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누가 몸도 불편한 장애인을, 그것도 장애여성에게 폭력을 가할까? 그것도 가정에서. 아무려면 그럴라고….' 그러나 이것은 현실이다.

오랜 세월을 두고 장애여성에게 있어 가정 내의 폭력은 일상이었다. 장애 종류와 장애 정도에 따라 편차는 있겠으나 어쨌든 장애를 가진 여성들은 크든 작든 가정폭력에 시달려왔고 지금도 시달리고 있다.

얼마전에 끝난 장애여성공감 문화제에서도 우리들은 장애여성에게 가해지는 여러가지 형태의 폭력 중에서도 가정폭력에 대한 의미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다. 폭력의 형태로는 물리적인 폭력, 언어폭력, 성폭력, 분위기폭력 등이 있는데, 장애여성의 가정폭력은 바로 이러한 모든 폭력의 근원지라 할 수 있다.

장애여성들은 가정폭력 속에서 이 모든 폭력들을 다 경험하며 살아간다. 개중에는 물리적인 폭력을 자주 경험하며 사는 장애여성들도 있고 무시와 억압 등, 분위기적인 폭력을 경험하며 사는 경우, 또는 가정내에서 성폭력을 경험하는 장애여성들도 있다. 장애여성들을 거의 대부분 힘들게 하는 것은 가정생활에서의 무시와 억압이다. 이러한 무시와 억압은 또한 언어폭력으로 이어진다.

장애여성공감 문화제의 하나였던 연극 '갑자기'에서도 보여진 것처럼 주인공 효리는 왜 갑자기 독립을 선언하였던가? 그역시 부모님들의 무시와 억압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정내에서 장애 있는 딸이나 여동생, 또는 누나나 언니의 존재는 그 위치를 찾을 길이 없으며 어떠한 결정권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장애여성들이 현실적으로 아무런 뒷받침도 없는 상황에서도 독립을 선언하고 감행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들이 되고 있다. 아무리 장애가 있어도 장애남성은 가정에서 남성이란 이유로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다. 어떠한 가정에서도 장애남성들은 장애여성과 같은 가정폭력을 경험하지 않는다. 경험한다해도 그것은 장애여성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어린시절부터 물리적인 폭력을 겅험하며 살아온 장애여성들의 경우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만큼 심각하다. 부모와 형제자매로부터 상습적인 구타를 경험한 장애여성들은 가정에서 독립해 나오더라도 그 몸과 마음의 후유증은 엄청난 것이다. 장애여성에게 가하는 물리적 폭력으로는

머리나 몸의 부위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두들겨 패거나 장애여성을 들어서 집어던지기, 머리를 물속에다 집어넣고서 숨을 못쉬게 하고 물을 먹이는 물고문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심지어는 자살을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는 장애정도가 경증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시절엔 하교도 안 보내고 커서는 스스로 다른 일이라도 가져보려해도 못하게 차단하면서 평생 가사 일만 시키며 그녀의 노동력만을 착취하는 가정도 있다. 장애 정도와 상관 없이 장애여성들은 가정에서 가사노동에도 시달리고 있다.

무지막지한 물리적 폭력과 말 할수 없는 언어폭력, 그리고 분위기 폭력 등 이것이 가정이란 울타리 속에 갇힌 장애여성들의 현주소다. 가정은 결코 장애여성들에게 안전지대가 아니다. 억압과 폭력의 온상이다.(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결혼을 한다해도 그것은 제2의 가정폭력이 장애여성을 기다리고 있다.

매스컴에선 가정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얘기하면서도 장애여성 가정폭력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이 땅에 살아가는 장애여성들이야말로 진정한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임을 이제는 알아야 한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장애여성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있음을 가족들은 인식해야 하며 더 나아가 이제는 사회 전체가 장애여성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가정에서부터 철저히 유린 당하는 장애여성의 인권. 장애여성이 가정에서의 인권이 보장 받지 못하는한 장애여성 인권문제의 해결은 요원할 뿐이다.

숨겨져 왔던 범죄, 장애여성 가정폭력은 이제 그 베일을 벗겨야 한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과 남성을 차별하는 분위기와 가정이나 사회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것에 반감을 갖기 시작하면서 여성주의적인 의식이 싹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녀 차별은 비장애여성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여성들은 비장애여성들이 겪는 차별보다 더한 몇 배의 차별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인 문제는 그 장애인이 여성이냐 남성이냐에 따라 그 양상이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남아선호사상과 전근대적인 남존여비사상은 장애여성들에게 더 할 수 없는 억압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장애여성들은 가정에서부터 소외되고 무시되고 그 존재가치를 상실당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여성도 이 땅에 당당한 여성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저는 단순한 여성주의자가 아닙니다. 저는 이 땅에 당당히 살아 숨쉬는 장애여성주의자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장애여성주의적인 언어로서 표현하고 말하고자 합니다. 저는 진정한 장애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그 속에 전반적인 장애인의 문제와 여성에 대한 문제도 함께 엮어나가겠습니다. 저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제도와 틀을 거부하며 장애여성의 진정한 인권 실현을 위해 장애여성인권운동단체인 장애여성공감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여성공감 홈페이지 http://www.wd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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