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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화와 사회통합

-함께 나아가는 걸음이 되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3-09-27 22:39:35
23년전이다.
도서관에서 만난 장애인 친구들이 있었다.
지금은 그들 중의 상당수가 장애인 인권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 중에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오랜기간 생활하다가 가족과 함께
지내게 된 7수생이 있었다.
우연히 중학교 입학자격검정고시를 치루기 위해서 초등학교 중퇴 증명서를 떼러 초등학교에 갔던 일화를 들었다.
요사이 전혀 들을 수 없는 희한한 이야기였다.
그래도 그 생활시설에 우수(?)한 학생으로 선택되어 대학공부까지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노라고.

그 친구와 가족, 왜 장애인 친구를 생활시설에서 생활하도록 만들었을까? 방치였을까 아니면 더 나은 행복을 위한 것일까?
장애인 친구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가족을 위한 것이었을까?
시대적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있을까?

하여튼 자연스럽게 "분리"라는 틀안에 갇혔던 그가 사회라는 현장에 나올 수 밖에 없었고, 그는 사회안에 통합되었다. 그러나 그가 발을 디뎠던 통합된 사회는 형식적으로 통합의 모습을 가졌을 뿐이다. 또다른 분리를 조장하는 일들이 현란하게 펼쳐져 있었다.

대학입학, 직장에로의 진출, 결혼생활에의 진입 등에서 번번히 가로막히고 말았다. 더나아가 학벌, 외모, 지방색 등은 장애로 인한 벽 이상의 넘어서기 힘든 벽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통합인가?

정신지체를 겸함 중증 중복 장애를 가진 어머니는 내 앞에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저,,.. 저.... 아이를 맡길만한 시설은 없을까요?"
큰 죄인인 것 같은 마음으로 차마 떼기 힘든 입을 열었던 것이다.
"제가 마치 아이를 버리는 것 같아......"
나는 대답했다. "아닙니다. 버리는 것이 아니지요. 보다 나은 곳으로 위탁하는 것이지요. 그것이 가족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면 죄의식을 갖지 마십시오.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서 이 아이가 18세 이상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할까요? 시설에 맡길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오늘의 시설이 과거의 시설과 다릅니다. 하지만 맡길만한 시설이 없어요. 기초생활수급권자도 아니고.. 대부분의 시설이 정원을 초과하였답니다.'
대답하는 나 자신도 대단히 힘들었다.

여전히 집안에서 양육하기 힘든 장애아동, 성인 장애인들을 맡길만한 곳이 없다. 만일 사회통합, 재가복지라는 말로 이들을 전적으로 가족의 부담으로 전가시킨다면 이는 또 하나의 범죄가 된다.

함께 책임을 공유하는 것,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 지역사회가 같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통합, 탈시설화만을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이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장애인과 그 가족의 주권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갈 곳이 있어야지…."

우리는 이념을 쉽게 현실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이념을 현실화 시키기 위한 철저한 과정, 단계적 절차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없다면 "통합론자"가 "분리론자"가 될 수도 있다.
통합을 지나치게 주장하고, 현재 장애인들만을 대상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반통합론자로 몰라서게 되면, 이는 실제로 통합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신분리를 조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유토피아가 아니다. 아니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통합이냐 분리냐 하는 2분법적 논쟁보다는 장애인과 그 가족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성의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물론 장애인과 그 가족의 기본권,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관점에서.

세상이 아무리 흘러가도 완전통합과 완전분리 사이에 다양한 서비스 형태가 존재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다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다양성이 담보되는가하는 문제이다.

설령 시설이라 하여도 소그룹 형태의 시설과 같은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여야 한다. 통합도 형식만 통합이 아니라 내용도 통합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주장을 하는 모든 이들이 장애인과 그 가족의 행복을 위한 동지의 대열에 서있어서 함께 나아가는 걸음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계윤 이계윤블로그 (leechur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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