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떨어지니 칠흑 같은 어둠이 사막을 덮고 있다. 모리꾼들은 저녁밥을 지으려 분주하고 일행은 잠 잘 곳을 찾아 이리저리 다녀보지만 텐트를 칠만한 곳을 쉽게 찾을 수 없다. 몰이꾼 중 한명이 일행에게 바람이 피해가는 모레언덕을 알려준다.

내가 보기엔 거기가 거기인 것 같은데 몰이꾼이 알려준 모래언덕 밑에 텐트를 치니 정말로 바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곳 사막에서 살아남으려면 바람의 길을 경험으로 안다한다.

어둠을 밝히기 우해 모닥불을 지피고 감자와 고구마를 불속으로 묻어두었다. 모닥불에 빙 둘러 앉아 식사를 마치고 나니 하늘에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늘에 별은 해가 지면서부터 그자를 지키고 있었는데 우린 잠자리를 찾느라 그 별자리마저 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몰이꾼이 들려주는 구성진 노랫가락. ⓒ전윤선

사막의 밤하늘에 별, 별 들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 별 가운데 은하수가 길게 흐른다. 사막의 밤을 밝히기 위해 지펴놓은 모닥불에 둘러앉아 몰이꾼 ‘굴람’이 들려주는 노래를 듣는다. ‘굴람’이 부르는 노래는 우리의 정선아리랑 같은 곡조와 비슷하다.구성진 목소리로 뿜어 나오는 그의 노래는 일행과 사막을 압도한다. 또한 그의 노랫소리는 사막의 어두운 적막과 졸고 있는 별들을 깨워놓는다. 칠흑 같은 어둠뿐인 사막엔 동물들의 울음소리와 바람소리만이 몰이꾼의 노랫소리에 화답을 해준다.

그렇게 즉흥의 콘서트가 끝이 나고 사막에서의 첫날밤을 보내기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일행은 텐트 안에서 잠을 자고 몰이꾼들은 모래를 파고 그곳에 간단한 이불을 깔고 덮고 잔단다.

사막이라고 하지만 밤이 되니 기온은 뚝 떨어져 추위가 엄습해 온다. 내복을 입고 가지고간 옷은 모두 껴입었다. 그리고 침낭 속으로 들어갔지만 쉽게 잠이 오질 않는다. 손발은 꽁꽁 얼고 코끝은 차가운 사막의 기온을 그대로 맞고 있다. 춥다, 정말 추워서 견딜 수가 없다. 사막의 밤은 추위를 잘 견디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텐트 속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니 엷게 별빛들이 텐트위에 촘촘히 박혀있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잠이 들었다.

영하의 기온 사막의 여명. ⓒ전윤선

사막의 추위로 잠을 설쳐 일찍 눈이 떠졌다. 새벽이 오려는지 텐트위로 달이 지나가나는 모습까지 보인다. 멀리 양, 염소 떼의 울음소리가 사막에 불어대는 바람소리에 실려 희미하게 들릴 뿐이다. 타르사막은 적막에 싸인 채 지평선 너머로 해 덩이가 솟아오를 채비한다.

서서히 지평선 너머로 붉은 기운이 돌더니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해를 바라보며 사막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고요하고 경이롭다. 출발이다 사막깊이에의 그 곳으로 낙타를 타고 고대 실크로드로 길을 따라 떠나는 상인된 것 같이, 가도 가도 사막뿐인 모래언덕으로 떠남이다. 태양은 한 낯으로 향해가고 있고 밤새 얼음처럼 차가운 기온 삼켜버린다.

사막의 그림자. ⓒ전윤선

두시간정도 걸었을까, 오아시스를 만나 낙타의 목을 축인다. 사막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생명수이다. 이물은 생명의 시작이고 연장이다. 낮엔 더위 때문에 낙타가 2시간가량 사막 나무그늘에서 쉬어야 한다. 낙타도 쉬고 사람도 쉬어가고 바람도 내리쫴는 태양을 피해 쉬어간다.

잠시 쉬는 동안 낙타가 쉬엄쉬엄 먹이를 먹다. 갑자기 낙타의 울음소리 들러온다 몰이꾼들이 급하게 낙타에게로 다가간다. 낙타 한 마리가 먹이를 먹다가 억센 가시를 밟아 걷지를 못하고 주저앉아있다. 몰이꾼이 낙타를 모레언덕에 눕혀 즉석에서 가시제거 수술에 들어갔다. 낙타의 눈동자에서 보석 같은 눈물방울이 떨어진다. 소리를 내며 고통을 호소하는 낙타를 보고 있으니 안타깝고 가엽다. 몰리꾼들이 힘을 합하여 수술은 잘 끝나고 낙타는 바로 일어서 다시 발길을 옮긴다.

가시 밟은 낙타의 즉석 시술. ⓒ전윤선

한참을 달렸는데도 아직 야영해야할 곳에 닿지 않았다. 사막은 어둠속에 갇히고 별들이 일행을 안내한다. 별들의 안내를 받으며 걸어가고 있을 때 저기 멀리 불빛이 보인다. 어떤 불빛인지 궁금하여 모리꾼들에게 물어보았더니 사막에 사는 사람이 운명을 다했다한다. 이곳의 사람은 생명 다하면 사막에서 화장을 한고 한다. 모레위에서 화장하는 모습을 본 몰이꾼들이 그곳을 피해 멀리 돌아간다 한다. 화장하는 모습을 피해 밤늦게야 목적했던 곳에 도착했다.

셋째 날. 끝도 보이지 않는 넓은 모레 밭 과 사막이 집이다. 오늘도 아침 해 덩이가 솟아오른다. 밤을 지켜줬던 하얀 반달이 아침에게 수줍게 자리를 내어주려 한다.

밤새 먹이를 찾아 나섰던 낙타들이 하루 속으로 걸어가기 위해 모여든다. 조각같이 잘 생기고 순한 나의 낙타(소니아간디)와 함께 떠날 차비를 한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머리에 이고 사막 속으로 걸어가는데 멀리 독수리 떼가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낙타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다. 사막에서 태어나 살다가 생을 마친 낙타는 자신의 몸뚱이를 아낌없이 자연에게 내어주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삶이 순례임을 잠시 생각하다가 낙타를 타고 달려본다.

한참을 달리는데 바람이 몹시 분다. 사막은 바람이 불면 더위가 가신다고는 하지만 모래바람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다. 바람 때문에 모래알갱이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바람이 부는 대로 모레언덕이 새로 생겨나고 또 사라지곤 한다.

더욱더 거칠어진 바람으로 길을 잃기 전에 서둘러 모레분지를 열다섯 개나 넘어야 물이 있는 곳까지 갈수 있다한다. 사막을 출발하기 전에 챙겨왔던 식수는 이제 바닥이 났다. 내리쬐는 햇볕 때문에 모두가 지쳐있다.

저녁에 다되어 인가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곳은 높은 모레 분지로 유일하게 물이 있는 곳이어서 사람이 사는 곳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라 하지만 딸랑 집 한 채 뿐이다. 나무로 엉성하게 만들어진 작은집 한 체만이 덩그러니 홀로 사막을 지키고 있다. 주인장이 나무그늘을 나그네 에게 내어준다 이집의 아이는 이방인을 경계 하듯 아버지의 등 뒤로 숨어 앞으로 나오지 않으려 한다. 이방인을 낯설어 하면서도 연신 일행에게 해맑은 미소는 보낸다.

여행문의=여행에 대한 문의와 함께 여행하시길 원하시는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 분은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다음카페 “휠체어배낭여행” 문의.

타르사막 오하시스. ⓒ전윤선

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