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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은 보조도구다

안내견의 공공장소 출입은 당연한 권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09-30 09:00:51
신체중 일부에 장애가 있는 경우 이를 보강해주기 위한 각종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일컬어 보조도구라 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도구에는 점자필기구(점자판, 타자기, 프린터기 등), 무지용 점자단말기, 흰지팡이, 스크린리더(컴퓨터 음성 낭독 소프트웨어), 저시력 보조기(안경, 휴대용확대기, 망원경, CCTV, 스크린 확대 소프트웨어 등) 등이 있다. 지체장애인을 위한 대표적인 것으로 휠체어가 있고 특수마우스 및 키보드 등을 이용하여 손이 자유롭지 못한 경우에도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대표적인 것으로 보청기가 있고 시각을 통해 확인 가능한 생활용품들이 출시되어 굳이 청각을 이용하지 않아도 스스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보조도구는 장애수준에 따른 필요와 사용 목적에 따라 당사자가 선택하여 언제 어디서나 실생활 및 학습 환경 등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이들 간의 우위 비교에 따른 가치를 논할 수는 없다. 즉 유사 기능을 수행하는 동종 도구들간의 질적 가치를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할 수는 있겠지만, 각자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도구들을 대상으로 섣불리 사용 여하를 판단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편리한 일상생활이나 성공적인 직업 생활은 이 보조도구들을 당사자가 자신의 필요에 맞게 얼마나 잘 사용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또한 이 보조도구들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이해할 수 있는 분위기 또한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해 보조도구를 활용하는 당사자의 만족감과 이를 받아들이는 주변 환경의 지원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이 보조도구들은 단순한 도구로서가 아닌 장애인의 상징물이 된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진행되고 있는 각종 행사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각 장애영역의 상징 도구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시각장애 체험 장에서는 안대를 쓰고 흰지팡이에 의지하여 길을 걷고 다른 한 쪽에서는 직접 점자를 찍어보게 하거나 점자로 된 명함을 만들어 준다. 즉 흰지팡이와 점자는 시각장애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시각장애인들이 흰지팡이를 이용하여 보행하고, 점자를 읽고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통념과 같이 모든 시각장애인이 흰지팡이를 이용하여 보행을 하고 점자를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특히 점자의 경우 극소수의 시각장애인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사용자 수와 관계없이 이 대표적 상징물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상징’의 사전적 의미는 '추상적인 개념이나 사물을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냄. 또는 그렇게 나타낸 표지·기호·물건 따위'이다. 처음부터 모든 시각장애인들이 구체화된 흰색 지팡이를 들고 다닌 것은 아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행교육이 형식화되기 이전에는 주로 집안에서만 생활하거나 혼자 외출할 때에는 자신의 잔존 감각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1900년대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인해 시각장애인의 수가 급증하였고 특수교육 및 재활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1943년 벨리 포지 군병원(Valley Forge General Hospital)의 리처드 후버(Richard Hoover)는 처음으로 흰지팡이를 이용한 전문 보행 교육을 실시하기에 이른다. 이후 1964년 미국은 흰지팡이의 표준화 작업을 이루었고, 우리나라 역시 흰지팡이를 소지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법적 기틀을 마련한 결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때부터 흰지팡이를 들고 있는 시각장애인은 어느 곳에서나 안전 보장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 도구의 상징적 의미는 시각장애인 당사자에게 있어 안전을 보장하는 한편 사회적 공동 구성원으로서의 활동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언제 어디서나 흰지팡이를 들고 있는 시각장애인을 대하는 일반적 태도는 전반적으로 호의적이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로 받아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흰지팡이를 들고 있지 않은 시각장애인은 자신의 권리를 누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로 부터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한다.

점자 역시 마찬가지다. 시각의 장애는 곧 문자 의사소통 장애를 야기하는데 점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점자는 익숙하게 사용하기 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특히 중도 실명으로 인한 후천성 시각장애인은 더욱 익히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자는 시각장애인에게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의사소통 보조 수단이다. 그 이유는 촉각을 이용한 점자 사용의 경우 시각의 제한을 보충하기 위한 기타 보유 감각의 활용을 극대화 하는데 있어 가장 세밀하면서도 직관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각장애인도 문자를 활용하여 세상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기본적 통로가 열려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게 하여 생활 전반에서의 지적 활동이 가능함을 밝히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애인 보조도구는 그 쓰임에 있어 언제 어디서나 당사자의 필요에 따라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다시 말해 장애를 보완할 수 있는 일시적이고 대안적 도구가 아닌 필수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장애인을 위한 보조도구의 개발 및 보급과 사용에 이르는 전반적인 모든 과정에 관여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적절한 단계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 또는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내견은 장애인 보조도구로 취급받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져보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안내견학교에서 배출하여 활동 중인 대한민국의 안내견은 55 마리다. 즉 여전히 잔존 시력을 통해 보행이 불가능한 시각장애인의 극소수만이 안내견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보니 안내견 분양 사업을 일부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 또는 부유층을 위한 특수화된 소수를 위한 서비스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하여 안내견은 장애인 보조견이 아닌 보조 도구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전락해 버리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장애인 당사자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조도구 선택권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글에서 인식 부족으로 인한 안내견의 사회 활동에 대한 제약성 문제를 논한 적이 있는데 안내견을 장애인 보조도구로 인식하지 않는 한 절대로 이 문제는 그 해답을 찾을 수 없다. 보조도구는 직접 그 도구를 사용할 당사자가 필요로 하면 보조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있는지 반드시 검토해야 함을 위에서 언급하였다. 그러므로 안내견은 개지만 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사회는 개인의 사소한 감정과 무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실현되는 날 정부에서 발급한 장애인보조견 표지는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공공장소를 출입함에 있어 안내견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말이 있다.

"개는 출입이 제한되어 있으니 나가주십시오."

흰지팡이가 막대기처럼 생겼다 해도 그것이 막대기가 아니며, 점자를 찍어주는 뾰족한 점필이 송곳처럼 생겼다 해도 그것이 송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대중들은 흰지팡이와 점자 필기구가 이미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표적인 보조 도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즉 안내견을 일반적인 개의 범주로 여기는 실수를 대중들이 범하지 않기를 바라며 장애인계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뇌리에 안내견이 시각장애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보조 도구로 인식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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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유석종 (guidedog82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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