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야후에서 인터넷 바둑을 두어왔다. 그동안 약 3천판 정도 두어 아이디와 기력도 알려져 사이트에 들어가면 별 어려움없이 비슷한 실력의 사람들과 바둑을 둘 수 있었다.

얼마전 인터넷 바둑을 두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암호가 틀렸다는 메시지가 뜨며 접속이 되지않았다. 결국 포기하고 새로 아이디를 받아 접속했다.

새로 받은 아이디로 들어가니 여느때처럼 낯익은 아이디들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 막상 방을 열고 초대를 해도 아무도 나와 바둑을 두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누군인지 모르는 탓이었다. 게다가 점수도 ‘왕초보’ 이다보니 평소 나와 기력이 비슷한 사람들은 아예 상대조차 하려 들지않았다.

결국 평소에는 나역시 상대조차않던 낮은 점수대의 아이디를 찾아 바둑을 두어 점수를 올리기 시작했다.

빨리 많이 이겨 점수를 올리겠다던 나의 계획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상대의 점수가 낮다고 얕잡아보고 서둘러 두다가 지기를 몇번이나 거듭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한판씩 두어나가 2주만에 전과 대등한 점수대에 이르니 그제사 낯익은 아이디들이 바둑을 두자고 청해 온다.

살아가며 나는 얼마나 자주 사람들을 그들의 명함에 찍힌 직함이나 재산으로 평가해 왔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사람의 됨됨이는 결국 겪어보아야 알게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바둑을 두며 인생을 배운다. 한곳에 너무 집착하면 판을 그르치게 되고, 막아야 할 곳을 놓아두고 손빼서 다른 곳에 두다가 선수를 당해서 망하기도 하고, 공격해야 할 것을 주저하다 시기를 놓쳐 잡아야 할 돌을 살려주기도 한다.

바둑을 두며 내가 극복해야 하는 가장 큰 유혹은 늘 남의 집이 너무 커보이는 것이다. 이를 단번에 부셔버리려고 덤벼들었다가 큰 낭패를 보곤한다. 이런 때는 인내하며 주변에서 조금씩 삭감을 하며 장기전으로 끌고가야 한다. 잡힌 돌은 키워서 죽이지 말고 이를 이용하여 세를 키우거나 집을 불리는 것이 요령이다.

인생에서 장애는 초반에 잡힌 사석에 불과하다. 이로인해 판을 그르칠 것인지 아니면 심기일전하여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것인지는 각자가 선택하기 나름이다.

회사에서는 정기적으로 경영관리에 대한 교육을 한다. 이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에 연연하지말고 바꿀 수 있는 일에 힘을 쏟으라는 충고의 말이다.

장애인이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자립할 수 있는가는 주변환경과 사람들의 이해에 달려 있다. 내가 새로 아이디를 얻고 점수를 쌓아 전과 동등한 기력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둑을 둘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고 다른 이들이 나와 바둑을 두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애인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면 장애인 복지는 자연히 해결될 수 있는 일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해야할 일은 편의시설의 확장과 사회의 인식개선이다.

나의 기억 속에는 내가 한때나마 걸어 다녔다는 사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다만 낡은 사진첩에 남아있는 한 장의 흑백사진 이 한때는 나도 걸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줄 뿐입니다. 세살에 소아마비를 앓았습니다. 81년에 미국에 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주정부 산재보험국에서 산재 근로자들에게 치료와 보상을 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누군가 이글을 읽고 잠시 즐거울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