가 덜 힘들었을텐데

왜 그때는 엄마가 해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지 몰라

엄마 미안해 정말

엄말 너무 힘들게 했어

이제 혼자서 샤워도 할꺼야

엄마 없어서 꾸지지 해졌다는 소리 안듣게

매일 매일 씻을께

대한민국에서 하나 밖에 없는 화장실

오늘 밤 보러와

안녕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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