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아침, 주정부 통신국에서 운영하는 청각 장애인 연결 서비스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부서의 직원인 리사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그녀는 청각장애인이다.

통신국의 직원은 먼저 연결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청각장애인이 문자를 전송하면 그가 이를 내게 음성으로 전달해 주고 내가 말하는 것은 문자로 그녀에게 전송해 주는 방법이다. 리사는 듣지는 못하지만 말은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녀는 내게 직접 말을 하고 나는 통신국 직원을 통해 그녀에게 문자를 보내는 방식으로 통화를 했다. 내용인즉, 귀가 심하게 아파서 회사에 나올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8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미혼모이다. 수년전 귀에 보조장치를 넣는 수술을 받아 다소 좋아졌던 청력이 최근에 더 나빠져 요즘에는 직원회의나 교육 시 다른 직원이 메모를 해주고 있다.

그녀가 요청하면 회사에서는 수화통역이나 전화로 연결하여 실시간 자막을 컴퓨터에 올려주는 편의시설 등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녀가 요즘 가장 걱정하는 것은 전과는 달리 자신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엄마에게 짜증을 내는 아이의 태도라고 한다.

미국에는 미혼모들이 많다. 청소년기의 실수로 미혼모가 되는 경우도 많지만 적당한 결혼 상대를 만나지 못한 30대 여성 중에도 미혼모들은 증가 추세다. 내가 관리하는 부서에서는 지난 1년 사이에 두 명의 여직원이 미혼모가 되었다.

대부분의 미국여성들은 모유 먹이기를 선호한다. 직장에 다니는 여성이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기 위해서는 하루에 몇 차례 모유를 짜서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회사에서는 이들에게 개인적인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우리 부서에서는 2층에 있는 작은 회의실을 이들에게 제공해 주었다.

미국에 미혼모가 많은 이유는 아무래도 뿌리 깊은 기독교 정신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진보주의자들이 여성의 낙태 선택권을 주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낙태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임신 중 검사를 통해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낙태를 하지 않고 낳아서 기르는 이들이 많다.

얼마 전 한국 TV에서 방영되는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에서 한 외국여성이 한국의 낙태실태를 지적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는 고아의 외국입양과 함께 우리 사회가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낙태가 원치 않는 임신의 해결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적절한 성교육과 피임만이 불필요한 낙태의 상처를 예방할 수 있다.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나는 아이는 없다. 선택권이 없기는 부모도 마찬가지다. 다들 주어진 상황에서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것이다. 스스로 선택해서 장애인이 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사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생명을 얻는다는 것은 참으로 축복받은 일이다. 비록 원치 않았던 임신이나 기대치 않았던 장애라 할지라도 삶이란 아름다운 것이며 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나의 기억 속에는 내가 한때나마 걸어 다녔다는 사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다만 낡은 사진첩에 남아있는 한 장의 흑백사진 이 한때는 나도 걸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줄 뿐입니다. 세살에 소아마비를 앓았습니다. 81년에 미국에 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주정부 산재보험국에서 산재 근로자들에게 치료와 보상을 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누군가 이글을 읽고 잠시 즐거울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