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오클랜드라는 도시에 갔었다. 기독교 방송에서 장애인선교를 알리는 방송을 하기 위해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방송국으로 들어갔다. 편안 마음으로 방송을 끝내고 주차장으로 나왔다. 그런데 차는 온데간데 없었다. 이유가 뭘까? 순간 눈 앞에 표지판이 보였다.

A.M.10:00-P.M.14:00. 이것이 끝이었다. 결국 오후 1시에 주차를 하고 2시 30분에 나왔을 때에는 가차없이 불법주차한 차량을 견인해가고 만 것이다. 법의 단호함. 나는 벌금과 주차료까지 합쳐서 100달러를 주고 차를 찾아왔다.

뉴욕에서의 일이다. 널찍하게 펼쳐진 공원 안에는 화장실, 놀이기구 등 가장 가까운 곳에 지나칠 정도로 많은 곳에 장애인 전용주차공간이 그려져 있었다. 질서정연하게. 아무도 그 자리에 주차를 하지 않았다. 종종 일반 차량이 가득했어도 '가끔' '잠깐 동안' 주차를 하는 차량은 볼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벌금이 500달러에 가차없이 견인해가는 단속이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았지만 잽싸게 달려오는 토잉카(견인차)는 경찰 이상의 강한 권력으로 장애인 주차장에 불법주차한 차를 견인해 간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장애인 주차장에 불법주차를 하면 2시간 이상일 경우 12만원의 벌금을 문다. 이러한 벌금은 1주일이되고, 1년이 되도 벌금은 동일하다. 마치 벌금이 아니라 주차요금을 내는 느낌이 든다. 문제는 이러한 벌금을 낸 사람이 있는지, 이러한 불법주차를 단속한 사례는 얼마나 될까? 게다가 주차단속은 구청에서 한다. 경찰도 자기 관할이 아니라고 나몰라라 한다. 주차경비원도 자기 관할이 아니란다. 게다가 멀쩡한 사람들이 장애인 주차 마크를 부착하고(아니 어떤 사람은 이니 탈착식이다. 코팅해서 필요할 때에만 제시한다) 당당하게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한다. "누가 장애인입니까?"라고 물으면 "우리 아버지가요." 그 때 "야 임마 내가 장애인이냐?" 라는 반문이 연속된다. 그래 달러도 복사하는데 장애인 마크 정도야 위조는 누워서 떡먹기지. 왜 이런 일이 생길까? 그나마 있는 법규조차 솜방망이 법이요, 강력한 단속이 없었기 때문이다.

과연 탈착식으로 만들었다 해도, 단속이 없는 이 제도가 무슨 효력을 발생할까? 또 복사하지 않을까? 단속도 없는데 법을 어기는 것이 무슨 불이익이 될까? 장애인 가족을 빙자해 장애인 전용주차 구역을 함부로 이용하는 비양심이 살아있는 한, 단속하지 않는 솜방망이 제도가 있는 한 제도는 무의미한 것이다. 나는 미국 사람이 한국사람보다 양심적이라고 믿지 않는다. 믿는다면 그들은 법대로 시행한다는 것이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법을 지키나 법을 안지키나 똑같다. 가끔 법을 지킬 때 더 손해를 본다고 느껴지는 때도 많다. 따라서 제안을 한다.

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장애인 마크를 가지고 전용주차구역에 차를 댈 경우 사진을 찍어서 고발하면 5만원을 주는 제도를 만들다. 카파라치 제도를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온전히 지킬 때 까지 한시적으로 강력하게 사용하자. 그래서 장애인 흉내를 내서 장애인으로 하여금 불이익을 받게 하거나 장애인을 빙자해서 장애인의 이익을 가로채는 자, 그리고 장애인 가족이라 하여 장애인의 불편을 나몰라라 하는 파렴치한 자는 법의 심판을 받게 하자.

나는 이 제도를 사용하게 되면 많은 장애인들이 카파라치 역할을 하여 그들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일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장애인의 권리는 장애인에 의하여 쟁취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고용효과도 기대하고. 물론 이러한 제도가 실시되어도 장애인들의 고용효과에 도움이 안되면 그만큼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동시에 탈착식 주차카드를 만들 때 복사가 불가능하도록 만들자. 악용하는 사람은 강력한 법적 제재를 받도록 하자. 정말 장애인 전용주차 구역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이용하도록 하자. 아마도 불편한 아버지를 이용하여 차를 구입하고 LPG를 부착한 뒤, 멀쩡하게 쇠로된 양심을 달고 여전히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를 단속하기 위해서는 탈착식 카드가 있다 하여도 그 장애인이 차에 탑승하지 않으면 주차를 금하도록 하고, 이를 고발할 경우에는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이제 7월이면 3개월도 채 안남았다. 간절히 요구한다. 장애인을 빙자하여 장애인에게 불편함을 가중시키는 장애인 가족이 들장하지 않기를…. 장애인 관련 기관 단체장이 안생기기를…. 그리고 탈착식 장애인 주차 마크를 엄격히 심사하여 발급해서 남발하지 않도록….

언제까지 이렇게 부끄러운 글을 써야 하는가? 오늘도 고속도로 휴게실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에 차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모두 멀쩡하다. 신체적으로. 아마도 정신적 장애인들일 것이다. 그러나 왜 이들에게 면허증을 발급했을까? 대답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해가 안된다. 우리는 깊이 생각해야 한다. 제도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할 것인가를.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