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난 내 이름이 방귀흰줄 알았거든
근데 내 이름이 없나봐
나를 가르켜 장애자 그 여자 라고 부르더래
기가 막혀서
나를 그렇게 부른 사람 이름은 공개할 수 없지만
나를 그렇게 불렀다면
난 그 사람을 멀쩡한 그 여자 라고 불러야 맞는 거겠지
멀쩡한 그 여자가 내 앞에서는 꼬박 꼬박 방선생님 이라고 부른다
얼마나 겸손하고 얼마나 교양있는데
마침 우리 솟대문학 회원이 출연을 한거야
추석 특집 아이템으로 장애인 문학을 하겠다고 해서
시집 12권 챙겨주고 작가 연락처 뽑아주고
있는 친절 없는 친절 다 베풀어줬건만
그리고 인써트가 필요하다고 해서
피디 눈치 보며(아이템 회의에 늦게 들어가게 돼서) 질문에 성실히
대답해줬건만
내게 돌아온 건 겨우 장애자 그 여자야
시간이 없어서 인써트 하나를 빼게 되었을 때 이렇게 말하더래
"이거 장애자 그 여자 시간 아니니까 인써트 하나 빼'
내 앞에서는 솟대문학을 어떻게 50호까지 만들었냐고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몰라
근데 정말 화가 나는 건
나를 장애자 그 여자 라고 부른게 아니라
우리 회원을 대하는 태도였어
비가 억수로 퍼붓던 날 시간에 맞춰가느라고
온몸이 다 젖어있었는데도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자기들은 거드름을 피우며 늦게 오더래
그리고 우리 회원은 겨우 세마디 하고 성한 시인은 시시콜콜한 개인
얘기까지 하느라고 그 성한 시인 시간이 되고 말았데
분명히 장애인 문학을 하겠다고 해놓고
막상 성한 문학이 다 차지한 거야
우리 회원 하는 말이
'왜 방송국 사람들은 음성이 그렇게 달라요
섭외할 때 하고 방송국에 갔을 때 하고 확 다르더라구요'
그 이중적인 생리를 들켜버린 거야
난 내가 방선생님과 장애자 그 여자 사이를 오가고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어
"자기 내 이름 몰라" 하고 따져볼려다가 참았지
그러면 정말 내 이름을 찾기 힘들 것 같아서
장애인을 이름으로 불러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꺼야
엄마, 엄마도 슬프지
엄마 딸은 이름도 없어
장애자 그 여자 라구
하지만 너무 슬퍼하지마
나를 방귀희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