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새벽 6시 전국장애아동보육시설협의회 교사대회를 뒤로하고 경기도 보육진흥대회 참석하기 위해서 고속도로에 몸을 실었다. 새벽공기는 좋았다. 도로도 좋았다. 지친 몸은 가을 내음으로 어느 정도 달래지고 있었다.

아침을 먹기 위해 낯익은 추풍령 휴게소에 들어섰다. 그러나 장애인 전용주차장이 사라지고 없는 것이었다. 분명 이 근처에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나는 주차장 안을 두 번이나 돌았다. 그리고 아무데나 세웠다.

분명 이 근처였는데….

분명히 장애인 전용주차장은 거기에 있었다. 선명하게 그려진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은 살아있었다. 그러나 거기에 장애인 차량을 주차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에 버젓이 임시화장실과 손 씻는 시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곳에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준비해 놓은 곳도 아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도대체 이럴 수가 있는가?

분을 삭히지 못한 채 추풍령을 벗어 나와 수원으로 향했다. 간신히 경기도 문화예술회관으로 옮겼다. 마침 장애인 주차구역이 하나가 비어 있어서 주차를 하고 국제회의장으로 발을 옮겼다.

계단이었다. '요사이 내가 운동이 부족했지…'하며 억지로 올라갔다. 그러나 또 계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도 많은 계단이….

건물 내부를 아무리 돌아보아도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국제회의장에 오는 사람 가운데는 장애인이 없는가?

국제적으로 망신당할 수 있는 시설이었다.

다행히 옆에 휠체어 리프트가 있었다.

나는 관리자에게 말했다. "리프트를 사용합시다."

그러나 그는 자신있게 "네"라고 대답하고 무엇인가 찾기 시작했다.

5분이 지났다. 그는 "다른데 보관해 두었나 봐요. 기다리시지요." 하고는 오지 않았다.

신경질이 난 나는 계단으로 힘겹게 올라갔다.

1부 행사가 끝나고 나는 다시 로비로 내려왔다.

그가 거기에 있었다.

"리프트 작동이 안되나요?"

"고장이 났어요. 오래 전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그는 대답했다.

이게 공공건물인가?

고장났으면 고쳐야지.

이게 뭐야.

나는 정중히 고발한다.

추풍령 휴게소를 고발한다.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회복시켜라."

경기도 문화예술회관을 고발한다.

"리프트를 고치고 계속 점검하라.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

참으로 딱한 하루였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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