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 서울역을 출발해 부산으로 가는 새마을호 열차가 영등포역에 정차하기 위해 진입하는 순간 하행선 플랫폼 중간의 안전선 밖으로 나와 놀던 10세 가량의 어린이를 목격하고 선로에 뛰어내려 어린이를 구하고 자신은 미처 피하지 못해 두 발목을 잃은 영등포역 열차운용팀장 김행균씨의 아름다운 살신성인 소식이 온 나라안에 전해졌다.

발목이 잘리는 중상의 고통 속에서도“아이는 괜찮으냐”고 세 번이나 물었다고 덧붙인 소식은 위험에 처한 고객을 살린 김행균씨의 용감한 행동과 아름답고 고귀한 희생으로 주말 내내 우리의 옷깃을 여미게 하였다.

신촌연세병원에서 절단된 왼쪽다리의 접합수술을 하고, 치료받고 있는 김행균씨의 언론보도사진은 장애인으로 평생을 살아야 할 지도 모르고, 가족들 또한 그 짐을 나눠지고 가야 하는 일이기에 그 고귀한 희생에 대한 존경과 안타까운 마음이 점점 더해 감을 막을 수 없었다.

평소 주위 사람들로부터 책임감이 강하여 남다른 성실성을 인정받아 온 김행균씨였기에 그의 살신성인 행동은 갑자기 돌발적으로 불쑥 나온 것이 아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대선자금 문제나 공무원 비리, 자살, 납치 소식 등 어두운 소식 연일 이어지고, 이웃들의 얼굴조차 모르고 사는 이사회의 이기적인 세태 속에서 청량제와 같고, 따듯한 이웃이 살아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그리고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 사회가 지켜지고 아직 희망을 가진 사회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사이버공간에서’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씨의 감동적인 선행에 대한 찬사와 함께 빠른 쾌유를 빌며 돕고자하는 네테즌들의 글이 끊임없이 오르고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치료비 전액을 보상 등 김행균씨를 위한 소식이 들려온다,

한편으로 김행균씨가 구한 아이의 소식은 어떻게 됐을까 자못 궁금하다.

철도청은 이 아이가 부산행 새마을호의 승객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사고 당시 영등포역 구내와 열차 내부 등에서 안내방송을 한 것은 물론 사고 열차 안에서 종착역에 도착할 때까지 안내방송을 했으나 결국 아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도 그 아이나 그 부모가 자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는 이 아이가 누구였나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행균씨도 노모와 아내, 두 자녀를 데리고 단란한 가정을 꾸려온 가장이다. 다시는 아버지와 공원에 나가 공을 차지도 못하고 뛰어 놀 수 없을지 모를 김행균씨의 두 자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게 저려오고, 장애인으로 살기엔 어려움이 너무 많은 우리의 현실이 답답해진다.

모든 사람들은 기다리고 있다. 아름답고 값진 희생으로 자식의 목숨을 구한 어린이의 부모가 김행균씨를 직접 찾아가, 늦었지만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사고 당시는 경황이 없고, 기차시간에 쫓기어 사고가 난 줄도 모르고 그냥 기차에 올랐고, 지금은 김행균씨와 그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너무 크고, 세인의 이목이 두려워 선뜻 나서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면, 진정한 용기를 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그래서 아이의 소식을 궁금해하는 모든 사람에게 김행균씨를 찾아와서 진정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최명숙씨는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 곰두리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0년 솟대문학 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은 절로 떠난다' 등 4권이 있다. 일상 가운데 만나는 뇌성마비친구들, 언론사 기자들, 우연히 스치는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 이들과 엮어 가는 삶은 지나가면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스스로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속에 기쁜 희망의 햇살을 담고 사는 게 그녀의 꿈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홈페이지 http://www.ksc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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