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 ⓒKBS

신체적 손상을 가진 사람들보다 지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본인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신체장애을 가진 사람을 서포트 하는 것 보다 더 어려울 수 있으며 더 많은 공부를 필요로 한다. 많은 시간을 당사자들과 함께 해야 하고,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글을 읽고 공부도 하면서 무지(지식이 없음)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실수를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적장애인은 판단능력이 없다. 지저분하다. 부모가 힘들기 때문에 시설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라는 무지의 인식들은 개인에게는 편견을 주고, 사회에서는 문화와 제도를 만들어내어 토착화 시켜버린다. 지금까지 우리의 사회구조가 그렇게 만들어진 것처럼 말이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설명을 해!(A: 1급 지적장애인, B: 가이드헬퍼)

A는 엄마랑 같이 살며 매일 헬퍼와 외출을 한다. A의 엄마는 헬퍼들에게 외출을 하거든 박물관이나 공원 전시장에 가라고 하신다. 하지만 A는 신주꾸 백화점에 있는 빨간 엘리베이터와 엘리베이터 안내를 도와주는 언니를 만나러 가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그날도 A와 B는 A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현관 앞 복도에서 A가 움직이지 않고 멈추어 섰다. 얼른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B는 빨간 엘리베이터를 만나러 가자고 달랬다. 하지만 A는 움직이지 않고 갑자기 울면서 뛰기 시작했다. 왜 그러냐고 달래면 달랠수록 울음소리는 더 컸고 주위에 있는 물건들을 6층 아래로 던지기 시작했다.

집안에서 A의 엄마가 소리를 듣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B는 더 초조해졌다. A가 좋아하는 전철이야기 장난감이야기 맛있는 빵 이야기 들을 꺼내 보기도 했다. 그리고 무리하게 손목을 잡고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A는 움직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지친 B는 주저앉아 멍하게 A를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다. ‘맞아. 어쩌면 지금 A자신도 본인이 왜 그러는지 모를지도 몰라. 그런데 내가 자꾸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설명할 수 없어서 더 짜증내고 소리도 지르겠지!’ 갑자기 서럽게 우는 A가 안쓰러워지기 시작했다.

B는 A를 안아 주었다. 그리고 “서럽지! 억울하지! 내가 잘못했어! 알았어! 이해해!”라며 A를 달래 주자 A도 “서러워! 억울해! 억울해!”라며 서러운 눈물을 흘렸다. 한참 후 A가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다시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 엄마에게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인사하고 나왔다. A는 아마도 엄마랑 헤어지는 것이 싫었던 모양이다.

A가 감당할 세상의 크기는? (A: 2급과 3급의 경계급 지적장애인, B: 가이드헬퍼)

A의 스케줄은 오전에 당사자 회의에 참석을 하고 오후에는 쇼핑을 하는 거였다. 점심을 동료들과 맛있게 먹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휴일답게 사람들이 많았다. 백화점에 들어서자 A가 B의 팔을 꽉 붙잡으며 따라 왔다. 그리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 갈수록 B의 등에 달라붙었다. 사람이 없는 코너에서는 이것저것 보면서 재미있게 쇼핑을 했지만 백화점에 있었던 대부분의 시간을 A는 불안해했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 그리고 낯선 많은 사람들이 원인이었다. A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무서웠다고 이야기 했다.

7년 전의 일인데도 팔을 힘 있게 붙잡던 A를 B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B는 지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감당할 세상의 크기에 대해서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분명 비장애인이라고 불리 우는 사람들이 감당할 세상보다는 좁고 작겠지 라고 결론을 내릴 때 마다 7년 전 A의 두려움이 느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적장애인 옆에는 가이드헬퍼가 있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A의 감정해방 (A: 3급 지적장애인, B: 가이드헬퍼)

A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보호작업장에서 일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가이드헬퍼와 함께 동료들의 모임에 참가도 하고 외출도 한다.

A는 B를 보면 보호작업장에서 힘들었던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그날도 하루 종일 보호작업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어쩌면 다음주에도 반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B는 반복되는 이야기에 지루하기도 했지만 잘 경청을 해주었다. A가 얼마 전에 동료상담을 받았고 동료상담에서는 감정해방을 중요시 한다는 것을 B는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A가 B를 지명했다. (A: 3급 지적장애인, B:가이드헬퍼)

코디네이터는 B에게 A가 지적 장애인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다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잘 안 건넨 다는 말 만 해주었을 뿐이다. 불꽃놀이 축제에 갔다. 멋진 불꽃놀이를 보면서 크게 소리도 지르고 아이스크림도 먹으면서 재미있게 놀다 왔다.

한달 후에 다시 가이드헬퍼의 의뢰가 들어왔다. A가 특별히 지명했으니 될 수 있으면 해 달란다. 낯 시간대에 시간을 내는 것이 부담스러워 거절했다. 그랬더니 A가 B의 시간에 맞추겠다고 다시 연락이 왔다. 거절하기 난감했지만 또 거절했다. 의뢰와 거절이 몇 번 반복되면서 B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며칠 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분이 저녁을 사주신다고 연락이 왔다. 지적장애인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하시는 분 이였다. 이런 저런 인생이야기를 해주셨고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어 B는 A대한 미안한 마음을 상담했다.

B: 코디네이터에게 말하려고요. 낯 시간대는 곤란하니까 A의 가이드헬퍼는 앞으로도 못 한다고.

그 분: 코디네이터에게 말하기 보다는 먼저 A에게 말하는 것은 어때? 혹시 너도 A에게 말해봤자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 아냐? 너의 무의식 속에 A가 너의 이용자이기 전에 지적장애인이라는 생각이 있는 건 아니고?

아차했다. 이래서 감각이라는 것이 중요한 모양이라고 B는 생각했다. 다음날 B는 코디네이터에게 주소를 받아 A에게 엽서를 보냈다.

공부를 하고 그들의 생활을 서포트 하면서 알게 된 것은 그들에겐 서툴고 시간이 걸리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갈 힘이 있다는 것 이였다. 무엇인가를 다 해주고 싶고 가르쳐 주고 싶었던 오만으로부터 벗어나 함께 하는 중요함을 알게 된 것이야 말로 현장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가이드헬퍼에 도움을 준 두 권의 책(일본)

-알쟈논에게 꽃다발을 (Flower for Algernon: 1959년 미국 Daniel Keyes): IQ68인 챠리는 실험용 쥐인 알쟈논과 함께 뇌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을 받은 챠리는 IQ185의 천재가 되어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도 얻는다. 지식을 얻는 기쁨,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면서 얻게 되는 성취감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사실은 자신을 무시하고 차별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사실을 알면서 고독감에 괴로워한다.

그러한 과정에 같은 수술을 받은 알쟈논에게 이상이 생기게 되고 그것을 조사하던 챠리는 수술에 결함이 있었으며, 결국은 자신도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챠리는 알쟈논을 조사한 보고서에 마지막으로 수술을 해준 교수에게 알쟈논의 무덤에 꽃다발을 바치세요 라고 쓴다. 그리고 챠리는 다시 IQ65로 퇴행하게 된다. 철저한 당사자의 시점으로 그려진 책이며, 우리나라에서는 KBS에서 '안녕하세요 하느님'이라는 제목으로 드라마화 되었다. (인물 설정은 다름)

-자폐증이었던 나에게(NOBODY NOWHERE: 1992년 오스트레일리아. Donna Williams,):이 책은 어렸을 때부터 자폐를 알았던 저자의 내면세계를 세계에서 최초로 그린 책이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에 남았던 부분은 ‘소리 지르고 물건을 던지면서 발작하는 나에게 가족들은 왜 그러냐고 화를 냈다. 하지만 나도 내가 왜 발작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화를 내면서 이유를 묻는 가족들 때문에 더 화가 났다’였다.

98년 일본의 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보조를 시작했고, 99년부터 한국과 일본사이에서 동료상담,연수,세미나 등의 통역을 통해 자립생활이념과 만났다. 02년 부터는 활동보조서비스코디네이터로 일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장애인운동과도 만났다. 그렇게 10년을 죽을 만큼 열심히 자립생활과 연애하고 사랑을 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일본에 있다. 다시 한번 일본의 정보를 한국에 알리고 싶어 이 공간을 택했다. 일본의 장애인들 이야기(장애학)와 생존학(장애,노인,난치병,에이즈,죽음,윤리)이야기를 이곳에서 풀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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