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완공을 앞두고 있는 경기도장애인종합복지관의 편의시설과 화재시 대피시설이 매우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 위 치 :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 677번지

나. 대지면적 : 8,763㎡(2,653평)

다. 건축면적 : 7,298㎡(2,210평→ 지하1층, 지상3층)

라. 주요시설 : 수치료실, 물리·작업치료실, 장애인복지종합연구실, 기계실, 주차장, 상담실, 교육실, 통합보육실, 식당/매점, 진료실, 휠체어보관실, 경비실, 심리치료실, 감각통합치료실, 시각/음악/청각/언어/치료실, 도서실, 부모대기실, 세미나실, 대강당, 심리안정치료실, 감각통합실 등.

이는 경기도장애인종합복지관 시설 개요다. 경기도장애인복지관은 지난 2003년도 5월 21일 착공해 12월 20일까지 완공을 목표로 서둘러서 마무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1월 27일 경기도 장애인복지관을 처음 방문하면서 화재시 대피시설 화장실 등을 둘러보고 점검했다. 문제점을 공사 관계자들과 수탁을 맡아 운영할 천주교 수원교구청 사회복지회측에 전달하였다.

그리고 12월 9일 경기도장애인복지관 공사현장을 다시 찾아서 꼼꼼히, 찬찬히 둘러보았다. 지적했던 문제점은 하나도 고쳐지지 않은 채 그대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은 지하부터 3층까지 남여공용으로 사용을 하도록 돼 있었다. 이곳이 진정으로 경기도 장애인들을 위해서 건립된 복지관인지 의심스러웠다.

▲ 내부에 경사로에 설치돼 화재시 장애인들의 위험이 매우 위태롭다.
이리저리 한참을 생각해도 용납이 안 되었다. 아니 비장애인 시설도 이렇게는 안하는데, 그것도 경기도를 대표하는 장애인복지관이 이렇게 설계를 하고 건립을 하는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치가 떨려서 한참을 망설이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번 점검을 하였다. 화재시 대피시설이라고 보이는 것은 조그만 베란다뿐이었다. 그리고 다른 장애인복지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완강기가 장애인 대피시설이랍시고 2층, 3층 복도 끝 창문 옆에 고양이 등 조그만 동물들이나 빠져나갈 수 있는 크기의 창문에 달려있었다.

완강기를 보면서 장애인들을 장애인으로 보지 않아 고맙다고 해야 하나 하는 생각과 술을 먹고 설계를 하여서 이곳을 비장애인 시설로 착각을 하고 설계를 하였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 마침 장애인복지관 현장에서 감리하는 사람을 만나서 항의를 했다. 이것이 진정으로 장애인복지관으로 생각을 하고 건립을 한 것인지 문의하니 진00 감리사무실 정00 감리사는 문제점을 시인을 하고 “7개월 만에 짧은(공기) 장애인복지관을 건립하다보니 문제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또 화재시 대피시설인 베란다를 설치하지 않은 점 그리고 계단 옆에 둥근 미끄럼틀 비상탈출구를 설치한 점 등에 대해 따졌다. 엘리베이터 계단은 화재시 연기 통로 인대 아니 계단에서 장애인들 을 몰살시킬 일 있느냐고 물었다. 특히 바깥으로 설치가 돼 있는 것도 아니고 건물 내부에 설치가 돼 있어 정말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경사로(램프) 시설은 복지관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터가 많은 이곳에는 바깥으로 설치해서 휠체어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탈출구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화장실은 전부 설계 때부터 조금 크게 만들어 휠체어장애인 뿐만 모든 장애인 비장애인 직원들도 함께 이용하면 불편이 없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용 화장실을 남여 공용으로 층마다 하나씩 만드는 것은 비장애인 시설도 이렇게 안한다고 항의했다.

나는 건축설계 사무소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하였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자리 잡고 있는 가0 설계사무소였다. 설계팀 이 00 차장과 통화를 하여서 경기도 장애인복지관을 설계한 경유를 문의했다. 이 관계자는 “장애인단체와 의논을 하고 설계를 하였다”고 답변했다. 그래서 장애인단체가 어디냐고 문의를 하니 답변을 못하고 얼버무리고 있었다.

다른 장애인복지관을 설계해 본 경험이 있는지 문의하니 “대전장애인복지관, 성남장애인복지관을 해 보았다“고 답했다. 그곳도 휠체어장애인을 위해서 층마다 화장실이 남여 공용인지 문의를 하니 대답을 못 했다. 화장실 남여 공용으로 건립하는 것이 유행인지 문의를 하니 유행은 아니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비장애인 건물보다 못하고 휠체어 장애인들의 불편을 가중 시키게 설계를 왜 했느냐고 항의했다. 또 화재 시 탈출용 베란다도 안 만들어 놓고, 바깥으로 만들어진 경사로(램프)도 안 만들어서 장애인들은 화재시 몰살시키려는 것이냐고 따졌다. 그래서 계단에 미끄럼틀 기둥을 만들어 건물 안에서 탈출하라고(그것도 바깥이 아닌 안에서) 그렇게 만든 것이냐고 씩씩대면서 항의를 하였다.

전화를 끊고 멍하니 생각하면서 정말 장애인들의 의견을 반영하면 귀찮고 문제가 생기나 하는 생각에 화가 가실 줄 몰랐다. 하늘을 보면서 괜히 눈물이 핑 돈다. 이 땅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이 이렇게 힘이 드나 하는 생각에 마음약한 생각이 들자 늘 괴롭고 힘들 때 용기 주는 중증장애인들을 생각하면서 기운을 냈다.

▲ 계단에 미끄럼틀 탈출구를 만들어 놓아 장애인들은 이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 경기도장애인복지관은 바깥에 점자유도블록을 설치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법규에 어긋나 있었다. 사이즈 30x30의 큰 것 하나씩 설치를 하면은 문제가 없는데 20x20 크기의 작은 것 설치해 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청 장애인과에 항의하니 담당 공무원은 “잘못하여서 다시 설치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정말 한마디로 x판”이라고 하고 “경기도 장애인복지관 안팎으로 엉망이고 경기도 망신”이라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그는 “아직 준공검사가 안난 상태”라고 답했다.

나는 “공사를 다 마치고, 마무리 공사를 하면서 문제를 제기하자 다시 뜯어서 공사를 하겠다”고 하면 도민들 혈세 낭비와 장애인 불편 가중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항의했다. “당신 집도 건축업자가 이렇게 잘못 공사해서 다시 뜯어고치고 돈 달라고 하면 주겠느냐”고 물었다. “처음부터 장애인들 의견을 수렴하고 어떻게 공사하면 도민들 혈세를 낭비안하고 줄일 수 있는지 장애인들이 좀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생각 좀 하라”고 강력히 항의를 하고 돌아섰다.

돌아오면서 요즘 전국적으로 전염병처럼 퍼지는 장애인종합복지관 편의시설 및 화재시 대피시설 문제점을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나는 지치지 않고 전국 장애인복지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방송 언론에 보도 하면 고쳐지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중증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복지관을 기다리면서 열심히 뛸 것이다.

▲ 좁은 창문 옆에 완강기가 설치돼 있어 장애인들은 이용하기가 어렵다.

▲ 휠체어장애인용 화장실은 남녀공용으로 설치를 해 놓았다.

▲ 점자유도블록은 규격에 맞지 않아 다시 설치해야할 판이다.

▲ 화재시 대피시설이라고는 매우 조그만 이 베란다 뿐이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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