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6월 8일) 가족 중 한 사람이 외국에서 귀국하기에 인천국제공항에 갔었다. 차량을 주차하기 위해서 지상 층에 있는 장애인주차구역을 찾았다. 전과는 달리 꽤 많은 차량이 장애인 주차구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마침 한 자리가 비어 있어서 그곳에 주차를 하였다. 식구들은 공항청사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차 안에 앉아서 기다렸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장애인주차구역을 이용하는 운전기사는 어떠한 사람일까 하면서 1시간 30분 정도 관찰하게 되었다. 그 결과 1시간30분 동안 내가 발견한 장애인 주차구역에서 차량을 주차한 사람들 중에 장애인 당사자는 딱 한 사람 뿐 이었다. 너무나도 기가 막혔다.

젊은 친구, 나이든 사람 할 것 없이, 멀쩡한 사람들이 장애인 마크가 부착된 차량을 가지고 와서 버젓이 주차를 하고 가는 것이다. 바로 이 때, 젊은 친구들이 주차된 차를 빼서 이동하는 순간, 주차관리를 하는 사람들(아마 구청에서 파견된 사람일 것이다)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하는 일은 차량에 부착된 주차표지에 있는 차량번호와 차에 있는 차량번호와의 일치만을 확인하는 것뿐이다.

나는 그들을 불러서 말했다. "이 보세요. 저 사람들이 장애인이 아닌데, 왜 단속을 안 합니까? 장애인이 탑승 시에만 주차하도록 되어 있는 것을 모릅니까?"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 즉 현장 포착된 그 순간에 주차관리 하는 두 명의 여자는 "손이 부족해요"라고 말할 뿐 그냥 지나가고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은 "그냥 지나가자"라고 나의 말을 듣는 주차관리요원의 팔을 끌고 형식적인 관리를 계속하고 있었다.

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중형차를 가지고 온 사람들이 장애인 주차구역에 당당하게 주차를 하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20분 뒤, 그 중 한 사람이 장애인 주차구역으로 다시 나왔다. 마침 한 여성이 주차구역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차에는 장애인주차표지가 없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마침 빠져나는 빈 자리에 주차를 하라고 손짓하였다. ‘어!’ 하는 순간, 그들은 부녀지간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아버지의 손짓에 따라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를 하였다. 그러더니 그녀는 차안에서 보관해두었던 장애인 주차표지를 꺼내어 유리 밑에 놀려놓고, 유유히 그 남자와 함께 사라지는 것이었다.

이 장면에서 나는 의아해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장애인 주차표지가 발급되는가? 한집에 두개씩 발급되고, 그리고 그렇게 남용되고, 이렇게 해도 괜찮은가? 게다가 장애인주차구역에서 어떤 사람은 "주차요원이 아니에요. 나는 단속할 권한이 없어요. 구청에서 해야 하는데…"하면서 손을 놓고 있다.

정작 구청에서 파견된 주차요원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우스꽝스러운 불법 장애인주차현장 조차 외면해 버리는 이 현실. 바로 이것이 장애인 차별이 아닌가?

몇 년 전, 장애인의 주차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의논하고, 아이디어를 내서 현재의 장애인 주차표지제도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무엇이 달라졌는가? 결국 낭비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현실을 잘 알면서도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 아닌가?

필자는 이러한 불법주차형태를 막기 위해서 장애인 당사자를 채용하여 장애인주차관리요원으로 배치하는 일을 제안한 적이 있다.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고용증대를 꾀하면서 장애인의 주차권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제도를 왜 도입하지 않는가? 아울러 주민자치센터에서 발급하는 장애인주차표지발급제도도 다시 한 번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장애인주차발급표지검정위원회를 구성해서 실제로 필요한 사람이 장애인주차표지를 발급받았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여기에 중증장애인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

장애인주차표지를 발급할 뿐 아니라 LPG 연료를 사용할 때 교육을 받듯이, 장애인 주차표지를 받은 사람과 장애인주차관리를 할 사람에 대한 교육을 통하여 인증 제도를 실시했으면 좋겠다. 아울러 이에 대한 위반은 현재 12만원이 아니라 12만원을 기초로 하여 시간당 1만원이 추가하는 강력한 제도와 아울러 외국처럼 견인을 해서 장애인차량의 주차권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이나 호주에서는 장애인 주차구역, 소방차 주차구역 등에 주차된 불법차량은 대화 없이 견인해 간다. 그래야만 장애인의 주차권과 비상시의 소방차 주차를 통한 재해방지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늘 반복해서 외치는 말이요, 너무나도 많은 사례들이 보고되는 일이지만, 장애인 주차표지 발급에서 부터 장애인주차구역의 관리까지 실질적인 제도운영이 있어야 한다. 또한 멀쩡해 가지고 장애인 주차구역을 남용하는 무식하고도 뻔뻔스러운 파렴치한 행태는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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