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아침 마다 시계 알람 소리에 눈을 부비며

억지로 잠을 쫒아야 하는 걸까

나는 왜

거울 앞에 앉아

피곤에 쪄든 피부를

어떻게 해서든 감추려고

이것 저것을 찍어 바르며

내 나이를 한탄하는 것일까

나는 왜

은퇴할 나이에 뭔가를 하겠다고

싱싱한 냄새를 풍기는 젊은 아이들 속에서

초라하디 초라한 자격고사 책을 펴놓고

정답을 머리 속에 쑤셔넣고 있는 것일까

나는 왜

굶주린 사자들이 득실거리는 우리 속에 들어가

사지가 마비된 몸으로 살아남겠다고

몸부림치는 걸까

나는 왜

뭐든지 잘 하는 척 눈동자를 반짝이고

눈물이 없는 척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위장을 하는 것일까

나는 왜

밤 늦도록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말도 안되는 글들로

작가인양 하는 것일까

또 묻고

또 물어도

뚜렷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사명감 이라고 하기엔 낯간지럽고

우리 엄마 처럼 딸 때문에 라는 가장 합리적인 이유를

둘러댈 상황도 못된다

그렇다면 나는 왜

다시 시계 알람을 맞추며

똑같이 반복되는 아침을 기다리는 것일까

맞다

엄마 때문이다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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