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다의 여러 도시에 있는 장애인 시설을 돌아보기 위해서 뱅쿠버, 캘거리, 그리고 터론로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All Challenge, All Abilities"라는 말이 뜻하듯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표현은 눈에 띄지 않았다. 특히 "장애인만을 위한 시설"을 찾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렇듯 통합된 사회가 지향해야 할 관념이 아니라 누리고 있는 현실이었다.

유럽이나 미주나 선진국가를 가게되면 각층에 적어도 룸 1개씩은 장애인이 이용하기 편리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것이 대형 호텔이든, 체인점 형식으로 되어 있는 모텔이든 관계없이 모든 숙박시설은 장애인이 이용하기 편리한 시설을 갖추게 되어 있고, 실제적으로 갖추고 있으며, 그 시설을 이용하고 돌아왔다. 굳이 "저는 장애인이니까.."라고 말하지 않아도 프로트에서 알아서 그 방을 지정해 주었다.

선진국가의 샤워실은 바닥에 하수구가 없다. 바닥이 카페트나 타일 형식을 되어있다. 그래서 욕조에서 물을 넘쳐 흘러서 바닥에 흘러내릴 경우에는 카페트가 손상되거나 거실에까지 흘러들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그런에 장애인이 이용하기 쉬운 샤워실은 바작에 하수구가 있다. 욕조 대신 벽에 단단하게 붙어있는 의자가 있다. 그래서 휠체어에서 자연스럽게 이동해서 의자에 앉아 샤워를 하고, 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염려하지 않게 만들었다. 혹은 조그맣고 단단한 의자를 배치해서 욕조에 의자를 놓고 샤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리하여 욕조 안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들이 말하는 통합(Integration, Inclusion)은 단지 일반인과 장애인이 함께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장애인이 접근하고 이용하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도록 만들어 놓은 것을 통합이라고 한다. 장애인이 불편함을 느낄 때, 그것은 통합이 아니라 섞어찌개(Mixed society)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 캘거리의 어느 음식점에서의 일이었다.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하여 휠체어를 타고 복도 끝에 있는 화장실로 돌진했다.(급해서). 그런데 다른 시설의 화장실문에는 "Push to open"이라고 되어있지만, 여기에는 그러한 표시도 없고, 문이 무거워 건장한 나의 힘으로 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애인과 식사를 하던 캐나다인이 나에게 갑자기 뛰어 왔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내가 완전히 들어갈 때 까지 기다렸다. 그의 행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계속 기다리겠습니다". 미안했지만, 나는 일을 다 보고 나왔다. 그는 끝까지 문을 열고 기다렸다. 애인과의 대화도, 중단된 식사도 나로 인하여 모두 중단되고 말았다. 나는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아닙니다. 이 문이 당신에게 핸디캡(Handicap)이 되었습니다." 내가 핸디캡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 문이 핸디캡이었다는 그의 말. 거기에는 "이 문을 만든 사람디 당시에게 핸디캡을 제공했기에 내가 그 핸디캡을 잠시 제거한 것 뿐입니다."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비록 문이 핸디캡이었지만, 거기에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이 있는 한 핸디캡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와 나는 더불어 있었다.

통합된 사회가 무엇일까? 그것은 적어도 장애인에게만은 핸디캡이 없는 사회이다. 그래야만 장애인이 일반인에게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고, 일반인도 떳떳하게 장애인에게 다가올 수 있다. 핸디캡이 사라지고, 거기에 사람만이 존재하는 사회, 이것이 통합된 사회, 우리가 만들어야 할 사회가 아닐까? 단 한가지 아직 편의시설 증 접근권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아도 핸디캡을 만들게 된 일에 책임을 지고 그것을 해소시키려는 사람이 있는 사회, 이는 지금도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거기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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