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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블로거의 생생 장애인 체험기

다쳐서 1달간 장애인 생활을 해보니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05-29 15:13:23
엘리베이터가 없어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 부부. ⓒ심승보 에이블포토로 보기 엘리베이터가 없어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 부부. ⓒ심승보
수년 전 어느 장애인단체에서 기자학교 과정을 들을 때 장애인 편의시설에 관한 사진을 찍어오는 숙제가 있었다. 그래서 전동휠체어를 몰며 편의시설이 잘되어 있는 곳이거나 미비한 점이 눈에 띄는 대로 여러 장 카메라에 담아갔다.

필자가 찍어온 사진들을 검토하던 강사분이 가장 좋은 사진으로 뽑은 것은 장애인들이 편의시설의 미비로 인해 힘들어 하는 사진이 아니라 의외로 비장애인 부부가 엘리베이터가 없어 유모차를 둘이서 들고 계단을 오르는 사진이었다.

이유인즉 사회는 비장애인이 훨씬 많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편의시설 부족으로 고생을 하는 것은 남의 일로 여길 수도 있지만 비장애인이 고생을 하는 것을 보면 바로 자신의 일로 간주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가 더 쉽다는 설명이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묘한햄양’이란 어느 비장애인 블로거가 사고로 다리에 기브스를 하고 한 달 정도 목발을 사용하며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본 생생한 고생담을 올렸는데 네티즌의 반응은 상당히 폭발적이었다.

네티즌들은 장애인들이 같은 이유로 고생담을 겪었다는 사연에 대해서는 측은하다며 동정심을 보내는 정도지만 비장애인 블로거의 사연에 대해서는 “자신도 비슷한 경험을 해봤었다”, “우리사회에 편의시설이 너무 부족하다”, “다친 사람이 대중교통을 이용 할 때 자리를 양보해주는 미덕이 필요하다” 는 등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고 있었다.

계단의 공포와 편의시설이 왜 필요한지를 절감한다

이 블로거가 목발을 사용하며 처음으로 경험한 것은 계단의 공포라고 말한다. “평소 아무렇치 않게 올라가던 그 2~3칸의 계단이 등산 하는 것처럼 힘들었다”하고 지하철을 타고 의정부역을 갔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려 겨우 밖에 나왔더니 다리가 후들거렸다고 토로한다.

다른 네티즌 역시 “4주를 다리에 깁스를 하고 출·퇴근을 했었는데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정말 계단이 싫었다”며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에게 계단이 얼마나 힘들고 공포스러운 존재인가를 느끼게 하여 사람들에게 저상버스나 엘리베이터 등의 편의 시설의 필요성을 절감케 하고 있다.

장애인을 보는 차가운 시선을 맛보다

한 달 정도 목발을 사용하며 생활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육체적으로 어려운 점 보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이 가장 고역이었음을 애기한다.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집중되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고 “저러고 왜 돌아다녀”하는 작은 수근거림도 귀에 쏙 쏙 들어와 힘들었다고 한다.

아이디 동병상련이란 분은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쳤는데 자신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도 않고 그저 인도를 걷고 있는데도 사람들이 불쌍한 눈빛으로 쳐다봐서 상당히 고역스러웠다고 하소연한다.

또 다른 네티즌 미니미니미 분은 지금 3달째 목발 생활 중인데 “밥 먹으러 나가면 저를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참 많고, 어린아이들은 무슨 광대 보는 마냥 뚫어져라 쳐다봐요”라고 토로하며, 자신이나 글쓴이는 일시적으로 끝나겠지만 평생을 이런 시선을 받으며 사는 장애인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여 장애인을 볼 때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 말고 똑같은 인간으로 보아줄 것을 깨닫게 해주고 있었다.

새로운 대중교통 예절을 계몽해야 함을 느끼다

블로거 분은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있다 보면 다리가 아파 힘들어해도 양보 받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전에는 자리가 없으면 사람들이 다친 다리를 보고 자리를 양보해주리라 생각했었지만 막상 타보니 양보해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더군다나 학생들이 앉아 있으면서 양보해주지 않는 것이 서운했다고 한다.

아이디 하늘향기란 분도 깁스를 하고 스쿨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아무도 양보를 해주지 않아 돈이 많이 들지만 다음날부터 택시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며 우리의 비뚤어진 양보문화를 꼬집는다.

반면에 노인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문제 삼는 글도 보인다. 어느 분은 자신이 깁스를 하고 목발을 해서 다리아파 노약자석에 앉았는데 노인분이 다가오더니 왜 젊은 사람이 여기 앉아 있느냐며 당장 비키라고 호통을 쳐서 서서 갈 수 밖에 없었음을 하소연 하고 있다.

이처럼 비장애인의 장애인 체험담은 비록 일시적인 경험담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경험담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에게 수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네티즌의 절대다수는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의 경험담은 아무리 절박하더라도 동정하고 측은지심을 보낼 수는 있는 정도에 머무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비장애인의 경험담은 자신과 똑같은 처지의 사람이 당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피부로 와 닿는다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이번 어느 블로거의 장애 경험담과 네티즌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라면 비장애인들도 많은 사람들이 편의시설 부족으로 장애인들처럼 애를 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놓고 볼 때 장애인편의시설에 관한 운동이나 홍보를 할 때에는 장애애인들이나 노인들만이 편의시설 부족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 젊은 사람들 중에도 다친 사람들이나, 무거운 짐을 든 사람, 유모차를 끄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편의시설 부족으로 이동권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홍보 효과가 더욱 좋으리란 생각이다.

칼럼니스트 심승보 (skfk35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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