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에 대한 용어의 변천은 우리 시대의 장애인관을 대변하고 있다. 부정적인 면에서 긍정적인 면으로, 개인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관점으로, 선천적인 측면에서 후천적인 측면으로 변화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한자를 사용하는 국가들 안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표기는 서로 상이하다.

일본은 장해인(障害人)으로 표기하고, 중국은 잔질인(殘疾人)으로 표기하며, 대만은 장애인(障礙人)으로 표기한다. 한국은 장애인(障碍人)이다. 이렇게 상이하게 표기하는 데에는 각국의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배경들이 담겨져 있다.

이미 영어로는 1980년 WHO의 세 가지 분류 즉 Impairment, Disability, Handicap으로 구분된 이후 1999년 Participation, Activity의 차원에서 다시금 장애를 분류하고 있다.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WCC 등 세계 기구에서는 Differently Abled Person, 미국장애인 법에서는 Person with Disability, 그리고 Social Challenge라는 표기로 장애를 병리적 관점이나 불리라는 측면보다는 강점(Strength) 관점에서 재정의 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를 살펴 보면 '장애인'에게 있어서 '인'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노력보다는 '장애'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노력이 더욱 돋보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면에서 우리의 '장애자'→'장애인' 그리고 이외의 다른 표현을 사용하려는 노력과는 상이한 노력이라는 면에서 오히려 더욱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 나라에서 과거 문헌과 일상생활에서 장애에 대한 부정적 표현을 통해서 장애인을 비하하고, 편견을 조장했던 표현들이 난무했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들을 불식하고 새로이 표기했던 용어가 장애자요, 이후 장애인으로 변화되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발전이라고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본질적으로 변화된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면 지나치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여기에 ○○○○ 연구소가 주장하는 '장애우'(障碍友)라는 표현 역시 무엇이 달라졌다고 하는가?라는 질문에 역시 본질은 변화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기독교에서 성경의 장애인 표현을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번역하여 출판을 한 것이 '표준 새번역 성경'이다.그러나 그 고쳐진 내용을 보면 '소경→시각장애인', '벙어리→농아인', '절뚝발이→지체장애인' 정도의 내용이다. 한글을 한자로 표기하면 그 내용이 한층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뀐 것인가? 이러한 논리가 합당하다면 이는 한자에 대한 사대주의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논의 가운데에는 여전히 '장애'를 무엇으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장애' 이 자체가 '걸림돌'이라는 뜻이다. 왜 이렇게 부정적인 단어는 놔두고, 자(者)를 인(人)으로 변화시키는데 목숨을 걸까? 놈 자(者) 보다는 사람 인(人)이 한 층 낫다고 주장하면, 학자(學者)도 학인(學人)으로 바꾸어야 하는가? 이는 한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처사이다. 사람 인(人)을 벗 우(友)로 바꾸면 더 나아지는가? 차라리 과거에 사용했던 동무라는 단어는 어떠한가? 이러한 논의는 장애자, 장애인, 장애우에 담겨있는 본질적인 부정적 의미를 변화시키지 못한다.

우리는 다시금 노력해야 한다. '장애' 이를 무엇으로 바꾸어야 하는가?

실제로 장애인이란 용어 말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장애인과 정상인', '장애인과 일반인'이라는 용어의 통일도 되어 있지 않다. 이 또한 '장애'라는 단어를 보다 긍정적이고, 강점 중심의 한글 용어로 바꾸지 못한데서 일어나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장애' 이 용어를 보다 바람직한 용어로 바꾸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때까지는 법적 용어인 '장애인'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왜곡된 본질을 놔두고, 부수적인 것을 바꾼다고 해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관점과 인식이 바뀌어지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장애인'라는 용어 대신이 '해냄이'(the Abled)라는 용어를 제시해본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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