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나를 보고 부럽다고 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혀를 끌끌 차면서 아직 시집을 못 가서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면서 적당한 사람 만나 시집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친구에게 혼자 사는 게 뭐 그리 부러우냐고 물으면 친구들은 한결같이 끼니 걱정 안하고 눈치보지 않는 자유가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그녀들이 날마다 매 끼니를 챙겨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나보다 자유롭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다만 가족의 밥을 챙겨야 하는 것이 여자에겐 피할 수 없는 책임으로 여겨지고 늘 부담으로 남기 때문이다.

자유도 누가 구속해서가 아니라 뭔가 눈치보는 자유가 싫고, 혼자라는 것이 확실한 자유라고 믿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늦잠을 자도 뭐랄 사람이 없고, 누구도 참견하지 않는 자유, 조금의 외로움은 사치로 여겨지는 그런 자유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 산다고 해서 사람들의 생각처럼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골목슈퍼에서 매주 한 캔을 사도 조심스럽고, 집에 친구를 오라고 하는 일도 조심스럽고, 여러 가지로 생활하는데 날과 행동에서 절제해야 할 일도 참 많다. 이웃의 시선도 있지만, 혼자 살자면 나름대로의 스스로 지켜야 할 수칙이나 덕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친구들이 부럽다는 혼자만의 자유를 나는 설명할 수 없어 그냥 피식 웃고 말 때도 있다.

혼자 산다는 일의 가장 중요한 수칙의 하나가 자신의 건강에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만의 밥상을 차려야 한다는 일이 우울하고, 배고프고, 외롭고,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다.

혼자 살수록 억지로라도 잘 먹어야 건강을 헤치지 않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하다.

그러므로 혼자 사는 여자는 먹는 것에도 사치를 부릴 필요가 있다.

또한 언제 어디서건 혼자서도 잘 먹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타인의 시선이 무수히 꽂히더라도 먹는 것을 즐길 수 있는 용기가 지혜로움이요. 자존심이다.

배가 고프면 세상이 이쁘게 보이지 않음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다른 일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즐거운 식사는 삶에 대한 적극적인 표현이다.

나의 한끼 식사를 위하여 나물을 무치고. 생선을 굽는 일이 아직도 낯설고, 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몸과 정신이 건강하게 현실을 바로 보고, 혼자 사는 여자로서 챙겨야 할 수칙을 잘 챙겨가며 사는 일이다 .

혼자 사는 여자라면 약간의 사치와 약간의 건방짐을 무기로 삼을 줄도 알고, 혼자 사는 일을 외로움이라 말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혼자만의 당당함을 지녀야 한다.

최명숙씨는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 곰두리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0년 솟대문학 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은 절로 떠난다' 등 4권이 있다. 일상 가운데 만나는 뇌성마비친구들, 언론사 기자들, 우연히 스치는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 이들과 엮어 가는 삶은 지나가면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스스로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속에 기쁜 희망의 햇살을 담고 사는 게 그녀의 꿈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홈페이지 http://www.ksc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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