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올바로 이해하는데 있어서 장애인을 제외하고는 불가능하다. 성경에서 장애인은 예수의 절친한 친구일 뿐 아니라 늘 동행하는 자였다. 예수의 가르침의 모든 내용 뿐 아니라 예수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는 일을 할 때에도 장애인은 주역으로 등장하였다.

기독교의 전파 과정에는 장애인과 함께 하는 사역이 우선순위에서 1순위에 속한다. 예수의 장애인 치유사건이나 예수의 제자들이 복음을 전파할 때에도 장애인 치유사건이 1순위에 속해 있다.

이는 종교적 용어를 떠나서 예수의 삶 자체가 너무도 인간적으로 장애인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서 예수는 기독교인이 살아가야 할 삶과 올바른 기독교가 해야 할 일에 대하여 분명하게 가르치고 있다.

기독교의 이타주의(Altruism)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이웃사랑 특히 장애인 사랑에서 그 본질을 알 수 있다.

한국에 기독교가 들어왔을 때 로제타 홀 여사가 선교적 차원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소녀를 가르친 것이 오늘 특수교육의 효시가 되었고, 로제타 홀 여사는 대구대학교 건물에 그 이름이 새겨져 있다. 홀 여사를 비롯한 수많은 선교사를 배제하면 한국의 장애인 복지의 출발점을 찾는 것은 1970년대로 당겨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독교는 조국의 독립을 알리는 일에도 앞장 섰지만, 실제로는 장애인과 함께 사는 삶을 깨닫게 하는 데에도 제일 앞장섰다.

그러나 오늘은 어떠한가?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가 여러개가 있다고 하고, 세계에서 기독교인 비중이 가장 큰 나라가 한국이 되었다. 그러나 이와 아울로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시설 중의 하나가 교회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지난 4월 대한예수교 장로회(통합) 총회사회부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교회의 비율은 차마 그 결과를 내놓기 힘들정도로 부끄러웠다. "모든 사람은 오라"고 외치는 기독교의 선교전략과는 배치될 정도로 한국교회에서는 아직도 장애인이 다가서기가 어려운 시설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교회는 단지 종교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단체가 아니다. 일제시대에는 일본의 압제 대항하여 독립운동을 주도하였고, 북한에서는 공산당에 대항하여 싸웠던 주체세력이며, 독재정권 하에서는 전부는 아니지만 독재정권을 몰아내는데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였던 것이 교회였다. 사회문제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교회이다.

예수가 당시 사회에서 가장 뜨겁고 예민한 문제를 하나님의 시각에서 접근했던 것처럼, 교회 역시 세상의 관점이 아니라 하나님의 관점에서 세상의 문제를 접근하고, 다루고, 영향력을 발휘하여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교회는 장애인에게 그다지 반가운 곳은 아니다. 이는 슬픈 일이다. 그러나 교회는 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곳이다. 왜냐하면 어떤 의미에서 장애인에게 종말론적인 희망을 전해 줄 수 있는 곳은 교회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교회는 - 규모에 관계없이 - 모든 장애인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너희는 가서 장애인을 데려오라"는 말씀 처럼, 장벽을 만들어 놓고 장애를 극복한 장애인들이 스스로 오기를 기다리는 교회가 아니라 장애인에게 다가가서 그를 데리고 와서 장애를 극복하는 장소가 교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오늘날 수많은 단체들이 장애인의 권익과 차별을 철폐하기 위하여 목숨건 투쟁을 하고 있다. 여기에 기독교인의 모습, 장애인 선교단체의 모습, 그리고 교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운동의 주체가 교회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 종교의 본질은 강자를 중심으로 모이는 것이 아니다. 종교의 본질은 약자를 중심으로 모이되, 원수 이상으로 약자를 사랑하는 것이다.

이 땅의 수많은 장애인들이 진정 인간답게 존중받고, 장애를 극복하고, 장애인으로 살되 그러나 역동적인 희망을 갖고 승리하는 삶을 사는 곳, 그곳이 교회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회는 장애인에게 열려져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장애인에게 장애물이 되고 있는 사회를 깨우는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소임을 다하지 못하면 오히려 장애인 문제에 있어서 계몽의 대상이 교회가 되는 불행한 날이 다가올 것이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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