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돌아올 곳이 있어 떠는 것이라 한다. 여름날의 떠나는 여행은 뜨거운 햇살에 맞서기도 해야 하고 소낙비를 만나 잠시 처마 밑에 몸을 피하기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여름날의 뜨거운 태양만큼 그곳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으로 오늘도 나의 동그란 발은 미지의 세상을 향해 걷고 또 걷고 있다. 가평으로 떠나기 위해 미리 열차표를 예매했다. 열차표 살 때마다 역무원과 잠깐의 실랑이는 필할 수 없는 일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이 말에 나는 어느새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서오세요”

“네 가평 남이섬 까지 갑니다”

“언제 몇 시에 출발하시나요?”

“몇 날 몇 시 청량리 역에서 가평까지 왕복표 4장 주세요. 휠체어 석으로 주세요”

“휠체어 석이요?”

“네. 전동휠체어 4대가 가니까 휠체어석 4장 주세요. 왕복으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선은 이렇게 말을 한다. 그 혹시나는 그동안 기차를 이용해서 여행하는 장애인 승객들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휠체어좌석을 늘려놨을 기대를 하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역무원의 답변은 늘 기대를 저버린다. 한참을 발매모니터에서 이리저리 분주하고 자판을 두드려 보고 이리저리 전화도 해본다.

“저 손님. 근데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에는 장애인 휠체어 석이 2곳밖에 없다고 전산에 뜨는데요. 전동휠체어 4대가 한 번에 가십니까?”

“네 전동휠체어 4대가 같이 가야하니까 4장 주세요. 아~아니다. 휠체어석 2장 보호자석 2장으로 해서 주세요”

“전동휠체어 4대가 함께 가신다면서요?”

“네 그런데요. 전산에는 2장밖에 안 나올 겁니다. 철도청에서 장애인 좌석을 늘리지는 않고 2장으로 정해놨기 때문에 장애인좌석이 2개 밖에 안 나올 겁니다”

“그렇지만 전동휠체어 4대가 한 번에 가평가신다면서요?”

“네 그렇긴 한대요 2장씩 표를 끊지 않으면 좌석표을 끊을 수 없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주세요. 무궁화호 열차에는 전동휠체어가 4대까지 승차할 수 있어요. 기차에 올라서 자리를 잡고 하는 것은 저희가 알아서 해요. 늘 그렇게 다녔으니까요. 그리고 역무원들 잘 도와주세요”

“손님 두 대씩 두 번에 나눠 타서 다른 기차로 가시면 어떨까요?”

“네? 안됩니다. 철도청에서 장애인 좌석을 늘려야지. 장애인은 친구들끼리 여행도 하지 말라는 말인가요?”

“아뇨 그건 아니지만…알겠습니다”

이렇게 한여름의 남이섬 여행은 시작되어졌다. 청량리역에 도착해 기차에 오른다. 이번 기차는 경사로가 달려있지만 유난히 경사가 심하다 역무원과 공익의 도움으로 무사히 기차에 오르고 오늘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가평역에서 내려 화장실부터 들르고 남이섬으로 발길을 옮긴다. 여우비가 간간이 뿌려대고 남이섬까지 물어물어 가는 길섶엔 때 이른 코스모스가 나그네를 반긴다. 3.5키로 이상 걸어가는 길. 차를 타고 갔으면 무심하게 지나쳤을 것들을 하나하나 참견해보고 어떤 꽃이 더 예쁘게 피었나, 어떤 집이 더 예쁜가, 저 산에는 조각구름이 걸려있네 하면서 조잘조잘 이야기꽃을 피우며 도착한 남이섬. 선착장에서 나미나 공화국으로 가는 뱃삯을 지불하고 10분정도 북한강을 거슬러 남이섬에 도착했다.

남이섬 가는 길. ⓒ전윤선

남이섬 가는 배. ⓒ전윤선

울창한 나무숲으로 둘러싸인 남이섬은 비포장 길이고 흙냄새가 향긋하게 코를 자극한다. 아름다운 상상과 동화가 있는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상상공화국. 남이섬은 세상에서 상상과 예술의 문화광광지이며 국제적 관광휴양지의 성지로서 2006년 3월 나미나 공화국으로 독립을 선언하고 제2회 세계 책 나라 축제 개막식이 있던 같은 해 4월에 각국의 대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개국하였다.

사람냄새 물씬 넘치고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갈 수 있는 행복한 이야기가 있는 곳 달빛이 부서지는 북한강변에서 새벽물안개를 맞이하여 마음을 다스리는 곳. 진정한 참살이가 무엇인지 자연과 이야기 하면 마음속 깊은 짐을 덜어낼 수 있는 곳이 남이섬이다. 아무도 하지 않을 장유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날 수 있는 곳이다.

나미나 공화국에 도착해서 가장먼저 발길이 머문 곳은 잘 다져진 흙길 산책이었다.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메타세쿼이아숲길은 1977년경 서울대학교 농업대학에서 묘목을 가져와 남이섬에 심어졌다고 한다. 키가 빨리 자라고 우아하며 기품 있고 이국적인 맛과 웅장 자태를 자랑하는 이 길은 ‘겨울연가’ 촬영으로 더욱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으며 지금도 많은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여행객의 촬영 명소로 자리하고 있으며 남이섬의 상징나무길이기도 한다.

남이섬엔 더 많은 숲길이 존재한다. 섬 자체가 나무숲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은행나무길, 자작나무길, 잣나무길, 벚꽃길, 튤립나무길, 갈대숲길, 강변테크길 등 조용하고 키 큰 나무들이 벗해주는 숲길을 걷고 있자니 영화 속에 주인공이 부럽지 않았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섬 한가운데 박물관이 즐비해 있다. 노래박물관, 책 박물관, 남이장군 묘 등 어려가지 볼거리들과 식당들이 곳곳에 예쁜 모양으로 여행객을 불러들인다. 배도 고프고 해서 고전이 넘치는 식당으로 들어가 맛있는 보리밥과 빈대떡 그리고 도토리묵과 곡차를 시키고 한잔씩 잔에 부어 마시니 여행의 흥이 저절로 더한다.

남이섬 숲 길. ⓒ전윤선

한참을 둘러보고 겨울연가 주인공 사진이 걸려있는 곳에서 드라마 주인공 준상이와 함께 사진도 찍어본다. 숲길을 걷고 또 걸어도 지친기색은 찾을 수 없다.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여행이여서 그런지 그동안에 싸인 피로도 한방에 날려버린 것 같다.

나미나 공화국을 나와 북한강변에서 추억을 카메라 속에 밀어 넣고 돌아오는 길. 기차 안에서는 끊임없는 이야기꽃을 피우며 남이섬에서의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북한강변. ⓒ전윤선

♦어떻게 가나=청량리역에서 춘천행 기차를 타고 가평역에서 내린다. 가평역에서 남이섬 방향으로 3.5km정도 걸어가면 된다. 기차요금 장애할인 적용왕복 4천원, 입장료 및 뱃삯 장애할인 적용 4천원.

♦무엇을 먹나=남이섬에 예쁜 카페식의 식당들이 여러 곳이 있다. 메뉴로는 추억의 밴또, 닭갈비, 보리밥. 등 이다. 밤나무식당, 섬향기, 고목식당, 드라마카페연가지가, 메이하우스푸드코트.

♦어디서 자나=하루코스로 가능하지만 지방에서 오는 분들은 남이섬 안에 숙박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예약은 필수.

*여행문의=여행에 대한 문의와 함께 여행하시길 원하시는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 분은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다음카페 “휠체어배낭여행” 문의

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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