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를 이용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은 하나의 도전(challenge)이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버스를 이용하는 일은 대단히 불편하다. 저상버스의 정차 위치와 아울러 슬라이드를 이용하는 일, 그리고 저상버스를 기다리는 긴 시간과 불규칙한 차량의 배정 등은 한결 더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일단은 손쉽자고 느껴지는 지하철을 이용하곤 한다.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전보다 많이 개선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인천에서 서울로 오는 전동차를 타고 용산역에서 하차하게 되었다. 저녁 10시를 넘어서였기에 꽤 늦은 시간의 이용이었다. 주안역에서 용산역을 종점으로 하는 직행 전동차에몸을 실었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전동차는 용산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제가생겼다. 전동차가 제위치에 정차하지 않은 것이다. 전동차는 사람이 내리는 문과 그렇지 않은 구역 사이에 칸막이가 세워있다. 그런데 전동차는 칸막이가 내리는 문을 막는 형태로 정차하고 만 것이다. 사람들은 제각기 몸을 비틀면서 문 밖으로 나갔지만, 전동 힐체어를 타고 있는 나는 도저히 내릴 수 없었다. 아주 난감했다. 다행히도 마지막 부분에 있는 문과 그 칸막이가 어긋나 있어서 간신히 내릴 수 있었다. 나는 전동차를 운전하는 역무원에게 짜증난 소리로 한마디 했다. 그는 죄송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는 죄송하다고 끝날 일이 아니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도저히 안되는 일이었다.

둘째 지방에서 KTX를 이용하여 서울역에 도착한다. 그리고 나는 4호선 안산행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하여 분주하게 움직인다. 서울역에서 4호선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역사 바깥으로 나와서 엘리메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4호선 방향으로 부지런히 가야 한다. 기껏 가다보면 계단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버튼을 눌러서 리프트를 작동시켜주어야 할 공익요원 혹은 역무원을 기다려야 한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리프트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를 다시 타고 4호선을 타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고민거리가 생긴다. 그것은 인도보다 전동차의 입구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의 혼자의 노력으로는 도저히 전동차에 들어갈 수 없다. 종각이나 다른 역에 보면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하여 인도를 높여서 전동차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서울역은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결국 4호선 사당방향 전동차를 타기 위해서는 매번 공익요원이나 역무원 혹은 승객의 도움을 입어 전동차에 들어가야 한다. 들어갈 때 마다 목숨건 혼신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다른 역처럼 인도를 부분적으로 높여서 전동휠체어를 탄 사람 혼자의 힘으로 전동차에 들어가도록 조치했으면 좋겠다.

세번째 총신대 입구역에서의 도전이다. 총신대 입구역에 내려서 7호선을 이용하여 온수역 방향의 전동차를 이용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7호선 방향이라는 표지만 있을 뿐 다른 안내판은 없었다. 나는 상가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들도 잘 몰랐다. 알고보니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그 사이에 안내판도 없이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버튼을 눌러 역무원을 기다려야 했다. 참으로 긴 시간 기다렸다. 알고보니 역무원 사무실이 제일 끝에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하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리프트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왠지 다른 역의 리프트와 달랐다. 리프트가 오래되고 허술해 보였다. 알고보니 다른 역의 리프트는 300kg을 적재할 수 있는데, 총신대입구역의 리프트는 230kg을 적재할 수 있었다. 나는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면서 나의 무게를 계산해 보았다. 전동휠체어 130kg, 나의 몸무게90kg 합이 220kg이 되니 리프트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매우 길고도 경사가 가파른 리프트를 이용하면서 "이것이 바로 목숨건 도전"이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역무원은 말하기를 리프트를 설치한 지 10년이 되었는데, 자신도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갑자기 오이도역에서 떨어져 사고를 당한 장애인이 생각나서 섬뜩해지기 시작했다.

총신대입구역의 문제는 이것 만이 아니었다. 7호선을 타고 남성역에서 총신대입구역에 도착해서 다시 4호선 서울역 방향의 전동차를 이용하려고 하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왔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4호선방향이라는 팻말을 따라 왔지만, 거기에는 계단만이 있었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물어물어 알아보니 반대편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다시 내려가야만 4호선 전동차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보인 것이다. 나는 아까 이용했던 부실한 리프트에 몸을 싣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올라오면서 역무원에게 물었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을 위해 안내표시나 팻말이 부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이것 자체가 정보제공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차별임을 아십니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이 사실을 인터넷으로 올려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그러면 조금 더 빨리 개선되겠지요.

아직도 서울 시내의 지하철을 다 이용해 보지 않았다. 이용할 때마다 잘 되어 있는 곳도 많다. 아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을 지적하여 고쳐야 할 역은 전보다 휠씬 숫자가 적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빨리 개선해야 한다. 지하철, 전동차 이용할 때의 차별은 빨리 시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는 이동권, 접근권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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