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안태이 일러스트레이션(www.illustrator.co.kr).

엄마 미안, 오늘 엄마 보러 갈려고 했는데

추석 특집 원고가 장난이 아니였거든

다큐멘터리에다 드라마타이즈까지

정말 죽는 줄 알았어

지금 막 이멜로 원고 보내고

죄스런 마음에 여기로 들어왔어

엄마는 컴퓨터 할 줄 모르지만

왠지 이 글을 엄마가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

옛날에 한 시골 어린이가 하늘 나라로 편지를 보냈듯이 말이야

내일 아침에 민형이는 부산에 내려가

말은 하지 않아도 좋은가봐

좋겠지, 엄마 아빠 보러가는 건데

민형이 없는 동안 오빠네가 와있기로 했어

편한 집 놔두고 여기 와서 일주일을 지내야 하니

뭐가 좋겠어

하지만 어떻게 방법이 없는데

'같이 잠 잘 사람을 찾습니다'

이런 광고를 낼 수도 없고

엄마는 47년동안 나한테 붙들려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것이 당연한 일인줄 알았는데

요즘 와서 생각해보니까 무지 힘든 일이더라구

누가 누구한테 평생 매여산다는 건

사랑과 희생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란 사실을 깨달았어

근데 왜 엄만 한번도 힘들단 소릴 안했어

말 안하면 모른단말야

사람은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거든

비가 오네

유난히 비가 많이 와

혹시 엄마가 내 걱정에 흘리는 눈물은 아닌지

울지마 엄마

나도 이젠 안울어

엄마 없는 추석 명절

잘 보낼 수 있을까?

"....."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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