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포스터.

눈오는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꼭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 할 것 같은 느낌의 영화가 바로 러브 액츄얼리이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는 일요일 오후, 첫눈이 오면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내리지 않은 첫눈에 대한 기다림과 겨울 추위를 녹여줄 누군가를 만나는 기분으로 본 영화라 더욱 따듯했는지도 모르겠다.

월요일 아침, 전날에 본 영화의 자잘한 감동의 조각들이 가슴속에서 아직 파닥거리다가 마법이라도 부린 듯이 기다리던 첫눈이 내렸다.

이 영화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다, 조금은 진부할 수도 있는 10개의 사랑의 조각들을 순간을 놓치지 않는 유머와 근사하고 빈틈없는 대사를 이용하여 로맨틱하면서 위트가 넘치는 사랑이야기로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화려한 출연배우들의 연기력이 특별한 조화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센스 앤 센서빌리티, 노딩힐에 출연했던 밉지 않은 바람둥이 같은 휴 그랜트, 쉰들러리스트의 리암 리슨, 센스 앤 센서빌리티에서 연기가 돋보였던 엠마 톰슨,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변호사 연기가 매력적이던 콜린 퍼스 등 각자의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지닌 유명배우들이 출연한 것만으로도 마음을 끌리게 하는 영화였고, 미스터빈의 로완 이킨슨의 짧은 출연도 약방의 감초처럼 영화의 감칠맛을 더하게 하였다.

새로 임명되자마자 평범하고 귀여운 부하여직원 나탈리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져버린 미혼의 영국 수상의 사랑이야기. 바람둥이 여자친구와의 이별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남부 프랑스로 떠나는 영국작가 제이미가 포르투갈 여인 오렐리아를 만나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사랑이야기.

두 아이를 키우며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면서 다정다감하지 못한 남편 해리의 주머니에서 하트목걸이를 발견하고 가슴 설레며 기다린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신에게 올 선물이 아님을 알고 외로와 하는 아내 캐런과 남편 해리의 중년의 사랑 그리고 또 다른 여자의 사랑이야기.

제일 친한 친구 피터의 신부 줄리엣이 서운해 할 정도로 냉정하면서도 피터의 결혼식 날에 친구의 아내가 되는 줄리엣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득 채워진 웨딩촬영을 해주며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가슴아픈 남자 피터의 사랑이야기.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새 아빠 다니엘은 11살 짜리 아들 샘에게 좋은 새 아빠가 되고자 노력하다가 말수가 적어진 아들이 같은 반 여자친구를 향한 첫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음을 알고 샘을 다독이는 부자의 사랑, 새 아빠 다니엘의 호응 속에 여자친구를 위해 드럼연습을 하는 11살 짜리 샘의 귀여운 사랑이야기.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료를 오랫동안 짝사랑하며 번민하는 사라의 짝사랑이야기.

퇴물 록가수이지만 자기만의 스타일로 음악 생활을 계속해온 늙은 록커 빌리와 그와 고생을 함께 하며 음악인생을 같이 해온 매니저 조와의 우정 깊은 사랑이야기.

우리는 일생 동안 잊을 수 없고, 후회스럽고, 황홀하며, 때로는 반갑지 않고, 마음을 아프게 하며, 설명할 수도 없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기도 한 여러 가지 다른 삶의 모습들을 만들고 산다. 그런 삶의 모습은 사랑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서 늘 존재하고 있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도 특별나지 않은 사람들의 그렇고 그런 삶과 사랑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의 곁에 늘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영국 수상에서부터 11살 샘까지, 사랑에 빠진 주인공들은 적당히 어수룩하고 적당히 용감하여 사랑하는 이에게 혼란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스스로 가슴을 졸이기도 하지만 사랑의 끈이 이어지는 순간부터 그들에게는 행복의 환타지가 쏟아지고 그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그래서 세상을 따듯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의 이별과 만남이 공존하는 공항에서 사람들의 삶과 사랑은 로맨틱하고, 유쾌하고, 우연한 만남에 의해 달콤하고 쌉싸름하게 서로 충돌하다가 뒤섞이면서 마침내 크리스마스 이브에 다들 만나서 수백 조각의 사랑의 완성을 보여준 마지막 장면은 커다란 사랑의 모자이크를 만들었다.

이 영화가 있음으로 해서 연인들의 이 겨울은 따듯하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최명숙씨는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 곰두리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0년 솟대문학 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은 절로 떠난다' 등 4권이 있다. 일상 가운데 만나는 뇌성마비친구들, 언론사 기자들, 우연히 스치는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 이들과 엮어 가는 삶은 지나가면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스스로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속에 기쁜 희망의 햇살을 담고 사는 게 그녀의 꿈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홈페이지 http://www.ksc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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