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3세)씨는 13살된 중증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어머니이다. 모든 여성들이 명절만 다가오는 명절증후군을 겪듯이 이 분도 동일한 현상을 겪곤 한다. 결혼한 지 벌써 16년째 그러나 결혼 이후 행복한 가정을 꿈꾸어 왔던 것은 13살된 장애아동이 태어난 후 깨어진 지 오래일 뿐 아니라 명절만 되면 온갖 고민들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것이 달라지지 않고 있다.

장애를 가진 아들을 낳은 것이 무슨 죄인양 위축당하고, 명절만 되면 이 아들을 친정에 맡기고 시댁에 가야하는지, 아니면 명절때 아프다고 하여 집에 죽치고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무식하게 아들을 데리고 시댁에 가야하는지 별생각이 많이 든다. 아들을 데리고 가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고통이다. 장애를 가진 아들을 돌아볼 시댁식구 역시 찾아보기 힘들고, 아들을 돌보느라 일을 하지 못하면 시댁식구와 동서들의 눈치 또한 만만치 않다.

오랜만에 만난 시댁식구들에게 아들을 맡기고 모른 척하며 일에 집중할 수도 없고, 조카들 역시 자신의 아들을 돌보는데 슬슬 피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그래서 명절만 되면 이 A씨는 고민이 하나둘도 아니다.

아마도 이 땅에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모든 어머니들은 이 같은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자유롭다면 대단히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명절만 되면 장거리 여행, 장시간 여행으로 지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장애아동을 돌보는 일까지 가중되니 이는 보통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 아이들을 명절때 식구의 일원에서 제외하는 것은 양심상 허락하지 않는다. 물론 맡길 때도 없다. 왜냐하면 그들 역시 명절을 지켜야 하니까. 나 혼자 명절을 편히 지키자고 누군가를 명절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장애아동 어머니들은 명절만 다가오면, 가정의 대소사가 일어나면 이렇게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 이러한 때에 이들을 위한 사회적 지지체계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여전히 일상생활 속에서 장애아동의 교육과 조기재활에 심혈을 기울이느라고 경제적 부담, 시간적 부담, 심리적 부담을 느끼며 자신의 삶도 망각한 채 살아온 어머니들은 남들이 즐겁게 쉬며 노는 날이 오히려 그 반대의 날로 맞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땅의 많은 가족들은 생각해야 한다. 장애아동의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주는 날로 명절을 삼아야 한다고. 특히 시댁식구들은 모처럼의 명절을 장애아동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면서 장애아동 어머니가 동서들과 시어머니와 즐겁게 일하는 낙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뿐 만 아니라 남들은 일부러 사회복지 시설을 찾아서 자원봉사도 하는데, 식구 중의 하나인 장애자녀를 돌보면서 장애아의 어머니의 어려움을 십시일반 이해하고, 동시에 짐을 나누는 일들이 가족 체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단지 명절때 장애아동 어머니로 하여금 장애아동을 보호하는 일로 전념하게 하게 하고, 가사일에서 제외하는 것은 올바른 것이 아니다. 우리의 가족의 응집성이 점점 무너져 내려가고 있다. 이럴수록 우리의 명절은 이러한 가족의 응집성을 견고하게 하는데 기여해왔다. 이렇듯이 장애아동의 가족도 가족의 응집성으로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데 장애아동을 중심으로 힘을 함쳐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장애아동이 없는 집은 명절때 친척이 없어서 외로운 독거노인, 장애인 생활시설, 아동양육시설 등을 명절 때 만든 음식을 들고 찾아가 함께 정과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장애가 있다는 사실, 외롭다는 사실을 명절때 더 가혹하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반전의 행복으로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 여성의 힘, 여성 운동이 더욱 활발해 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 여성 장애인 운동도 활발해 지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여성복지의 사각지대인 장애아동 어머니의 복지, 이제 우리는 깊이 생각해야 한다. 장애아동의 조기재활을 돕는 교사로서의 어머니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행복을 누려야 할 여성으로서 장애아동 어머니의 인권을 우리가 회복시키도록 해야 할 때이다.

장애인 복지에 있어서 사각지대인 장애아동이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 장애아동 어머니는 배 이상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사회가 인식하고, 이를 가족체계에서부터 시작하여 서로 돕고 지지할 때 행복한 사회가 우리에게 주어지게 될 것이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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