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방학이 가까와오면 중고등학생의 전화로 심한 열병을 앓는다.

"자원봉사 할 수 있어요?"

학교에서 자원봉사 확인증을 가져오라는 강요에 못 이겨서 시행되는 자원봉사제도. 나는 이 제도를 너무도 좋아한다. 물론 어떤 사람은 강제로 하는 억지춘향격의 자원봉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본래 사람이라는 존재는 나쁜 것은 안 배워도 잘하고, 좋은 것은 훈련을 받아도 잘 안되는 것이 그 속성이다. 따라서 강제에 의하여 좋은 일에 참여하게는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다.

여러 해 전 일이 생각이 난다. 2일 정도 봉사를 하겠다는 중3학생들에게 나는 5일간의 봉사를 요구했다. 그들은 흔쾌히 허락했다. 아침 10시에서 오후 4시 30분까지. 학생들 6명이 줄줄이 들어왔다. 기대 반, 호기심 반의 모습들. 나는 일하려는 학생들에게 하루에 1시간씩 봉사와 인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의를 하였다.

맨 처음에는 식상해했던 학생들이 점차 동감을 표시하더니 열심히 배우고 봉사를 열심히 했다. 그리고 2년 후 평일날 누군가가 몇 명이 찾아왔다. 한번 들어가도 되냐구 묻는다. 자세히 보니 그 때 그 학생들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아니 평일인에 학교에 안가니?" 이들은 한 목소리로 크게 대답했다. "개교기념일이에요" 개교기념일에 놀러가지 않고 봉사했던 현장으로 돌아온 그들의 모습은 이쁘기 한이 없었다. 너무도 반가왔다.

그리고 2년 후 두 명의 여대생들이 찾아왔다. 이미 성숙해 버린 그들이었다. 대학생이 된 이들은 재활학과,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되어 있었다. 이미 중3때 봉사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일생의 진로를 결정했다고 한다.

봉사! 강제였지만 이는 인생의 진로를 제대로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들은 지금도 사회에 기여를 하기 위해서 열심히 배우고 있을 것이다.

3년 전의 일이다. 한 선생님이 세 명의 여학생들을 데리고 왔다. 머리에 노랗게 물들인 학생, 청바지에 목거리에 귀걸이까지 화려하기 그지없는 학생, 그리고 껌을 씹으면서 꺼이꺼이하는 학생까지. 선생님은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학생들이라고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였다. 나는 이들에게 '올바른 인생'에 대한 가르침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강의는 포기하고, 직접 현장에 투입하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겼다. 장애아동들을 돌보던 이 학생들의 말하는 자세, 옷 입는 자세에 변화가 온 것이다. 왜 아동들이 장애를 입었는지, 앞으로 이 아동들은 일반아동이 될 수 없는 것인지 묻기도 하였다. 그리고 학생들은 1주일만에 일반학생과 전혀 다르지 않은 아니 더욱 성숙하고 조신한 학생이 되어 있었다.

사회봉사 명령이었다. 이는 벌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 학생들에게는 축복의 기회였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바뀌었다. 변화된 삶. 누가 강요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강제의 형식이었지만, 나는 강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스스로 변화되었다. 그들에게 문제가 있었지만, 불치의 병이 아니었다. 여전히 그들은 순수하고 가능성이 많은 아리따운 여학생이었다. 그리고 변화되었다.

장애인! 비록 장애를 안고 살아가지만, 치료가 되는 것이 아님을 알고도 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영향력 있는 존재가 되어있었다. "너는 그렇게 살면 안돼, 이렇게 살아야 돼"라고 주장하고 목청껏 외치지 않아도 인생의 좋은 가르침의 본이 되어 있었다. 영향력있는 타인, 의미있는 존재(Significant Being), 이것이 장애인의 삶이었다. 이를 통해서 신체는 건강하지만 방향이 삐뚤어진 일반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역동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자원봉사! 장애인을 도우려다가 가장 큰 혜택을 입은 존재가 봉사자이다. 이는 아무리 강제하여도 지나침이 없다. 강제하는 기회가 자발적인 기회로 변화되었기 때문이었다.

인생을 바꾸는 자원봉사! 장애인의 삶이 펼쳐지는 현장 이 외에 또 어디 있을까?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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