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다음 몇 가지 사례들로 시작해 보자.

[사례1: 식당]

식당 주인: (경악하며) 어엇~ 우리 식당은 동물이 들어오면 안 됩니다. 어서 나가세요.

채송애비: 아~ 사장님 많이 놀라셨죠?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 개는 보시다시피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안내견입니다.

주인: 그래도 식당에 다른 손님들도 있는데 개가 돌아다니면 털도 막 날리고.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채송애비: 절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모든 식사를 마칠 때 까지 절대 움직이지 않고 식탁 밑에서 기다립니다.

주인: 그게 말이 됩니까? 아무리 훈련 받은 개라도 음식 냄새에 어떻게 가만히 기다릴 수 있다는 건지! 그런 말도 되지 않는 소리 그만 하시고 나가주세요.

채송애비: 사장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그런데 혹시 이전에 다른 안내견 손님이 다녀간 적이 있나요?

주인: 아직 없습니다.

채송애비: 그럼 안내견이 어떻게 식당에서 행동하는지 보신 적도 물론 없으시겠네요?

주인: 그렇습니다만….

채송애비: 그럼 잘 되었네요. 이번 기회에 한번 잘 지켜봐 주시면 저의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게 되실 겁니다.

주인:(퉁명스럽게) 그럼 저 구석 테이블에서 드세요, 꼭 개가 날뛰지 않도록 잘 잡아주시고요.

채송애비:(불쾌한 성질을 억누르며) 걱정 마십시오.

[사례2: 시외버스]

버스기사: 개를 같이 태울 겁니까?

채송애비: 당연하죠, 안내견이거든요.

기사: 아무리 안내견이라도 도착시간 까지 약 5시간 정도 걸릴 텐데 아무 곳에나 배변이라도 하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냥 화물칸에 태우시던가 아니면 다른 차 타세요.

채송애비: 안내견들은 절대로 차 안에서 배변 실수 같은 건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기사: 아니 그래도 참는데 한계가 있을게 아니요?

채송애비: 괜히 안내견이 아닙니다. 5시간이 아니고 10시간이라도 잘 참습니다. 억지로 참는다는 게 아니고 충분히 그 정도 시간은 스스로 제어가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기사: (의문 가득한 목소리로) 그럼 개가 의자 위에 올라가 있으면 다음 손님들이 다시 그곳에 어떻게 타겠습니까?

채송애비: (살짝 웃어주며) 걱정 마세요, 의자 위에는 절대 올라가지 않습니다. 밑에 공간에서 도착할 때까지 가만히 있을 겁니다.

기사: 많이 좁을 텐데, 웅크리고 가만히 있는 다고요?

채송애비: 개가 크다 보니 좁은 것처럼 보일 텐데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한번 보세요. 아마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있을 겁니다.

[사례3: 영화관]

직원: 어엇~개가 안에 있으면 다른 손님들이 놀라기 때문에 함께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채송애비: 발밑에서 가만히 영화가 끝날 때 까지 조용히 기다리고 있으니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직원: 우리 영화관은 공간이 넓지 않아서 개가 머무를 수가 없게 되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다른 곳으로 가 주시거나 개를 밖에 묶어 놓고 들어가 주십시오.

채송애비: 이 영화관이 정말 시공할 때부터 다른 영화관에 비해 좌석 간 공간이 좁게 설계되었습니까?

직원: (당황) 저~ 그게, 확실하진 않지만 분명한 것은 개가 머물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채송애비: 그럼 처음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영화관과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군요?

직원: 그렇긴 합니다.

채송애비: 아마도 그렇다면 99% 이상은 우리 안내견이 머무를 장소가 확보되어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직원 분께서 덩치가 매우 큰 안내견을 처음 보셨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안내견들은 기본적으로 한 곳에서 편하게 엎드린 상태로 오래 기다리는 것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한번 직접 보시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위의 세 가지 내용은 아직도 우리사회에서 안내견사용자들이 겪는 거부 사례이다. 안내견을 거부하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으나 이번 글에서는 그 중에서도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한다.

개들은 일반적으로 동적인 성질을 지닌다. 기분이 좋으면 힘차게 꼬리를 치며 뛰어다니고, 기분이 나쁠 때에도 엄청난 스피드를 발휘하여 순간적으로 대상을 제압해 버리는 성질도 가지고 있다. 또는 천방지축으로 날뛰며 집안을 엉망으로 만드는 애완견들을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개가 그런 성질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외부 환경 자극에 대하여 쉽게 반응하지 않거나 또는 자극을 받았다 하더라도 우선 탐색을 진행한 후 반응하는 성격을 지닌 개도 있다.

안내견으로 훈련되는 개들은 바로 후자의 성질을 선천적으로 타고났다고 보면 된다. 즉 안내견이 공공장소에서 오랜 시간동안 참을성 있게 기다릴 수 있는 것을 두고 그들이 힘든 수도 과정을 겪는 고행자의 심정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 안내견은 단순한 훈련의 결과로 이루어진 결정체가 아니다. 그들이 지닌 기질을 가려내어 의미 있게 쓰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한 타고난 기질을 바탕으로 하여 약 6~8개월의 훈련을 거치게 되면 공공장소에서 기다리는 것 정도는 그들에게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는 깊은 잠을 자면서 그 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안내견으로 활동하기 위해 그들이 그동안 열심히 훈련한 것은 시각장애인만을 위해서가 결코 아니다.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꼭 지켜야 할 기본 에티켓을 몸에 지닐 수 있도록 하여 필요 이상의 피해를 다른 사람들에게 끼치지 않도록 그들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을 모두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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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시각장애로 특수학교(대전맹학교)를 나와 2002년 창원대학교에서 특수교육과 사학을 복수전공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첫 안내견 강토와 만나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수준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의 열악한 현실에서 안내견 강토의 활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시각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일깨워 주는 존재로 부각되었다. 지난 2005년에는 삼성화재 공익광고에 출연하여 대한민국광고윤리대상을 수상하였고, 안내견에 대한 대중의식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대학교 졸업과 동시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 입사하여 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홍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시각장애인 및 안내견 인식개선을 위하여 정기적으로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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