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말 왜 불러"

부르지도 않았는데 하루에도 서너번 씩 -나 불렀니?- 하고 물으면

난 왕 짜증을 냈었지

어떤 땐 '미쳤어 엄말 부르게' 라고 엄마 행동을 이상하게 여겼었어.

맞어 엄만 나한테 미쳐있었어

엄마 머리 속은 온통 내 생각 뿐이었으니까

엄마는 내가 부르면 걸어오지 않고 뛰어왔었어

엄마는 내가 부르기도 전에 이미 도착해 있기도 했었지

엄마는 내가 부를 것 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몰라

엄마 정말 귀신 같았다니까

할머니(지금 집에 와있는 분)는 내가 불러도 안와

어디 그 뿐인줄 알아

-할머니 조금 있으면 퀵 서비스 오니까요 나가실 일 있으면

그거 받아놓고 가세요- 라고 했는데도

열쇠로 문을 잠그고 나간 거 있지(잠깐 슈퍼 갔었다고 함)

난 할머니가 나간 것도 모르고

초인종 소리에

할머니를 찾아다니느라고 숨을 헐떡거렸지

현관 문을 사이에 두고 난 그 낯선 남자에게

통 사정을 해야 했어

-아저씨, 제가 장애인 이라 문을 열 수 없거든요

죄송하지만 우편함에 꽂아놓고 가주세요

돈은 은행으로 붙여드릴께요

죄송합니다-

1미터 20센티 높이 위에 있는 현관 문 손잡이가

나한텐 에베레스트 산 처럼 높게 느껴졌지

이게 장애인의 현실이야

참 슬픈 현실이지

정말 너무 슬픈 일이야

사람들이 엄마 처럼 장애인한테 미쳐있어야

이런 슬픈 일이 생기지 않을꺼야

사람들이 -나 불렀어요?- 하고

장애인에게 늘 관심을 갖게 만들 수는 없을까?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고 싶어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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