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이 뉴스에 나왔다.

TV속의 나를 보고 있는 내 모습이 불안하고 조마조마하다.

내가 여자였다면 알몸을 드러낸 행위와 진배없다.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은 뒤로한 채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나 혼자 잘살려고 이런 짓을 한건 아니다.

이건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짓이 아니다.

더더구나 나같은 안면부 화상환자가 감히 TV에

나올 생각을 다 했다니...

내가 진짜로 했을까?

내 잃어버린 얼굴과 잃어버린 세월을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걸

너무도 잘 안다.

하지만 내가 지금 품고 있는 간절한 소원이 하나 있다면

돈도 명예도 아니다.

정상적인 본래의 내 얼굴로 수많은 인파속에서 시선을 맞아가며

당당하게 걸어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은 내가 죽을 때까지 이룰 수가 없다.

수술을 하면 지금보다야 나아지겠지.

내가 언론에 완전히 노출이 된 순간 난 복잡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내 인생이 너무도 서글퍼지려한다.

잃은게 너무 많고 어머니께 그리고 내 가족에게 희생을

강요하게 되어 죄송할 뿐이다.

한강성심병원의 환자들이 모두 내 책을 읽었나보다.

오늘 촬영하러 병원에 들렀더니 여기저기서 소근소근댄다.

"잃어버린 내 얼굴"의 저자 김 광욱이라며 줄을 서며

사인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내가 소위 스타가 되어버린 것이다.

난 얼굴로 인해 이 사회의 이중성을 경험했다.

유년시절 내 얼굴이 흉하다면서 돌을 던졌을 때

그리고

흉한 얼굴을 한 유명인사의 사인을 받으려고 줄을 설 때의

상황은 너무도 다르다.

지금의 내 자신의 상품가치가 있을 때 언론의 관심을 받다가

나중에 시간이 가면서 그들의 기억으로부터 난 서서히 잊혀져 갈 것이다.

그리고 언제 유명했었냐는듯이 난 또다시 무시당하고 말것이다.

내 작은 여린 감성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런지...

난 결코 강하지 못하다.

약한 내 모습을 숨기고 강한 척 했을 뿐이다.

다친 얼굴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위한 생존방법이었다.

내 솔직한 감정대로 살았다면

내 가족들도 친구들도 주위사람들도 힘들었을 것이고

나에게 사랑과 관심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부담이 되고 어깨가 무겁다.

오늘 미용실에서 삭발을 또 했다.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미칠것만 같다.

내일부터 밖에 나서기가 조금은 의식이 될 것같다.

사는게 힘들다.

그러나 난 힘들다고 말해선 안된다.

김광욱씨는 현재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비상근간사로 일하고 있다. 1살때 연탄구덩이에 떨어진 장난감을 주으려다 구덩이에 머리부터 빠지는 바람에 화상장애인이 됐다. 그는 조선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학원강사 등으로 취업을 하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그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능력때문이 아니라 얼굴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정부과천청사앞에서 화상장애인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1인시위에 나서는 등 화상장애인 인권확보를 위해 세상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그는 또 지난해 5월부터 테스란 이름으로 취업전문 사이트 인크루트에 취업실패기를 연재한 적이 있다. 그 사이트에 올린 180여건의 경험담은 최근 '잃어버린 내 얼굴'이란 제목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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