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위에서 바라본 부산전경. ⓒ정재은

봄을 시새움하던 바람이 축축한 여름기운에 눅눅해 지던 초여름. 문득 바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거리나 시간상으로 봐서는 만만치 않은 여행이 될 것 같다. 현재 내가 있는 곳에서 시간과 공간의 컴퍼스를 돌려보았다.

서해안은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동해안은 너무 멀다 그렇다고 남해안 까지 가려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한참을 고민하던 찰나에 문뜩 떠오르는 것이 KTX다. 그래! KTX를 타고 떠나자.....

그 순간 이미 나의 여행은 시작되고 있었다.

바다위에서 바라본 태종대 모습. ⓒ정재은

새벽열차를 타고 3시간 남짓 지나니 몸은 벌써 부산에 도착해 있다. 부산역 광장에는 하루의 출근을 서두르는 부산시민들로 북새통이다. 그렇듯 부산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 역동적인 부산시민들의 바쁜 움직임이었던 것이다.

부산역에서 물어물어 시내버스를 타고 태종대를 향한다. 낯선 도시에서 낯선 버스를 타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모두 새롭고 흥미롭다. 창밖 풍경에 빠져있다 보니 버스는 어느새 태종대 선착장이다.

부산대교를 지나 9.1㎞, 영도해안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는 태종대유원지는 54만 2천 평의 면적에 해발 250m의 최고봉을 중심으로 해송을 비롯한 120여 종의 수목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깨끗이 단장된 유원지 안,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가니 선착장이 보인다. 급한 계단이며 계단 아래로 절벽과 더불어 돌멩이로 된 작은 해안에 파도가 부서지고 있다.

태종대의 기암괴석. ⓒ정재은

해안에는 깎아 세운 듯한 절벽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굽이치는 파도와 더불어 절경을 이룬다.

실제로 등대 아래에 발달한 융기 파식대인 신선암은 태종대를 대표하는 명소로 그 형성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12만 년 전인 제4기의 최종 간빙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같은 사실은 태종대가 제4기의 최종 간빙기 이후 부산만의 간헐적인 융기운동에 의해 지금과 같은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따라서 태종대는 암석해안의 아름다운 풍치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산만의 자연사를 이해하는 데에도 가치가 아주 높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전망대에서는 청명한 날이면 약 56㎞ 거리인 일본의 쓰시마섬까지 볼 수 있다고 하니 멀어져 가는 한일국가관계에 반비례하는 시야를 가지고 있기도 한 곳이리라. 또한 가뭄이 들 때마다 동래부사가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낸 곳으로도 유명한데 특히 음력 5월 초열흘날에 오는 비를 태종우라 불렀다 한다.

선착장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깊은 계단으로 한참 내려가야 한다. ⓒ정재은

태종대에서는 유람선을 타고 부산 앞바다를 구경할 수 있는 바다 여행의 묘미가 있다. 가파른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선착장 주변의 갖가지 기암에 파도가 넘실댄다. 선착장이야 말로 기암괴석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며 이곳에서 유람선을 타봐야 태종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유람선은 태종대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이내 부산 앞바다 쪽으로 향하는데 바다 한가운데서는 멀리 오륙도가 손에 잡힐 듯하고 부산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넘실대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유람선을 따라 이어지는 돌고래들의 군무는 비길 데 없는 장관이다.

머얼리 오륙도가 손에 잡힐 듯하다. ⓒ정재은

넘실대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유람선을 따라 이어지는 돌고래들의 군무는 비길 데 없는 장관이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가슴이 트이고 넘실대는 바다경치에 마음의 시야가 트이는 곳,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사랑과 감성이 싹트는 곳이 우리들의 태종대 여행인 것 같다.

즐거운 바다여행은 한반도를 가로질러 왕복을 하고도 여유가 넘쳐나, 오는 길에는 자갈치 시장도 들러보고 부산 연안에도 들러보는데 그것은 아마 KTX라는 문명의 이기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열차에 몸을 싣고 시속 300Km만큼 빠른 속도로 추억이 되고 있는 바다풍경에 푹 빠져 있었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경기지사에 재직 중이다. 틈틈이 다녀오는 여행을 통해 공단 월간지인 장애인과 일터에 ‘함께 떠나는 여행’ 코너를 7년여 동안 연재해 왔다. 여행은 그 자체를 즐기는 아름답고 역동적인 심리활동이다. 여행을 통해서 아름답고 새로운 것들을 만난다는 설렘과 우리네 산하의 아름다움을 접하는 기쁨을 갖는다. 특히 자연은 심미적(審美的) 효과뿐 아니라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정화시켜 주는 심미적(心美的) 혜택을 주고 있다. 덕분에 난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장애라는 것을 잠시 접고 자유인이 될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받아온 자연의 많은 혜택과 우리네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함께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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