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3-06-10 00:02:34
모과나무에는 나이테가 없다.
천살 나무나 한 살 나무나 무엇이 다를 것이 없다.
굵은 가지를 지나 간간이 달린 작은 가지 끝에 하나씩
분홍빛 꽃 둥글게 필 즈음이면
못생긴 모습대로 한자리에 사는
권 선생 부부가 그립다.
아무나 볼 수 없는 모과꽃이 펴서
전생에 지중한 인연으로 마음의 한자리에
물처럼 흐르고 깨달음에 이르지 아니하더라도
어제를 돌아보는 것이
험한 고개의 중간쯤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일이라는 것을
권 선생은 굳이 말하지 않는다.
이 세상을 어찌 살아가느냐고 말하는 게 아니란다.
길 없는 길 끝에 서본 사람이면 안단다.
나이테 없는 나무가 사람 드문 곳에서
찰나에 피고 지는 꽃을 본 사람이면 안단다.
최명숙
(cmsook10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