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하루에도 수십번 씩 부르던 호칭인데 이젠 그렇게 부를 엄마가 없으니

여기에 대고 부를 수 밖에

엄마 오늘 아주 큰 일을 치뤘어

엄만 이미 알고 있는 일이지만

세상에 구상 선생님에 대한 얘기를 밝히고 나니까

얼마나 가슴이 후련한지 몰라

밝히시지 못하게 하셔서

비밀로 하고 있자니 얼마나 입이 근지럽던지

난 원래 비밀을 싫어하잖아

엄마 나도 구상 선생님을 닮고 싶어

항상 겸손하시고

남을 배려하시고

어려운 사람을 사랑하시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

엄마 돌아가셨다고 혼자서 어떻게 지내느냐고

틈틈히 전화를 주셨었는데

이젠 전화를 안주시네

아니 못 주시는 가지

선생님이 주신 2억 20억 아니 그 이상으로 만들어서

적어도 문학을 하는 장애인들은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도록 해줄꺼야

대한민국 장애인들 모두를 책임지려면

대통령이 되야 하는데

그럴 순 없는 일이니까 포기하고

문인들만이라도 그렇게 해주고

나도 엄마 곁으로 갈께

혼자 생각하고 있으면 슬그머니 포기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내 소망을 공개하는 거야

내가 그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나를 엄마가 도와줘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엄마 딸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말야

오늘 몇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나를 위해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꼈어

우연히 에이블에서 내 글을 읽었다면서 나한테 이렇게 호통을 치는 거야

"샘님 그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시면 어떡해요

그런 얘긴 저한테나 하시죠"

너무 솔찍한 고백에 마음이 아파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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