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어린이 날이었다. 많은 어린이들은 신나게 놀았을 것이고, 또 많은 어른들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을 것이다. TV에서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영상물을 많이 보여줬을 것이다. 어린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 영화 속에서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 한편을 소개할까 한다.

천년여우 여우비 포스터. ⓒ(주)옐로우필름

2002년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대상을 수상한 ‘마리이야기’를 만들어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발전가능성을 한층 더 높인 이성강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인 ‘천년여우 여우비’이다.

영화내용을 잠깐 말씀드리면 인간이 되고 싶어 오랜 세월을 지구에서 살아 온 구미호 ‘여우비’는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요요’에 발견되면서 함께 살게 된다. 100세(인간 나이로 10세)가 된 여우비는 호기심이 풍부해지면서 조금씩 인간세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외계인 요요 중 ‘말썽요’가 인간 세계에 들어가는 바람에 여우비는 그 말썽요를 구하기 위해 인간세계에 들어간다.

인간세계에 들어간 말썽요를 구하기 위해 천장에서 엿보는 여우비. ⓒ(주)옐로우필름

그 곳은 학교에서 부적응하는 청소년들을 모아서 특별하게 수련회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여우비는 이곳 수련회에 입회를 해서 ‘황금이’라는 남학생과 자주 만나면서 점점 호감을 갖게 된다.

한편 구미호 사냥꾼이 이곳으로 들이 닥치면서 여우비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황금이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지만 황금이는 ‘카나바’라는 영혼들이 모여있는 세계에 빠지고 만다. 여우비는 카나바에 들어가서 자신의 영혼을 내주고 황금이를 살려낸다.

황금이와 재미있는 노래를 하며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여우비 ⓒ(주)옐로우필름

영화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들면서 관객을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환상의 세계로 끌고 간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부적응 학생 중 몇 명의 자폐성 발달장애인을 등장시킨다. 영화 흐름에는 큰 역할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학교부적응 학생으로 장애인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한 명은 그 누구와 대화를 차단하고 오로지 자신이 가지고 다니는 곰인형, 말썽요와 의사소통을 하는 자폐성 발달장애인이고, 또 다른 한 명은 뒤로 걸어다니거나 숫자를 엉뚱하게 세는 행동을 발달장애이다. 감독은 이들을 등장시켜서 학교나 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마음을 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그리고 이들은 주인공인 여우비와 황금이의 살아온 모습을 좀 더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황금이 영혼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내주는 여우비. ⓒ(주)옐로우필름

영화를 보면서 비록 큰 역할은 아니지만 어린이와 가족들이 많이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에 장애인이 등장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만화이지만 나름대로 장애인에 대한 묘사가 제대로 된 것도 장애인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조금 아쉬운 점은 장애인에 대한 좀 더 많은 설명이 있었으면 하는 점이다. 어릴 때부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왜곡된다면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인식을 바꾸기가 어렵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천년여우 여우비’같은 애니메이션 영화에 영화의 흐름을 깨지 않는 범위에 한해서 장애인에 대해서 제대로 된 설명과 정확한 표현을 한다면 장애인에 대한 조기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면 영화에서 인솔교사와 학부모로 변신한 여우비가 상담을 하는데 이때 발달장애의 특성에 대해서 좀 더 설명을 한다거나 혹은 여우비가 발달장애인에 대해서 편견 없이 다가가서 놀아주는 것 등을 들 수 있겠다.

수련회에 참석한 학교부적응 학생들. ⓒ(주)옐로우필름

사실 나부터도 장애유형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정확하게 장애유형별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잘 모른다. 이것은 장애인들끼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이 서로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장애인이 스릴러나 무거운 주제의 영화에 등장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천년여우 여우비’처럼 재미있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에서 큰 역할이 아니더라도 조금씩 등장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가 많이 나온다면 훨씬 더 많은 장애인을 이해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유토피아’는 2007년 장애인영화 전문칼럼니스트 강좌 수료생들의 모임입니다. 저희들은 영화를 사랑하고 장애현실을 살아가는 눈과 감수성으로 세상의 모든 영화들을 읽어내려고 합니다. 저희들은 육체의 장애가 영혼의 상처로 이어지지 않는 세상, 장애 때문에 가난해지지 않는 세상, 차이와 다름이 인정되는 세상, 바로 그런 세상이 담긴 영화를 기다립니다. 우리들의 유토피아를 위해 이제 영화읽기를 시작합니다. 有.討.皮.我. 당신(皮)과 나(我) 사이에 존재할(有) 새로운 이야기(討)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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