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100만 촛불대행진 장면. ⓒ에이블뉴스

전국적으로 1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한 이번 6·10 촛불집회를 보면서 1987년의 6월 항쟁이 떠올랐다. 그때는 시위가 민주 대 반민주의 극한 대결구도로 전개됐기 때문에 돌과 화염병이 난무했고 불려 졌던 노래와 노래들도 비장감이 넘치는 민중가요만이 울려 퍼졌었다.

그래서 그 당시 집회에 아이들을 데려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으며 장애인이나 노인들도 거의 참여하기가 어려웠었다. 하지만 21년이 흐른 지금의 집회문화는 양상이 전혀 달라져 보인다. 중고생들, 직장인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아주머니들, 이제는 40대의 중년이 된 386세대, 예술인들, 대학생들에 장애인들. 노인들. 데이트 나온 연인들 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야근하다 짬을 내어 잠시 들르는 사람, 학원을 빼 먹고 동참하는 파들도 있었다. 시위방법도 구호만 외치고 행진만 하는 단순한 의지의 표현이 아니라 광우병 쇠고 수입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이 담긴 스티커와 리본이 곳곳에 널려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춤으로 다른 이들은 모여 토론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집회의 목적은 동일 하지만 각자의 방법으로 다양하게 표출하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소수의 지도부가 시위를 주도면밀하게 준비하고 계획하고 다수의 사람들은 그저 지도부의 지시대로 따르기만 하는 시위문화는 과거의 유물로 전락한 것이다. 참가지 모두가 집회의 지도부이자 구성원으로 중심이 따로 없다 여당이나 경찰에서는 배후가 있을 것이라고 떠들지만 참가자 모두와 국민이 집회의 기획자이자 주인공들이라고 봐야 옳다.

시대가 변하면 사람만이 교체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이 변할 수밖에 없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시위문화도 변화된 사회 분위기에 따라 진보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시대에 따라 모든 것이 변화 하지만 딱 하나 거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장애인과 관련된 영상미디어 분야 되겠다.

방송이나 영화 등에서 장애인을 묘사할 때 중점을 두는 것은 장애로 인해 그 사람이 얼마나 불편하게 사는지에만 관심을 둘 뿐이다. 이렇게 장애에만 초점을 두는 제작 방식은 20년 전이나 달라진 것이 거의 없어 보인다. 평생을 이런 영상만을 접해온 우리들은 이제 장애인이 등장 할 때 장애에 관한 애기가 안 나오면 오히려 그것을 이상하게 바라 볼 정도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런 정체된 장애인 영상미디어의 모습을 바꾸는 작은 씨앗이 움트고 있어 희망을 갖게 만들고 있다. 지난 3월에 소개 한 바 있는 지적장애인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출연한 영화 <봉천 9동>이 바로 그것이다.

<봉천 9동>은 주인공을 비롯한 출연진 대부분이 지적장애인들로 구성 돼있고 비장애인들도 다수 등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장애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장애인이란 용어조차도 사용되지 않고 있어 놀라움을 안겨준다.

내용도 20대 남성 지적장애인들이 일하고 놀고 사랑을 하는 모습만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 장애와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일반상업영화속의 비장애인 청년들의 모습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영화가 등장한 것이다. 이렇게 <봉천 9동>은 장애에 초점을 전혀 맞추지 않고 장애인이란 용어조차도 사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금처럼 장애에만 초점을 맞추는 방식은 변화지 않고 수십 년을 이어온 획일화된 영상문화이다. 이를 유지 할 것인지 아니면 시대 변화에 맞게 새로운 집회문화를 선보였던 이번 촛불집회처럼 다양한 장애인 영상문화를 만들 것인지는 우리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리플합시다]18대 국회에 장애인 국회의원에 바란다

전동휠체어를 몰면서 세상을 돌아 다니다가 3년전 부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방송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장애인과 관련된 방송 모니터 활동을 하면서 방송에서 묘사되고 있는 장애인의 왜곡된 모습에 충격을 받아 본격적으로 미디어속의 장애인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방송에 비치는 장애인의 모습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영화,신문,광고,교과서 등 모든 매스미디어로 연구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