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노팅힐. ⓒ유니버셜 픽쳐스

1999년에 나온 로맨틱 코미디 영화 ‘노팅힐’에는 내가 보아온 영화들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장애인의 모습이 나온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영국 런던의 ‘노팅힐’이라는 지역에서 작은 서점을 하는 윌리엄 데커(휴 그랜트)가 유연히 서점을 찾아온 유명한 여배우 안나 스콧(줄리아 로버트)과 사랑에 빠져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한다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전형을 보여주는 즐겁고 재미있는 영화이다.

줄리아 로버트, 휴 그렌트 매력이 영화 곳곳에 잘 드러난다. ⓒ유니버셜 픽쳐스

이 영화를 개봉당시 극장에서 본 나에겐 희망과 충격을 주었다. 이 영화를 보러 극장엘 갔는데 자리가 없어서 같이 간 휠체어를 탄 친구와 극장 맨 앞줄에서 영화를 봤다. 그런 경험 있으신 분들은 아시다시피 사람 많은 극장에서 휠체어를 탄 둘이서, 그것도 맨 앞줄에서 휠체어에서 좌석으로 이동하고(지금도 그렇지만 나의 그런 모습은 남들이 보기에 그리 유쾌한 모습은 아니다.) 휠체어를 접고 하니 그것도 한대가 아니라 두 대가 그러니 극장안 사람들의 시선들이 많이 느껴졌다.

영화에는 데커의 절친한 친구부부로 맥스와 벨라가 나온다. 여기서 벨라는 18개월 전에 계단에서 사고로 척추를 다쳐 장애인이다.

맥스와 벨라 부부. ⓒ유니버셜 픽쳐스

영화 초반부 데커가 안나를 맥스와 벨라의 집으로 초대해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계의 대스타가 예고도 없이 찾아와 관객들의 미소를 절로 일으키는 해프닝들이 있은 후 후식으로 나온 케이크 한 조각을 먹기 위해 식탁에 있는 사람들이 내기를 한다. 우리 중에 가장 불쌍해 보이는 사람이 남은 케이크를 먹기로 몇몇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 벨라가 이야기 한다.

“넌 그레도 다리는 멀쩡하지 난 밤 낮 처박혀 있잖아 이런 구불구불한 집에서…. 그리고 우린 애도 가질 수 없어 인생이란 그런 거야.” 그리고 안나가 말한다. “난 19살부터 언제나 다이어트를 했어요. 그러니까 10년 동안 늘배고파 왔다는 거죠. 그리고 나에겐 좋은 남자친구가 없어요 .전에 있었던 한 사람은 날 때렸어요. 마음이 아플 때 마다. 인기는 언젠가는 사라지고 유명한 누군가와 닮은 한사람으로 기역 되겠지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안나에게 “케이크를 먹으려고 별짓을 다 하는군…”라면서 관객을 웃게 만든다.

이 장면에서 내가 느껴 던 건 벨라의 입을 통해서 장애의 현실을 보여주었지만 다른 사람들도 벨라 만큼이나 힘들게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의 묘미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래서 장애인 벨라가 아니라 벨라의 장애는 힘든 삶의 일부분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한 화면에 두 사람이 나오는 투 샷에서 한사람은 휠체어를 타고 다른 한사람은 그냥 스탠딩 하고 있는 장면이 나오면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이 왜소해 보이는 건 어쩜 당연한 거다. 그러나 감독 로저 미첼은 벨라의 모습을 그렇게 보이지 않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보여준다. 그중 하나는 화면상 벨라를 보여줄 땐 가능한 벨라의 눈높이에서 화면을 잡는다. 다른 하나는 벨라 혼자만 휠체어에 앉아 있지 않고 누군가가 옆에 앉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보습은 벨라가 그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케이크 장면의 벨라의 대사 중에 “우린 애도 가질 수 없어” 이것이 행여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질 수 있기에 뒤에 집을 나오면서 남자 주인공 데커가 이렇게 말한다. “장애 때문에 애를 가질 수 없는지는 알 수 없다”라고 장애인이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다른 영화와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영화 곳곳에서 장애인을 배려한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유니버셜 픽쳐스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영화 후반부 남자주인공 데커가 안나를 붙잡기 위해 호텔 기자회견장을 찾아가는 장면이 있다. 맥스가 차를 가지고 오고 모두 탄 후에 출발 하려다. 벨라가 안탄 것을 확인 하고 멈춘다. 그리고 벨라를 옆자리에 태우고 뒤에 휠체어를 싫고 출발한다. 그렇게 출발한 일행은 호텔에 도착하고 데커를 안나의 기자회견장으로 들여보내는데 벨라가 말한다.

“우린 일행이고 이 호텔의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기사를 쓰겠다”

노팅힐에서 장애인은 공기처럼 주인공 옆에 존재한다. ⓒ유니버셜 픽쳐스

난 어릴 적 누님의 약혼식에 가지 못했다. 이유는 가족들이 장애를 가진 나를 불편해서다. 그것이 나에겐 어릴 적 마음에 큰 상처로 남아있다. 이런 나에게 노팅힐에서 잠깐의 이 장면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장면을 보면서든 생각은

‘아! 함께해야 행복할 수 있구나’, ‘영화에서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구나!’

영화 노팅힐에서 벨라의 모습은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주인공도 아니다. 그러나 영화에서 있는 듯 없는 듯한 배역이지만 공기처럼 스며든 배역으로 비추어진다. 우리사회에서도 장애인의 보습이 이렇게 사람들에게 인식되어졌으면 한다. 공기처럼 말이다.

극장에서 영화가 끝나고 극장 좌석에서 휠체어로 움직이는데 우리 일행에게 두 명의 청년이 다가와 “뭐 도와드릴까요?” 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유토피아’는 2007년 장애인영화 전문칼럼니스트 강좌 수료생들의 모임입니다. 저희들은 영화를 사랑하고 장애현실을 살아가는 눈과 감수성으로 세상의 모든 영화들을 읽어내려고 합니다. 저희들은 육체의 장애가 영혼의 상처로 이어지지 않는 세상, 장애 때문에 가난해지지 않는 세상, 차이와 다름이 인정되는 세상, 바로 그런 세상이 담긴 영화를 기다립니다. 우리들의 유토피아를 위해 이제 영화읽기를 시작합니다. 有.討.皮.我. 당신(皮)과 나(我) 사이에 존재할(有) 새로운 이야기(討)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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