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는 현재 53명의 시각장애인만이 안내견과 생활하고 있다. 왜 이렇게 안내견과 함께 다니는 시각장애인의 숫자가 적을까? 사실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답은 나와 있으되 안내견 사용자 확대를 위한 구체적 대안을 실행하는 단계에서는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럼 본격적으로 그 해답을 찾아보자.

안내견은 소수를 위한 특수화된 서비스이다. 여기에서의 소수라는 의미는 선택받은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안내견의 수요층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영국, 미국, 프랑스, 뉴질랜드와 같은 선진 국가들조차도 잔존 시력을 활용한 단독 보행이 힘든 전체 시각장애인의 약 2~3%만이 안내견을 사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안내견의 본질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안내가 무조건 안내견 사용으로만 얻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먼저 본인이 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은 안내견과의 만남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평소 개와 함께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거나 동물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안내견과의 생활 역시 엄청난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견을 관리하기 위한 극히 단순한 일들조차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의 무게는 단독 보행에 대한 욕구 실현으로 얻어지는 행복감 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시각장애인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 환경적 요인들로 인하여 생기는 문제들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본인은 원하지만 동거 가족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안내견의 공공장소 출입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된다면 활동상의 제약은 더욱 더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개인 및 사회 문화적 배경을 감안하여 보았을 때 우리 나라의 안내견 사용 시장의 규모는 최종적으로 어느 정도선이 되어야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을까? 필자 개인의 견해로는 포괄적으로 추정하여 약 500~1500명 정도 수준에서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들이 결코 안내견 활동의 모든 의미를 대변하지는 못한다. 서두에서 언급하였듯 안내견을 통한 재활 서비스가 소수를 위한 특수한 서비스라는 진정한 의미는 다른 데 있다.

특수교육 및 재활서비스에서 기초로 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의 논리가 공적 집행 과정에 있어서는 큰 토대가 될 수 있으나,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 이슈화시켜 정책의 변화를 도모하고 사회 변화에 앞장서도록 하는 것 역시 결코 소홀하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

안내견 사용자는 현재 고작 53 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모든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을 원하는 상황에 이르지는 못 할 것이다.

그러나 한 마리의 안내견이 지역 사회 및 국가 차원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일반적 인식 수준 및 공적 집행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상상 이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즉 단순히 그 대상이 안내견이기 때문이 아니라 극소수의 결집된 한 목소리의 파워가 현존하는 안들을 표면 위로 이슈화시키는데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큰 효과를 낳는다.

한 가지 예를 들고자 한다. 지난 2001년 안내견의 공공장소 출입을 허용하는 장애인복지법안이 채택되어 현재는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거부당하는 피해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안내견의 출입 허용이라는 가시적 효과를 넘어 시각장애인의 자유로운 사회 이동을 위한 권익을 대변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으며, 중도 실명으로 고통 받고 있는 재활 단계의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사회 활동을 법적으로 보장 받을 수 있는 일면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희망을 주고 있다.

장애인계는 그것이 원하든 원하지 않던 항상 도도한 물결의 변화에 몸을 내맡긴 상태로 흘러간다. 흥미로운 것은 항상 의미로운 변화 뒤에는 그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한 소수의 단결되고 조직된 활동이 큰 영향을 미쳐왔다는 것이다.

특히 장애인은 언제나 소수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소수가 현재 우리 사회의 일부로 존재하며 당당한 한 일원으로 살기 위해 일궈 놓은 여러 제도들이 과소평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모든 국민들이 자신의 존엄성과 가치를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기본 개념을 일깨워 줄 때도 많다.

장애인 중에서도 안내견과 다니는 시각장애인은 극소수이다. 그러나 그 극소수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담겨진 사회를 향한 요구는 전체 장애인계를 너머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인간의 기본 행복권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선천성 시각장애로 특수학교(대전맹학교)를 나와 2002년 창원대학교에서 특수교육과 사학을 복수전공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첫 안내견 강토와 만나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수준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의 열악한 현실에서 안내견 강토의 활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시각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일깨워 주는 존재로 부각되었다. 지난 2005년에는 삼성화재 공익광고에 출연하여 대한민국광고윤리대상을 수상하였고, 안내견에 대한 대중의식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대학교 졸업과 동시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 입사하여 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홍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시각장애인 및 안내견 인식개선을 위하여 정기적으로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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