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 가면 근이양증장애인인 권오윤 권오웅씨 형제와 그 이웃 금춘가족들이 사는 모습이 참 정겹다.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형인 권오윤씨는 농아인인 아버지와 척주장애인인 부인과 함께 알콩 달콩 산다. 한 걸음 옮기는 것, 먹는 것마저 힘들어져 누워지낼 날이 저만치 보이는 같아도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의 시작은 늘 새롭다.

목에 커다란 혹이 있어 옛날이야기"혹부리할아버지"를 생각나게 하는 아버지는 말은 못해도 농사일이며 장에 다녀오는 일이며 든든한 한집안의 기둥으로 유쾌하고 신나게 시는 분이다. 척추장애인인 부인은 신장까지 좋지 않아 하루에 한번씩 투석을 하고 응급실을 이웃집보다 더 자주 드나들지만 혼자서 바깥외출이 어려운 남편에게 좋은 아내가 되지 못해 미안하면서 웃는 모습이 가냘프다. 남편을 깨우기 위해 아침마다 화장을 하는 어여쁘고 행복한 아내이다.

편지를 주고 받으며 장애를 가진 사람끼리 서로 보듬으면서 살자고 약속했던 그 첫 마음을 가훈처럼 여기고 사는 모습은 언제나 신혼같다. 형과 한 골목에 사는 권오웅씨 가족은 넷이다. 부인 선애 엄마는 '농민'지에 오웅씨가 보낸 글을 읽고 감동해 결혼하자고 무작정 찾아온 순애보를 지닌 투박한 경상도 아줌마이다. 온 가족이 장애인 집안에 들어와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으리라. 그리고 남매를 키우며 그 속에 힘들어 나오는 한숨과 눈물을 묻기도 하고 자신의 선택한 길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었는지 새기며 살았을 것이다. 그런 아내이기에 이따금 부리는 투정마저도 사랑스러워 하는 오웅씨의 아내 생각하는 마음도 이세상의 누구 못지 않게 크다.

형인 오윤씨보다는 장애가 훨씬 경한 오웅씨는 컴퓨터도 잘하고 글도 잘 쓰는 동화작가이다. 어린 시절 집을 나와서 온갖 고생을 다해본 까닭에 사람을 만나는 일을 소중히 여기고 만나는 사람마다 그의 이웃을 만드는 다정한 정을 가진 사람이다. 그렇게 만난 이웃들이 금춘 가족이다. 正心을 바탕으로 주어지는 현실에 거부하지 않으며 늘 꿈을 갖고 즐겁게 생활하여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삶에 행복을 심어주고 나아가자는 뜻을 갖고 오웅씨 곁에 모이기 시작한 금춘 가족이 이제 270여명, 今春이란 말처럼 금춘가족은 언제나 지금은 봄날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별 없이 서로 모여 온갖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싹틔우며 행복을 꿈 꾸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1년에 두 번 정도 만나는 그들이지만 오웅씨가 가족들을 위해 격달로 소식을 전해오는 금춘가족지를 받아 볼 때나 홈페이지(http://myhome.naver.com/geumchun/)에 들리는 날에는 나 역시 참 행복해진다. 잘난 사람도 없고, 못난 사람도 없는 사람들. 그저 옷깃 스친 인연을 잡아 소중한 만남을 이뤄 가는 금춘가족은 이 세상의 아픔을 사랑으로 변화 시시키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무딘 사람이라도 금춘.가족을 만나면 좋은 씨앗을 심지 않을까? 그리고 얼마 후에는 그 씨앗이 자라서 빛이 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아마 우리는 그들의 아름다운 만남으로 뿌려진 씨앗이 장애라는 것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고뇌와 갈등으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빛이 된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기를 기대해 본다.

최명숙씨는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 곰두리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0년 솟대문학 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은 절로 떠난다' 등 4권이 있다. 일상 가운데 만나는 뇌성마비친구들, 언론사 기자들, 우연히 스치는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 이들과 엮어 가는 삶은 지나가면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스스로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속에 기쁜 희망의 햇살을 담고 사는 게 그녀의 꿈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홈페이지 http://www.ksc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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