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년말이 되면 장애인 단체 사칭하면서 후원금을 모집하려는 사람들이 극성을 부린다. 단순히 동정하려는 사람의 주머니에서 돈을 받으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행태는 장애인과 함께 하려는 사람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뿐 아니라 많은 해를 끼치게 하기도 한다.

몇년 전 부터 구족화가협회는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동의도 구하지 않고 무조건 그들의 카드를 가가호호 발송을 한다. 이들의 카드를 받은 사람들은 어찌해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어떤 이는 돈을 보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카드 채 쓰레기통에 쑤셔박곤한다. 그리고 얼마후 이러한 방식으로 후원금이 많이 걷혔다고 자랑한다. 물론 이러한 방식의 후원금 모집은 이들 뿐 아니다.

작년 이 맘때 즈음이다.

나에게 전화가 왔다.

"---- 단체입니다. 장애인들이 만든 물건을 팔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이 단체는 동의를 구하는 자세가 있어거 괜찮은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물었다.

"어느 단체라구요?"

"----- 단체입니다" 너무도 이름이 많이 알려진 단체였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그 단체는 이러한 물건을 팔고 있는 단체였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제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습니까?"

"동문 주소록을 통해서 알았습니다."

"그러면 그 단체의 대표자는 누구시고, 본부가 어디 있습니까?"

이러한 질문은 그는 당황했는지 서둘러 이렇게 대답했다.

"---- 이시고, 본부는 용인에 있습니다."

용인이라구? 여기에서 나는 이상한 단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용인에 있습니까?"

"네 용인에 ooo 시설입니다."

"아까는 단체라고 했는데 지금은 ooo시설입니까?"

그는 죄송합니다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종종 이들은 간이 분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저녁 TV 뉴스에 그 단체는 장애인 단체를 사칭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동의를 구하는 것 같아서 예의가 있어 보였지만 사실은 사기였다. 우리는 장애인은 소비자(Consumer)요, 권리를 가진자로 보며 수혜자나 동정을 구하는 자로 보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장애인 단체는 동정을 구하는 자로 장애인을 폄하하고, 이를 빌미로 잘 모르는 그러나 이웃을 도우려는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았는다. 이들은 누구인지, 그러한 돈을 어디에다 쓰는지 알 수가 없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오늘도 우리는 불특정한 장애인 단체의 후원금을 요구하는 물건을 받는다. 그리고 고민을 한다. 사기꾼인지 아니면 제대로 된 기관인지. 나는 이들이 원하는 도움의 요청을 거부해야 하는지, 이니면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는지. 하긴 알려진 단체도 동의를 구하지 않고 마구 카드를 뿌리는 판인데.

년말 년시. 어떻게 보면 장애인을 도우려는, 장애인과 함께 하려는 이웃들이 우리 주변에 아직도 많다. 아니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영원히 장애인의 벗으로 남게 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단체 혹은 장애인을 사칭하는 사람들이 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장애인과 장애인 단체 스스로 올바르고 투명한 후원금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치자금만이 문제가 아니다. 비인가 시설도 역시 투명한 후원금 관리를 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존재자체가 인정될 수 있다. 공적인 기관은 더욱 그러하다.

나 역시 깊은 생각에 빠진다.

"누구를 위한 후원금 모집인가? 기관 혹은 법인을 살찌우기 위한 후원금 모금인가? 비장애 직원들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진정 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것인가?"

간이 분 행태를 금하고, 올바르고 투명한 기부문화(Donation Culture)를 꼭피우고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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