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

요즘 '천국의 계단' 이란 드라마가 뜨고 있다. 말도 안되는 스토리가 진부하기 짝이 없다. 1년 전에 끝난 드라마에서 기억상실증만 상대만 바뀌었고 기억을 되찾고 실명을 하고 그런 이야기 전개는 너무나도 흡사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천국의 계단' 주인공 눈빛, 몸짓 하나 하나에 열광한다. 배우 권상우와 최지우의 매혹적인 아름다움과 신현준, 김태희의 얄미운 방해가 잘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천국의 계단'에서는 유난히 남자들이 많이 운다. 성주 역을 맡은 권상우는 정서를 생각할 때면 어김없이 눈물이 핑 돈다. 태화 역의 신현준 역시 정서 때문에 통곡한다. 이제 여자의 눈물로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없다는 작가와 연출가의 판단이 두 남자의 눈에서 눈물을 뽑아내게 하고 있는데 그것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여놓았다.

이 '천국의 계단'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교훈적일까? 과연 주옥 같은 작품일까?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많다. 그런데 그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시청자 옆에 앉지 않고 시청자 앞에 서있기 때문이다.

'천국의 계단' 인기 상승 덕분에 방송사는 벌써부터 수출을, 연기자는 CF를, 작가와 감독은 몸값을 올려놓았으니 천국의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가끔씩 터지는 대박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 장애인계에는 어떻게 해야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장애인계의 대박은 장애인 당사자가 주인공이 되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박인 삼중고를 이겨낸 헬렌켈러, 루게릭병 속에서 제2의 아인슈타인이 된 스티븐 호킹 박사, 신의 목소리 스티브원더 등은 모두 중증의 장애인으로 눈물겨운 사연들을 가지고 있다.

방송을 하면서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

자신이 경험한 장애인 차별은 말하지 않는다. '저는 장애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았구요' 라며 자기 얘기는 빼고 장애인 차별을 학술적으로 분류해서 설명한다.

장애자녀를 둔 부모도 무엇이 문제인지 말하는데 인색하다. '저 보다는요…' 하면서 전문가가 더 잘 알고 있다고 미룬다. 그 문제에 대해 연구한 전문가가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문가가 주인공 역할을 맡았을 때는 감동이 떨어지고 따라서 설득력을 잃게 된다.

장애인복지가 천국의 계단에 오르려면 뻔한 이야기라고 눈물 찔찔 짜는 이야기라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를 연구해야 한다. 장애인 복지의 기본이고 마지막 목표인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은 장애인과 그 가족이 주인공이 돼서 사람들의 생각을 확 바꿔놓을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을 뒤흔어 놓아야 가능하다고 본다.

새해 장애인복지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 모두를 천국의 계단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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