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요즘 바보에게 열광하고 있다. 정준하가 바보스런 몸짓과 어리숙한 목소리로 "그건 저를 두 번 죽이는 일이예요"라면서 공개 수배를 외치면 박장대소한다. 왜 일까? 이리 저리 둘러봐도 몸서리쳐질 정도로 똑똑한 사람만 있어서 자기만 뒤처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터에 바보스런 사람이 나타난 것이 커다란 위안을 주기에 정준하 캐릭터에 사랑을 느끼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정말 약한 사람을 두 번 죽이고 있다. 그래서 약자들은(사회 소외계층 뿐만이 아니라 서로 비교했을 때 느껴지는 상대적인 약자까지 포함) 강자에 의해 두 번 죽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에 사람들은 "그건 저를 두 번 죽이는 일이예요"라는 말에 크게 동감을 하고 있다. 게다가 가해자를 공개 수배한다고 외치면 마치 자기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잡아 벌을 줄 것 같아서 가슴이 후련해진다.

나는 오늘 청와대를 아니 정확히 지난 12월 9일 장애인 청와대 오찬 초대 업무를 맡았던 사람들을 공개 수배한다. 난 물론 청와대 오찬 자리에 없었다 하지만 다녀온 사람들의 제보에 의해 수배 이유를 밝힌다. 청와대에서 장애인을 초청하는 일은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청와대에 다녀온 일반 장애인(단체장이 아니라는 뜻)들은 하나 같이 머리를 흔든다.

왜냐하면 장애인을 위한 자리인데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눈곱만큼도 없는 장애인 학대 현장이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을 이른 아침부터 경복궁 주차장에 집합시켜놓고는 먼 거리를 불편한 교통수단과 투쟁하다시피 하며 오느라고 지칠 대로 지친 장애인들의 팔과 다리를 잘라냈다. 장애인의 수족이 되고 있는 보호자를 장애인과 동반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보호자 대신 도와주겠다고 나선 진행 요원은 여자를 포함한 두 명이였다고 하니 200여명의 장애인을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중증장애인과 동반자를 떼어놓은 일 한가지로 우리나라 장애인복지 행정이 얼마나 무식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청와대의 장애인 오찬 초대는 내년에도 계속될텐데 이대로 이어지는 것은 장애인에게 오히려 불만만 쌓이게 하는 일이 될 것이기에 문제 해결을 요구한다. 청와대 초청은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장애인 단체장들을 모셔서 장애인 정책 간담회를 하거나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3연패를 한 선수들을 불러 치하를 한다거나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불러 위로를 한다거나 뭔가 구체적은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모든 장애인들을 한꺼번에 다 불러 모아놓고 뭐를 하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그날 일반 장애인들은 소품에 지나지 않았다. 일반 장애인들은 동반자가 없는 관계로 짐짝처럼 운반되어졌고 생리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이를 깨물며 참아야 했다. 그리고 그들의 횡포를 말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밥 한끼 먹자고 그런 고통을 참아야 한다면 너무 허망하지 않은가.

청와대까지 뽑혀갈 장애인 이면 그래도 뭔가는 하는 사람들 인데 왜 지금까지 청와대 장애인 초청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이 없는지 그 또한 이상한 일이다. 장애인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저지른 실수는 용서가 된다. 하지만 장애인을 잘 알고 더군다나 장애인을 보호해줘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 장애인에게 고통을 주는 일에 앞장섰다는 것은 용서해서는 안 된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정준하 버전으로 마무리를 짓겠다.

안좋은 기억;어느 날 이였어요. 대통령이 저를 부르시는 거예요. 저는 화들짝 놀라 하마터면 휠체어에서 떨어질 뻔 했지요. 청와대에 초대를 해주시다니.. 저는 너무 기뻐 그날 이후로 물도 한모금 마실 수가 없었어요. 드디어 기다리던 그날이 왔어요. 목욕 제기 하고 나를 위해 고생하신 어머니에게 대통령을 소개시켜주겠다고 잘난 척을 하며 서둘러 집을 나섰죠.

하지만 곧 그 꿈은 깨지고 말았답니다. 난 택배 처리 됐고 내 눈앞에 있는 음식을 물끄러미 감상만 해야 했어요. 내 손을, 내 팔을 그들이, 그들이 뚝 짤라버린 거예요. 난 청와대에 간 것이 아니고 형무소에 끌려간 것이였어요. 그건 아무 죄도 없는 나를 두 번 죽이는 일이예요. 청와대를 공개 수배합니다.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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