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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과 언론

단순 보도에서 벗어나 의미 일깨워 주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04-24 10:03:22
4월은 안내견학교를 비롯한 모든 장애인 관련 단체가 가장 바쁜 달 중의 하나이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만큼이나 바쁜 사람들이 또 있다. 바로 언론 종사자들이다.

신문이나 방송 등에서 장애인의 현실 모습을 다루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언론에서 특정 인물에 포커스를 두는 경우는 두 가지 밖에 없는데,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 또는 대다수가 가지고 있는 것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그 대상이다. 이 두 가지 경우가 적당한 시점에서 공존할 때 비로소 방송의 주제거리가 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안내견과 함께 다니는 시각장애인들은 아직도 언론의 큰 타겟층이다. 시각의 상실은 대다수가 가진 것을 지니지 못한 경우요, 반면 안내견은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안내견의 활동이 주류에서 벗어난 특정 현상들로 비추어져서 지속적으로 언론의 타겟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즉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진 특정 계층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전반적으로 일반화 되어 있지 못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 안내견이 사람과 더불어 사회생활을 누려야 하는 위치에 놓인 대상임을 감안해 본다면 일반화된 인식 수준의 변화는 더욱 더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안내견을 다룬 언론의 변화를 짧게 요약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처음 안내견이 소개되었을 때에는 그들의 훈련 모습과 활동 능력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다시 말해 시각의 상실이라는 개인의 손상을 해결해 주는 모습을 그려내는 데 주력했던 것이다.

당시 안내견의 모습을 방송으로 시청했던 많은 시각장애인들 조차도 필요 이상의 기대심리를 보였을 만큼 초창기 안내견은 지금보다 훨씬 멀티슈퍼도그의 이미지가 강했다. 또한 그들의 임무와 역할을 과대 해석하려다 보니 다소 엉뚱한 사실들을 보도하여 아직까지도 많은 대중들에게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안내견은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다른 견들의 평균 수명에 미치지 못한다'와 같은 결코 근거에도 없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안내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뿐이다.

다음으로는 안내견의 공공장소 출입 문제가 큰 이슈가 되었다. 안내견이 아무리 우수한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회적인 활동이 불허하다면 궁극적으로 시각장애인의 활동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것이 지속될 경우 안내견은 단순한 애완견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므로 공공장소에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출입하는 것은 어찌 보면 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를 인식한 언론과 안내견 관련인들은 부당한 처우를 받는 현장을 직접 고발하는 장면을 다루는 데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01년 장애인복지법에 보조견의 공공장소 출입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되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

물론 아직도 안내견을 단순히 큰 개로만 여기고 거부하는 곳들도 많다. 그러나 안내견의 역할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과거에 비하여 많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이 또한 안내견을 거부하는 현장에서 시각장애인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안내견의 공공장소 접근에 관련해서는 별도의 제목으로 추후 남길 예정이다.

우리나라 안내견의 인식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린 TV 작품이 하나 있다. 바로 2005년에 방영되었던 '내 사랑 토람이'다. 중도 실명의 아픔을 안내견과 함께 당당히 딛고 일어서는 전숙연 씨의 수기를 바탕으로 한 이 드라마는 시각장애인의 재활을 실제적으로 그려냈다는 것에 더욱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즉,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사회생활을 가능케 하는 재활 영역의 한 수단임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아직도 세상을 향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밖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중도 실명인들이 많다. 이들은 자신이 본받을 수 있는 역할모델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때 간접적이지만 가장 효과가 높은 것이 바로 다른 사람의 재활 장면을 다룬 언론 매체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단순히 안내견의 활동 장면을 담는 것에서 벗어나 그들의 생활 장면 그 자체의 의미를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을 방송 제작자들 역시 인식한 것 같다.

장애인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에 대하여 이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적정 수준의 평가 척도를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일반 척도에 미치지 못하는 몇몇 프로그램들의 근원적 문제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왜곡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또한 같은 사실이라도 의미가 높은 순서에 따른 우선순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에서도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아직도 시각장애인의 재활과 안내견에 대한 정보 전달은 미흡한 실정이다. 그러므로 안타깝지만 언론에게 기대할 일들 역시 많다. 끝으로 한 가지 언론에 바라는 것은 앞으로는 단순 사실을 보도하는 것에서 벗어나 이를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의미를 일깨워 주는 내용 들이 주를 이룰 수 있었으면 한다.

칼럼니스트 유석종 (guidedog82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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