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리니행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11월은 내게 영원히 기억 속에 남으리

내 기억 속에 남으리

카테리니행 기차는 영원히 내게 남으리

함께 나눈 시간들은 밀물처럼 멀어지고

이제는 밤이 되어도 당신은 오지 못하리

당신은 오지 못하리

비밀을 품은 당신은 영원히 오지 못하리

기차는 멀리 떠나고 당신 역에 홀로 남았네

가슴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남긴 채 앉아만 있네

가슴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창밖에 나무들이 모두 나목이 되어버린 11월의 끝자리에서 듣는 "기차는 8시에 떠나네"는 가슴 한구석이 비어가듯이 애잔하다

그리스의 가수 아그네스 발차가 부른 것을 조수미가 번안하여 부른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을 듣고 있으면 기차가 섰다가 떠난 플렛포옴에 기다릴 사람이 있는 듯,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기약 없는 길로 떠나보낸 이의 마음이 된다.(아그네스 발차의 노래로 들어도 감동은 마찬가지다)

낯선 사람끼리 어깨 부딪는 스침으로 느끼는 삶의 쓸쓸한 흔적 같기도 하고 , 그저 선율만으로도 애절함이 녹아드는 그런 노래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이별하는 곳은 어디든지 카테리니가 되는 것을, 사랑을 애절하게 그리워하는 사람의 뒤에는 언제나 쓸쓸한 기차역이 있지 않을까.

이 곡은 '그리스의 민중음악작곡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Mikis Theodorakis)가 작곡한 곡으로 우리 나라에서는 1998년 SBS 특별기획드라마 '백야의 OST 곡으로 삽입되었었고, 소설가 신경숙의 번안으로 조수미의 음반 "only love" 에 수록되어 두 사람의 예술적 우정이 돋보인 곡이기도 하다.

그리스의 혁명과 아픔을 담고 있는 이 곡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90년대의 대표적 작가인 신경숙의 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에 스며들어 시대와 생의 어두운 길목을 서성이고 있는 듯 하다. 소설의 제목도 이 곡에서 기인한 것일 것이다.

신경숙의 소설에서 보면 이 곡은 암호이다. 시장통 구석의 노을다방, 한 여자가 디제이 박스 안으로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7시에 떠나네"로 적어 노래를 신청한다, 디제이가 기차는 7시에 떠나네로 소개를 하면서 음악이 흐르면 일요일 7시에 모임을 갖게 된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찾은 시간 속에서 시대의 폭력이 갈라놓은 진실한 사랑, 다른 여자가 낳은 모자란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남자가 그리스의 민중가요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속에 서 있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우리의 생은 흐르는 세월과 더불어 누적되어 가는 망각 속에서 희미해져 가는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가 겪었을만한 사랑과 열정, 기억과 잊혀짐에 대하여, 애써 희망을 말하고자 하지만 세월 속에 묻어 가는 것이다.

이 노래를 들으며 어떤 이는 백야에서처럼 아픈 상처를 떠올리며 아파하고, 어떤 이는 떠난 이를 찾아 여행을 가고 싶은 충동을 받을 것이다. 도 다른 이는 잊혀지는 거들에 대하여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우리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우리들의 생에 마지막 기차를 기다라는 삶의 기차역에서 잊혀져 가는 시간을 후해 하지 않기 위하여 희망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른다.

11월이면 흥얼거려지는 "기차는 8시에 떠나네"처럼 세월은 그리움과 아픔도 되고 더러는 망각이 되어 흘러가고 있을 뿐인데….

최명숙씨는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 곰두리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0년 솟대문학 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은 절로 떠난다' 등 4권이 있다. 일상 가운데 만나는 뇌성마비친구들, 언론사 기자들, 우연히 스치는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 이들과 엮어 가는 삶은 지나가면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스스로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속에 기쁜 희망의 햇살을 담고 사는 게 그녀의 꿈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홈페이지 http://www.ksc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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