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감동을 주는 영화 <홀랜드 오퍼스> ⓒ브에나비스타 픽쳐스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우리는 콤플렉스라고 부른다. 나에게도 콤플렉스라는 것이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집에서 동생과 목욕을 하다 앞니 하나가 뿌리 채 뽑히는 사고를 당했다.

뽑힌 치아를 들고 치과에 가서 잇몸에 심는 치료를 했는데 치료 이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결국 그 치아는 자라지 않게 되었고 애물단지로 변해 버렸다. 문제의 그 치아 때문에 생활하는데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음식을 먹을 때 앞니 사용은 거의 불가능했고, 웃을 때는 마치 이가 빠진 것처럼 큰 구멍이 생겨서 마음대로 웃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15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나는 입을 닫고 웃게 되었고, 송곳니가 앞니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지금은 치아교정을 해서 자신 있게 웃게 되었고, 음식도 가리지 않게 되었지만 그 콤플렉스는 오랫동안 나와 함께 했었다. 만약 치아교정을 하지 않고 문제의 치아를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면 지금도 여전히 제대로 웃지도, 먹지도 못했을 것이다.

장애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이 영화는 콤플렉스에 대한 영화로도 읽혀진다 ⓒ브에나비스타 픽쳐스

콤플렉스를 극복한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는 것인데, 이는 절대 쉬운 것은 아니라고 본다. 끊임없이 자신과 싸워야 하는데 어느 누가 자신과 싸우길 바라겠는가? 제일 싸우기 힘든 상대가 자신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주면서 동시에 그렇게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내용은 영화의 소재로 많이 등장한다. 그 영화들 중에서 ‘홀랜드 오퍼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자신이나 가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브에나비스타 픽쳐스

작곡에 전념하는 음악가 글렌 홀랜드는 생계를 위해 고등학교 음악 교사가 된다. 대학시절 혹시나 해서 따 놓은 음악교사 자격증이 이렇게 쓰이게 될 줄은 본인도 몰랐다. 홀랜드는 언제든지 그만 둘 생각으로 교편을 잡는다.

당연히 교사생활은 힘들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책임감은 높아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교사생활을 한다. 아내 아이리스가 임신을 하고, 홀랜드가 교사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면서 모든 것은 순조로운 듯 보였다.

생계를 위해 교사가 된 홀랜드에게 삶은 평온한 듯 보인다 ⓒ브에나비스타 픽쳐스

그러던 어느 날 홀랜드에게 큰 시련이 닥친다. 건강하게 커가는 줄로만 알았던 아들 콜이 청각장애라는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홀랜드 가정은 콜의 장애로 인해 위기를 겪게 된다.

아내만 콜을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홀랜드는 가정보다 일에 열중하게 된다. 가정의 갈등은 깊어만 가다 결국 터진다. 단 한 번도 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음을 인정한 홀랜드는 아들도 음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큰 깨달음을 얻는다.

홀랜드는 아들을 위해 아들이 다니는 특수학교 강당에서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불빛 음악회를 열어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직접 수화 노래를 하며 아들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다. 자신의 아들이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알림과 동시에 그러한 사실을 본인 스스로가 인정하는 장면이다.

아들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한 홀랜드는 일에만 열중하게 된다 ⓒ브에나비스타 픽쳐스

시간이 흘러 학교는 운영이 어렵다고 음악수업을 폐지하게 되고, 홀랜드는 교정을 떠나게 되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졸업한 홀랜드 제자들은 학교 강당에서 이벤트를 준비해 홀랜드에게 크나큰 감동을 준다. 그 자리에서 홀랜드는 자신의 작품 '아메리카 교향곡'을 직접 지휘하면서 영화는 마친다.

교정을 떠나는 홀랜드에게 제자들은 큰 감동을 선물한다 ⓒ브에나비스타 픽쳐스

이 영화는 자기 자신의 콤플렉스를 인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그렇게 인정을 했을 때의 기쁨이 얼마나 큰지 말해준다. 살아생전에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사람들은 임종이 다가와서야 비로소 자기 자신의 오만함과 고집스러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뭐든 하나라도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결코 자신을 받아들이는 삶을 살지 못할 것이다. 부족하다는 것과 불편하다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부족하다고 인식할 수 있고 불편하다고 인식할 수 있다. ⓒ브에나비스타 픽쳐스

우리 모두는 최소 한 개 이상은 결핍이 아닌 불편함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신체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말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계속 결핍의 상태로 둘 것인가 아니면 불편함으로 생각할 것인가. 선택은 나 자신에게 달려있다.

홀랜드는 실력으로는 높은 명성을 얻었지만 장애인 자식이 있다는 것을 자신에 대한 결핍으로 생각하며 무척 힘들어 한다. 하지만 이것을 불편함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을 하게 되자 홀랜드 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이 바뀌게 되고, 더욱 값진 사랑이라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결핍의 상태로 둘 것인가, 불편함으로 생각할 것인가? 선택은 자신에게 달려있다 ⓒ브에나비스타 픽쳐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아들을 ‘결핍’으로 생각하는 입장과 의사소통을 수화로 해야 한다는 것을 ‘불편함’으로 여기는 입장을 서로 비교해보자. 전자는 도와줘야겠다거나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후자는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많은 사람이 장애를 결핍이 아닌 불편함으로 봤으면 한다. 그리고 그 불편함 또한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만 한다고 본다. 그렇게 되었을 때 몸의 불편함은 그저 불편함에 그칠 뿐이고 ‘장애’라든지 ‘결핍’의 개념으로까지 발전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의 전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 유토피아의 영화읽기 추석연휴를 맞아 한 주 쉽니다.

즐겁고 풍성한 추석 되시길 기원합니다.

[응원합시다]베이징장애인올림픽 선수단에게 기운 팍팍!

‘유토피아’는 2007년 장애인영화 전문칼럼니스트 강좌 수료생들의 모임입니다. 저희들은 영화를 사랑하고 장애현실을 살아가는 눈과 감수성으로 세상의 모든 영화들을 읽어내려고 합니다. 저희들은 육체의 장애가 영혼의 상처로 이어지지 않는 세상, 장애 때문에 가난해지지 않는 세상, 차이와 다름이 인정되는 세상, 바로 그런 세상이 담긴 영화를 기다립니다. 우리들의 유토피아를 위해 이제 영화읽기를 시작합니다. 有.討.皮.我. 당신(皮)과 나(我) 사이에 존재할(有) 새로운 이야기(討)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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