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안성 삼촌 댁에서 일박을 하고 안성 한 후배네 집에서 일기를 써본다.

왼쪽 한팔만 가지고 살아가는 후배가 대견스럽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경추 5번 6번을 다쳐 손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후배.

허리도 다리도 마비가 되어 늘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한다.

그래도 그 후배의 얼굴에는 미소가 있다.

나보다 더 힘들텐데...

내가 그 후배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가정 방문해서

이야기 동무가 되어 주는 것이다.

자주 찾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틈나는대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후배의 마인드는 완전히 오픈 마인드다.

사람이 살면서 말이 통하는 사람을 구하기 쉽지가 않다.

신체적 장애가 있더라도 정신적 장애가 없다면

충분히 재활의 의지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어디 그러기가 쉬운가.

그건 장애인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어제 저녁부터 새벽까지 난 작은 거인의 슬픔을 경험했다.

이것이 인생이다 라는 프로를 통해

인간의 인생 그리고 역경 그리고 눈물을 보았다.

천형과 같은 왜소증을 안고 살아가는 삼촌

그리고 다시 두 딸들에게 되물림이 되고 마는 현실

장애인 두 딸들을 버리고 떠난 숙모

지금은 탈랜트가 되어 종횡무진 활약을 하고 있지만...

평화 공연단에서 새로 만난 새 숙모.

키가 작은 남편 그리고 역시 작은 두 딸과 가족을 이루며

쉽지 않은 길을 택해야만 했던 새 숙모가 위대해 보였다.

지금은 자궁암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계신다.

부디 삼촌 가정에 화목과 화평 그리고 놀라운 축복이 함께 하길 바란다.

내 안에 갇힌 나.

다시금 나를 부끄럽게 만든 삼촌.

새로운 인생을 그려 나갈 나.

다시 또 다짐하는 나.

엿장수 삼촌이 살아 남기 위해 펼친 곡예 그리고 위험한 불쑈

두 딸의 구성진 트롯의 슬픈 멜로디가

내 눈가에 선하다.

헝겊이 조각 조각 달라 붙은 옷을 입고 가위질을 서슴없이 하시는

각설이타령의 새숙모의 힘찬 맨트가

나의 삶을 순간 지배해 버렸다.

삼촌의 공연 늘 성공적이길...삼촌 화이팅~~~~~~~

김광욱씨는 현재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비상근간사로 일하고 있다. 1살때 연탄구덩이에 떨어진 장난감을 주으려다 구덩이에 머리부터 빠지는 바람에 화상장애인이 됐다. 그는 조선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학원강사 등으로 취업을 하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그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능력때문이 아니라 얼굴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정부과천청사앞에서 화상장애인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1인시위에 나서는 등 화상장애인 인권확보를 위해 세상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그는 또 지난해 5월부터 테스란 이름으로 취업전문 사이트 인크루트에 취업실패기를 연재한 적이 있다. 그 사이트에 올린 180여건의 경험담은 최근 '잃어버린 내 얼굴'이란 제목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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