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을 지나고 있다. 태양은 지칠 줄 모르고 대지위에 뜨거운 열기를 쏟아내고 그 열기를 받아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며 들판에 곡식들은 튼 실히 자신들의 소명을 다한다. 가마솥 같은 더위 속에 도로의 아스팔트는 녹아내릴 듯 하고. 숨이 막힐 듯 한 더위를 피해 조용한 호숫가로 발길을 돌린다. 산정호수로 가는 길은 울창한 원시림을 자랑하듯 백운산 계곡과 명성산 의 조화가 한 폭의 수채화 속으로 걸어가는 듯하다.

자연이 풀어놓은 그림물감은 사람이 아무리 흉내를 내어도 그 색감을 따라잡을 수 없어 비슷하게나마 도화지에 호수를 빛깔을 옮겨본다.

호수 한가운데는 연인들이 쪽배를 타고 즐거워하며 노를 젓는다. 노를 젓는 손길은 느리기만 하고 연인들은 서로의 얼굴에서 눈빛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호숫가 나무그늘 아래는 군에 보낸 아들을 면회 온 어머니가 보자기에 싸온 맛있는 사랑이 평상에 차려진다. 젊은 청년은 칼날같이 날이 선 군복에서는 조국에 대한 충성이 묻어난다. 외박을 나온 식식한 젊은이들은 나라의 부름에 기꺼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며 한때의 청춘을 저 찌는 태양보다 더 뜨겁게 불사르고 여름 호숫가를 거닐고 있다. 명성산 밑으로는 자인사의에서 들려오는 예불소리가 산자락을 타고 호수의 고요를 일으켜 세운다.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에 위치한 산정호수는 뒤편의 명성산을 비롯하여 높은 산봉우리가 호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호수주변에는 자인사와 등룡폭포, 비선폭포 등이 경관을 한층 돋보이게 하며. 이곳의 산책로는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또한 호수에는 보트장, 방갈로, 놀이터 등 여러 가지 시설도 고루 갖추어져 있다.

산정호수는 1977년 3월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어 연간 7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1996년 8월 수영장, 볼링장, 온천, 사우나 시설을 갖춘 산정호수 한화콘도가 관광지 입구에 개장되었고 최근에는 눈썰매장과 스케이트장도 이곳에 개장되어 4계절 관광지로 손색이 없다.

초여름 이른 새벽이면 하얀 물안개가 전설처럼 피어오르고 밤이면 호숫가의 산책로에 수은등이 켜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산정(山井)은 ‘산속의 우물’이라는 뜻으로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산봉우리가 호수에 그림자로 드리우면 한 폭의 산수화를 옮겨 놓은 듯하다.

주변에는 자인사와 등룡폭포, 비선폭포 등이 있다. 호수를 휠체어로 한 바퀴 도는 시간은 1시간 남짓하면 다 둘러볼 수 있다. 또한 호숫가 밑에도 산책로가 잘 조성돼있어 휠체어가 걸어가도 무리가 없고 호수 위쪽으로는 사람들이 쉬어갈수 있도록 나무그늘 아래 벤치도 만들어져 있어 연인들뿐만 아니라 가족 여행에도 손색이 없다.

산정호수 폭포. ⓒ전윤선

호수내 산책길. ⓒ전윤선

느긋하게 호수를 돌아보고 궁예가 망국의 슬픔으로 산기슭에서 터뜨린 통곡이 산천을 울렸다는 전실이 서린 명성산(일명 울음산)으로 발길을 옮긴다.

명성산(해발 922.6m) 서울에서 동북으로 84㎞, 운천에서 약 4㎞ 거리에 위치한 명성산은 산자락에 산정호수를 끼고 있어 등산과 호수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산이다. 정상 부근은 완만한 경사를 이룬 억새풀밭지대로 10월이면 산정호수의 잔잔한 물빛과 정상 부근 드넓은 초원의 억새풀이 어우러져 늦가을의 정취를 한껏 더한다. 태봉국을 세운 궁예가 망국의 슬픔으로 이 산에서 통곡을 하자 산도 따라 울었다 하여 '울 명(鳴)', '소리 성(聲)'자를 붙여 명성산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명성산 자락에 자리한 자인사는 명성산의 정기를 그대로 받고 있어 풍수지리학적으로 으뜸인 곳이다. 일행은 자인사에 들러 노스님과 다도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펄펄 끓인 물로는 깊은 맛이 우러나오지 않는다는 스님은, 물에 온도를 육감으로 알아차린다고 하신다. 여름이라고 해서 찬 것에만 몸이 따라가면 몸은 이내 병이 든다고 충고해주신다.

차 한잔을 비우고 내려놓는 찻잔에 따스한 물이 담긴 주전자는 스님의 손길을 따라 찻잔 속으로 알맞은 온도의 물이 부어진다. 명성산을 닮으신 스님은 젊은 날 부천님을 닮고자 정진 수행을 하시다 서서히 앞이 보이질 않는다고 하신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노스님께서 말해주시 전까지는 스님이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차를 끓여 내오는 모습과 차를 따르는 부드러운 손놀림 그리고 차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맛은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듯하다.

명성산. ⓒ전윤선

자인사. ⓒ전윤선

차를 마시고 스님의 깊이 있는 삶의 철학까지 귀동냥하고 자인사를 내려왔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후라 자인사 근처에서 요기라도 할 겸 식당을 찾아든다. 포천하면 이동갈비가 유명하고 또한 닭백숙도 일품이라고 주변 분들이 귀띔을 해주신다.

호수근처에 식당들은 맛도 제각기 개성을 가졌겠지만 음식점 건물 외형도 다양하다. 몇 곳을 골라 무엇을 먹을까 정하기 전에 어느 식당에선 어떤 맛있는 음식으로 관광객을 유혹하는지 근처를 둘러본다. 이리저리 기웃기웃 하다가 평상과 식탁이 나무그늘 아래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큰 아름드리나무로 햇볕을 가림 막이 해주고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안성맞춤이다.

허기진 터라 음식점에서 나는 냄새는 식욕을 더욱더 자극한다. 토종닭 백숙을 주문하고 먼저 도토리묵과 시원한 동동주 시켜 마른 목을 축인다. 산 좋고 물 좋은 산정호수에서 시원한 바람과 마주하며 먹는 동동주 한잔은 저 명성산 신선이 부럽지 않다.

다들 먹느라 정신이 없어 말수가 줄어든다. 조금 있으니 잘 익은 토종닭이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식탁위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다리는 양쪽으로 꼬고 앉은 듯 하고 그 뱃속에는 온갖 보물들을 숨겨 놓고 식객의 미각을 자극한다. 한쪽다리를 살짝 뜯어드니 숨겨 논 닭 뱃속에 보물들이 하나씩 그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가을 가을볕에 잘 말린 빨간 대추가 닭의 육즙을 머금고 작은 몸이 통통해졌다. 그리고 알토란같은 밤알은 노랗게 익어 먹는 이에 입속에 제일먼저 들어가 그 영양가를 온몸으로 전해준다. 명주실 같은 백숙의 속살을 살살 손으로 찢어내어 소금을 조금 찍고 입속으로 넣으니 입안에 혀는 그 감칠맛에 화들짝 놀라 잠시 머뭇거린다. 그리곤 이네 쫄깃한 속살의 맛을 음미하며 목구멍으로 삼킨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그 맛을 국물과 함께 오래 느끼고 싶어 천천히 음미한다. 맛의 예술에 놀라고 걸쭉하고 시원한 동동주는 명성산과 산정호수의 정취가 더해 행복한 식탁을 만들어 준다. 뱃속으로 들어간 맛있는 음식은 그 역할을 다할 것이며 우리 몸속에 에너지로 변화 시킨다. 이처럼 산정호수와 명성산의 조화로운 기운을 잘 받고 명성산이 길러낸 토종닭과 도토리묵을 먹고 나니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다. 그렇게 산정호수에서의 하루는 빠르게 지나갔고 어둠이 내리는 호수를 서둘러 내려왔다.

어떻게 가나=포천과 철원은 전동휠체어를 타고 갈만한 대중교통이 없다. 서울에서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에서 이동지원 서비스를 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이곳이 이동지원을 요청하면 된다. 이동지원 시 전동휠체어 4대까지 탑승이 가능한 승합차를 제공해준다. 하루 승합차 대여료는 3만원선이고 유류비는 차량을 이용하는 사람의 몫이다. 또한 운전을 해줄 자원봉사자까지 연결해 줌으로 대중교통이 없는 곳으로 휠체어 여행을 할 때는 각 장애인 단체의 이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용이하다. 이동지원-피노키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 화 02-967-4540, http://www.ilpnc.org/

어떤걸 보나=포천에서는 명성산과 자인사 산정호수 그리고 백운산 계곡이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포천은 온천으로 유명하다. 근처엔 용암온천 등 온천 단지가 잘 조성돼있어 온천도 하고. 여행도 하고 1석 2조의 여행이 될 것이다. 이밖에도 포천을 지나는 한탄강, 계곡으로는 백운계곡, 약사동계곡, 청계산계곡, 지장산계곡 등이 있고 깊이율유원지 등 4개의 유원지가 더 있다. 사찰 사원, 향교 ,온천시설 등, 둘러볼 것이 너무도 많은 곳이 포이기도 하다

무엇을 먹나=산정호수 근처에 이동갈비 집과 닭백숙을 잘하는 곳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그리고 전통카페와 산채정식, 빈대떡 과 동동주 한잔으로 여행의 피곤함을 덜어보자. 철원으로 가면 한탄강에서 잡은 잡고기 매운탕이 일품이다. 또한 철원은 막국수로도 유명하고 두부요가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특별히 정해놓고 가는 것 보다 철원에서 도착하여 입맛에 맞는 맛있는 곳을 골라 먹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 해줄 것이다. 대체적으로 전동휠체어가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인접한 사격장에서의 사격훈련으로 인하여 가끔 통제되오니 산행을 하실 분은 등산가능 여부를 산정호수관광지부에 반드시 문의 후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여행문의=여행에 대한 문의와 함께 여행하시길 원하시는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 분은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다음카페 “휠체어배낭여행” 문의.

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