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황금빛 태양 축제를 여는 광야를 향해서 계곡을 향해서, 먼동이 트는 이른 아침에 도시의 소음 수많은 사람 빌딩 숲속을 벗어나 봐요.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속의 흐르는 물 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조용필이 부른 ‘여행을 떠나요’의 일부이다. 일상탈출의 여름휴가(?) 여행을 떠나는 장면 같다. 황금빛 태양이 축제를 여는 광야를 향해서 먼동이 트는 이른 아침에 떠나는 여행이라니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지 않은가.

자 출발이다. ⓒ이복남

지난 7월 19일 도심의 빌딩 숲을 벗어나서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으로 여행을 떠났다. 부산복지21총봉사회(이사장 유경자)에서 개최하는 ‘제8회 장애인가족 자녀와 함께하는 사랑의 캠프’에 장애인 자녀와 대학생 봉사자 등과 필자도 함께 떠났던 것이다.

청소년 및 자원봉사자 그리고 총봉사회 임직원 등 200여명이 부산시청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5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통영으로 향했다. 태풍 ‘갈매기’의 북상으로 하늘은 황금빛 태양이 아니라 잔뜩 웅크리고 있었지만 모두들 여행의 설렘으로 하늘을 쳐다 볼 겨를도 없는 것 같았다.

수련관 앞 케이블카. ⓒ이복남

도심을 벗어나자 싱그런 바람과 짙어가는 녹색의 푸르름은 가슴까지도 파랗게 물들게 했다. 버스에서 나눠주는 김밥과 음료수 등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3시간여를 달려서 도착한 곳은 통영시청소년수련관이었다.

통영시청소년수련관은 도남동이라는데 바다가 어디쯤에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산속이었고, 수련관 앞에는 안개 자욱한 산등성이를 향해 수십 대의 케이블카가 그림처럼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박희동 교수의 특강. ⓒ이복남

배정 받은 숙소에 짐을 풀고 강당에 모여서 오후의 일정대로 입소식을 하고 박희동 교수(영남외국어대 교수)의 자원봉사에 관한 특강을 들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자유의지’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가 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 두 가지가 있으니 자신이 태어난 나라 즉 조국과 부모님이다. 자신의 삶이 비록 궁핍하더라도 버릴 수 없는 조국과 부모님에 감사하면서 꿈과 희망을 가지라는 것이다.

수련관 마당에는 작은 배 두척이 있었는데 물도 없는 맨땅에 두 척의 배는 만선을 한 채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한 배에는 양쪽에 국화를 가득 싣고 가운데는 돛대처럼 삐쭉 큰 키를 자랑하는 줄기 끝에 조그만 보라색 꽃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멀리 떠나 온 고향(?)을 생각하는 것일까. 그 놈의 이름은 물칸나(타알리아)였다.

물칸나를 싣고 떠나는 작은배(왼쪽). ⓒ이복남

저녁을 먹고 야외무대 앞에 모이라고 했는데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처럼 하늘은 퉁퉁 부어 있었다. 레크리에이션 진행자도 행여 비가 올까봐 주어진 프로그램을 일사천리로 달리는 것 같았지만 청소년들과 아저씨 아줌마(봉사회 임원)들은 함께 어우러져 춤추고 노래하고 박수치면서 즐겁기만 했다. 별도 없는 깜깜한 밤은 깊어가고 이윽고 마지막 시간으로 캠프파이어가 시작되어 어둠을 밝히는 불꽃 앞에 모두가 숙연해지며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각자 정해진 숙소에서 나름대로의 뒤풀이가 계속된 것 같은데, 필자가 배속된 방에도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단체 임원들이 준비해 온 치킨후라이드, 수육, 수박, 과자, 음료수 등을 바닥에 차려놓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날씨는 후텁지근했으나 실내는 냉방이 잘 되어 쾌적했다.

즐거운 식사시간. ⓒ이복남

다음날 새벽 후드득하는 빗소리에 잠이 깨어 베란다로 나가보니 멀리 보이는 산은 희뿌연 안개에 쌓여있고 비는 금방 그쳤다. 비가 오면 케이블카를 탈 수 없을 텐데 어쩌나. 장대같은 비가 쏟아지다가 금방 개이고 또다시 비가 오는 등 아침 내내 여우비가 장난을 쳤다.

비 때문에 오전 일정을 취소하느냐 마느냐 운영진에서는 고심을 하는 모양인데 아침 식사 후 잠깐 비가 개어 케이블카는 타러 가기로 했다. 9시가 넘자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이 눈부신 태양이 고개를 내밀었고 모두가 수련관 마당에 줄을 서서 인원점검을 했다.

신나는 레크리에이션. ⓒ이복남

오전 프로그램은 케이블카와 나전칠기 체험이었는데 나전칠기 체험 신청자 50명은 체험장으로 가고 나머지는 수련관 근처에 있는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줄을 서서 걸어갔고 장애인등 몇 사람들은 승용차로 이동을 했다.

통영관광개발공사에서 운영을 하는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는 미륵산까지 1,975m를 6인승 곤돌라 47대가 초속 6m의 속도로 운행하는데 미륵산 정상까지 약 1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요금은 어른이 8000원이고 단체는 7000원인데 우리 일행은 6000원에 타기로 했다고 한다. 장애인의 경우 1~3급은 보호자까지 50%할인이 되고, 4~6급은 본인만 1000원이 할인된다.

아쉬운 캠프파이어. ⓒ이복남

날씨는 얼마나 찌는지 모두가 땀을 줄줄 흘렸는데 곤돌라에 탑승을 하고 출발하자 산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했다. 아래에서 바라볼 때는 곤돌라가 느릿느릿 움직이는 것 같았는데 막상 타고 보니 제법 빠른 것 같았고 간혹 바람에 흔들리자 함께 탄 여학생들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곤돌라가 미륵산 정상에 도착해보니 맑은 날이면 일본 대마도까지 보인다는데 한려수도는 안개에 싸여있었다. 곤돌라 정류장은 3층으로 되어 있었고 엘리베이터 설치가 되어 있어 이용에 별 어려움은 없었다. 정류장 휴게실에는 각가지 관광 상품과 먹을거리들을 팔고 있어 저마다 커피나 팥빙수 등을 사들고 삼삼오오 흩어졌다. 3층 전망대에 올라가보니 세찬 바람이 미륵산 골짜기마다 안개를 몰고 다녔다. 얼마 전 작고하신 박경리 선생이 미륵산 기슭에 잠들어 계신다던데 고향에서 편히 쉬고 계시려나.

미륵산 위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이복남

다시 나려가야 할 시간은 다가오고 필자는 거의 마지막에 내려왔는데 정류장에 도착하니 안내방송을 하는데 오늘은 기상악화로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케이블카를 타러 왔다가 돌아서는 사람들이 “니 여행기에 케이블카를 타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라고 쓰라”는 얘기를 들으니 우리 일행들은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 같다.

하산하는 곤돌라에 탑승. ⓒ이복남

숙소에 도착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장대비가 쏟아졌다. 숙소에 들러 짐을 챙기고 나서도 비가 너무 많이 쏟아져서 식당으로 이동하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다가 잠깐 비가 그친 사이에 겨우 점심을 먹고 버스에 오르니 또 비가 내렸다. 비속으로 멀어지는 통영을 뒤로 하고 부산으로 향했다. 2008년 1박 2일의 여름 여행은 태풍 ‘갈매기’와 함께 한 비속의 추억이었다.

청소년 여러분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 고이 간직하세요. 돈 내고, 시간 내어 멋진 캠프 마련해 주신 ‘부산복지21총봉사회’ 관계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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