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전 황제 : 주호종님의 포토앨범

우리 사회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제일먼저 접하는 장애인이 심학규 즉 심봉사가 아닐까 싶다. 몰락한 양반가문의 허세에다 어눌하고 주책없고 가난뱅이 심봉사는 갓난장이 심청이를 안고 동냥젖을 얻어 먹여 키웠다.

심청이가 자라자 딸에게 동냥질과 삯일을 시키다가 개울에 빠져 자신의 처지는 생각도 하지않고 자기 눈뜨고자 공양미 삼백석 시주를 약속하여 결국 심청이가 팔려가게 된다. 딸 팔아 먹고 얼마간의 돈이 생겼으나 뺑덕이네에게 다 털리고 거지가 되어 맹인잔치에 나타나 그리운 딸을 만나 눈을 뜨는 심봉사 심학규 말이다.

오랫동안 장애인복지 일선에서 일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심봉사에게서 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길에서 장애인을 만나면 불쌍하고 더럽고 무섭고 징그러워서 피해 가는 이상한 나라 사람으로 취급한다. 그 이면에는 엄동설한에도 맨발로 지하도나 육교에서 엎드려 구걸하는 장애인들의 처량한 모습과 이 같은 장애인들의 어렵고 힘든 상황들을 확대 재생산 해내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도사리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일년에 한 두 번씩은 어떤 식으로든 접하게 되는 심봉사의 모습이 우리들 의식에 깊이 각인 되지 않았나 싶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들 의식에 부정적으로 심어진 심봉사의 불쌍하고 가련한 누더기를 벗겨내고 알록달록 새옷을 입혀 함께 울고 함께 웃을 수 있는 허물없는 이웃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싶다. 우리 모두는 운명공동체니까.

'삶의 질'을 논하는 복지사회에서도 국가나 사회는 그 직무를 유기한 채 아직도 심청이의 지고지순한 효성에만 과중한 짐을 지우고 있다. 이제 심청이의 어깨에 걸린 그 무거운 짐을 우리 모두가 조금씩 덜어내어 나눠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별을 안을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를 비우고 서로 나누어서 사랑하고 용서하고 화합하는 상생의 참 세상으로 가는 길에 잠깐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작은 바람의 시작이다. 어쩌면 그날은 영원한 바람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경상도 심청이] 이야기는 보통사람이 장애를 입고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과정을 경상도 땅에서 조선후기를 시대배경으로 현대적 장애인복지 관점으로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이복남 원장은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는 결코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이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원장은 또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하는 아름다운 마음 밭을 가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일성은 이 원장이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 장애인이 받고 있는 불이익을 현장에서 몸으로 뛰며 실천하면서 얻은 교훈이다. 이복남 원장은 현재 장애인 상담넷 하늘사랑가족<하사가>를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 홈페이지: http://www.988-7373.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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