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예요. 많이 받을 수록 치료는 더 되는 것은 아닌가요?"

장애아동을 데리고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한 어머니의 말이다. 장애아동 어머니들의 마음은 대개 이러한 심정을 공히 가지고 있다. 어찌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모성애이고, 달리 보면 위험한 말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좋은 약도 많이 먹는다고 병이 쉽게 낫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부작용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애가 병이라고 생각하고 치료에 집중하는 모습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한 이러한 어머니의 말은 스스로 만들어낸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장애아동을 교육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이다. 그들은 장애와 병의 차이도 모르고, 여전히 치료(?)한다고 말하고, 많이 받을 수록 좋다고 주장하며 돈을 받기에 빚을 내서라도 어머니들은 쫓아다닌다.

언어치료사, 행동치료사, 감각운동치료사, 음악치료사, 미술치료사, 애완견 치료사(Pet Therapy), 향기치료사, 정신운동치료사 등 얼마나 많은 치료사가 있는지 모른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장애는 재활의 대상인가 치료의 대상인가?"

이러한 치료사제도도 대부분 학문을 하는 대학에서 교육을 하고, 교수들이 단체가 되어 학회를 만들고 그 학회에서 치료사를 배출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학회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치료사를 대량으로 생산해 내야 한다고 한다. 달리 말하면 좋은 수입원이라는 말이다. 한 치료학회는 1,000명이 넘는 수강생을 집단으로 모아서 일주일간 강의를 한다. 그리고 간단하게 시험을 본다.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전문가라고 하는 한 사람(그는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치료실도 운영하는 사업가이다)은 고뇌에 차서 이렇게 말했다.

"저희 치료실에 다니는 아버지는 우리 아들에게 입영영장이 나오면 어떻게 하지요?라고 묻는데 고민입니다"

사실 이렇게 묻는 그는 "장애는 치료된다."라고 확신을 심어준 당사자이다. 치료된다고 주장하고 그에게 자녀를 맡기면서 영장걱정을 하는 아버지에게 진실을 말하기 보다는 도리어 걱정을 하는 모순이 오늘의 현실이다.

장애인 대상으로 일종의 치료행위를 하고 돈을 받는 일은 의료행위인가 아니면 교육행위인가? 재활서비스가 치료서비스로 둔갑을 한 오늘의 모습 속에서 장애인 가족은 등골이 휘어만 간다.

아직도 장애인 가족들은 장애아동의 치료를 위하여 남편은 직장을 다니고 어머니는 자녀를 데리고 치료실 근처에서 여관이나 전세를 얻어 이중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게다가 비장애자녀들은 또다시 방치되고, 가정경제는 빚으로 가득해지고, 지치고, 가정은 끝내 해체되고….

악순환이 계속된다. 혹자는 통합시설에 간다고 하면서 아동에게 필요한 재활서비스를 포기하는 일도 발생한다. 마치 영유아기의 통합이 최고의 재활서비스인 것처럼...

이렇게 하다가 자녀가 8세가 되어 특수학교에 가면 이젠 포기이다. 일반학교에 가면 더 큰 고민이다. 어머니가 자녀를 데리고 학교에 데리고 갔다가 데리고 오고, 이러한 일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3-4학년이 지나서 일반아동보다 학습능력에 큰 차이를 보이게 되면 나름대로의 이유로 합리화하면서 또다른 좌절을 맛본다. 그래도 어느 누구에게조차 하소연하지 못하는 장애인 가족의 모습들.

이들은 숱한 사람들에게 등을 얻어맞고 있다.

전문가는 자신의 능력과 그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선언하는 윤리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그가 돈벌이에 취해서 장애인을 치료한다고 하여 장애인 가족을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게 된다면 전문가임을 포기한 것이다. 참으로 어설픈 사람인 것이다.

치료 서비스가 아니고 재활서비스임을 분명하게 알리고 부모는 부모 나름대로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때 전문성이 생명을 갖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50여만원에서 300여만원에 이르는 치료비용을 대면서 고달픈 삶을 사는 장애인 가족들….

이제 우리 모두가 건강한 자의식을 가지고 진실된 모습으로 장애인 가족을 지원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장애인 가족들이 장애자녀를 '치료'한다고 하여 수고하다가 피해를 입은 (돈은 날리고 자녀의 장애는 좋아지지 않은..) 피해사례를 신고 받는 창구가 생겨서 이를 공식적으로 돕는 길이 있기를 바란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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