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참 오래간만이지

엄마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너무 바빴어

오히려 엄마 생각을 더 많이 했지

엄마가 있었으면 위로해줬을텐데 하면서 말야

그동안 복잡했던 문제는 해결이 됐어

아니 적응을 한 거지

어째겠어 약한 사람이 물러나는 거지

엄마, 나 요즘 매일 생방송한다

3분 방송을 위해 하루 종일 꼼짝을 못해

하지만 불평을 할 수가 없어

그래야 kbs 제1라디오 장애인 시간 10분을 사수할 수 있거든

난 정말 사심 없이 일하고 있는데

내 마음을 몰라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힘들었어

아직도...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내가 해야 할 일 이라고 믿기 때문에 최선을 다 할꺼야

춘천에 가서 이외수 선생님을 만났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

사람은 감동시키기 힘들지만

하늘은 감동시키기 쉽다고 말야

나 그 말씀에 감동한 거 있지

진실하게 살면 하늘이 감동한데

그래서 더욱 진실해지기로 했어

생방송이 나한테 떨어졌을 때

당장 대답을 못했어

명절 때조차도 나가야 할텐데

은희 씨가 그렇게 해줄 수 있을까 싶어서 말야

요즘 사람들은 휴일 이란 휴일은 다 찾아먹는데

휴일이 없다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어

그래서 내가 물어봤지

사실 은희 씨 때문에 아까 OK를 못했다 하고 말야

그랬더니 뭐래는지 알아

-해, 무슨 소리야, 그까짓 것 안놀면 어때

그게 방선생님만 위하는 일이야, 많은 장애인을 위한 일인데

걱정하지마. 나두 그 정도는 희생할 각오가 돼있어

무슨 소리야, 당장 한다고 해-

어찌나 큰 소리로 말하는지

남들이 들으면 싸우는지 알았을꺼야

너무 고마워서 눈동자가 따끔했어

하늘만 감동시키기 쉬운게 아니라

진실하면 사람도 감동하더라구

난 앞으로 감동맨이 될꺼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면 되니까

어때?

엄마도 감동했지?

나 이렇게 살면 되는 거지?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