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으로 사람과 사물의 진실한 모습을 보게 되고, 마음의 귀가 열려 진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은 얼마나 즐겁고 근사할까요?

듣고 본다는 것, 만지고 느낀다는 것, 그것은 다름 아닌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구성요소 일테니까요.

이것이야말로 인생을 사는 즐거움이요. 그 깊이와 정도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지고, 기쁨과 슬픔을 재는 척도가 된다는 사실을 누구나 잘 알고 있지요.

눈앞에 보이는 것에 대해 어떠한 잣대를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보았느냐는 참 중요합니다. 어느 위치에서 어느 시간에 어떠한 마음으로 무엇을 바라보았는가에 따라 달라 보이겠지요.

그리고 누구와 함께 바라보는 가도 참 중요할 것입니다.

함께 바라보고 같은 것을 느낀다는 것이 곧 바라보는 것을 통해 서로를 공감하는 사랑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이서 함께 있다하여도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요.

같은 맘으로 함께 있다 하지만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며, 함께 바라본다 하여도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느끼는 빛깔이 전혀 다를 수 있어서 함께 바라보는 일이 서로의 불협화음의 원인 되기도 합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일보다 사람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그렇습니다.

이 사람 눈에는 그늘이 져 보이는데 한 사람 눈에는 그늘이 져 보이지 않고 어떤 사람의 눈에는 선해 보이는 사람인데, 어떤 사람 눈에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것이 다 어떤 사물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각자가 이원론적 잣대를 가지고 있는 이유라 말할 수 있겠지요.

누군가와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 눈앞에 푸르게 펼쳐진 숲을 바라보는 일과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고개를 들면 하늘과 뭉게구름, 들꽃들의 향기롭고 황홀한 인사, 그리고 조건 없이 가슴에 와 안기는 계곡물 소리와 산새소리, 어떤 마음도 받아들여 주는 울창한 숲은 산 아래의 세상 풍경과 사뭇 달라 사람의 시선과 마음을 하나로 만들어 줍니다.

마음 한 자락 접어놓고 한결같은 숲을 바라보듯이 세상을 바라본다면 사람 사는 풍경도 다를 게 없을 텐데요.

함께 있는 사람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에 대하여 공감하게 되었을 때 아마도 그 순간 둘이 아닌 하나가 되는 것일 테이지요. 자연을 바라보았을 때처럼 사물에 대한 이원성의 마음을 없앤다면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마음의 잣대를 없애고 늘 똑같은 숲을 향한 눈빛으로 우리 함께 세상을 바라보아요.

우리들 마음을 초록빛으로 깨우고 시선을 하나로 함께 바라보는 세상은 아름다워 보일 테니까요.

최명숙씨는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 곰두리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0년 솟대문학 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은 절로 떠난다' 등 4권이 있다. 일상 가운데 만나는 뇌성마비친구들, 언론사 기자들, 우연히 스치는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 이들과 엮어 가는 삶은 지나가면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스스로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속에 기쁜 희망의 햇살을 담고 사는 게 그녀의 꿈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홈페이지 http://www.kscp.net/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